삼보모터스, 실적 반등에도 주가 역주행…CB 조기상환 속출
멕시코 법인 가동·미주 매출 급증으로 실적 개선
CB 전환가 밑도는 주가에 투자자 상환 요구
현금보다 높은 단기 부채 등 유동성 부담 여전
공개 2025-07-2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6일 18: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삼보모터스(053700)가 수년간 이어온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 국면에 접어들며 실적과 재무지표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멕시코 신규 법인 가동 효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기록했고, 부채상환여력도 일부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실적과 주가 간 괴리가 심화되는 상황이 형성된 것이다. 실적 성장에도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도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풋옵션 우려는 물론, 유동성 확보 부담 역시 커지고 있어 이러한 악순환을 타개할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삼보모터스)
 
신규 공장 가동으로 실적 회복세…투자금 회수 ‘본격화’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보모터스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122억원으로, 전년 동기(3705억원) 대비 1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1억원에서 233억원으로 16.4% 늘었다. 특히 계절적 비수기로 분류되는 1분기에 처음으로 4000억원대 매출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향후 연간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이익률은 5.7%, EBITDA 마진은 9.4%로 수익성 회복세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수익성 개선 배경에는 신규 투자법인 가동이 있다. 삼보모터스는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 버스바와 내·외장재 부품을 생산하는 멕시코 제2법인을 통해 올해 첫 매출 75억원을 인식했다. 덕분에 1분기 미주 지역 매출은 2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1% 급증했다. 해당 공장은 현대모비스(012330) 등 완성차 1차 협력사로부터 확보한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으며, 기존 내연기관 부품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친환경차 부품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주잔고 역시 견조하다. 지난해 말 기준 삼보모터스의 완성차 기준 수주잔고는 약 1억8000만대, 금액으로는 약 1조6475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북미 시장 전략 차종인 기아(000270) EV3와 텔룰라이드 양산이 시작되면서 향후 납품 물량이 늘어나 실적 개선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수익성 회복과 함께 재무지표도 개선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설비 투자로 순차입금은 2022년 2183억원에서 올 1분기 2918억원으로 800억원 이상 증가했지만,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16.96%에서 올해 1분기 207.9%로 약 9%포인트 낮아졌다.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1.9배로 감소했고, EBIT/금융비용 커버리지는 3.5배로 높아져 이자상환 능력도 개선됐다.
 
 
실적 성장에도 주가 낮아 풋옵션 지속 발생
 
하지만 문제는 주가다.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되며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 국면에 접어든 상태지만, 주가는 CB 전환가액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CB 투자자들은 잇따라 풋옵션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5월 발행된 제14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에 대해 지난 5월 약 165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행사됐다. 해당 사채의 당시 전환가액은 주당 4591원으로 당시 주가(5월30일 종가 4410원)보다 약 200원가량 높아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구가 발생했다. 해당 CB의 당초 만기는 2028년 5월30일로 4년이 남은 상태였다.
 
최근에도 제13회차 CB에서 추가로 13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발생했다. 이 CB는 2021년 4월15일 발행돼 내년 4월15일이 만기였으며, 주당 전환가액은 5117원으로 최근 주가(16일 종가 4405원)보다 약 14% 높은 수준이었다. 전환가액 대비 낮은 주가가 이어지자 또다시 해당 CB에 풋옵션이 발생했고 회사는 부채 상환 부담을 추가로 감당해야 했다.
 
1분기 기준 삼보모터스는 유동성전환사채 252억원과 사모사채 300억원이 남아 있는 상태라 추가 풋옵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기성부채의 비중도 높다. 총차입금 4471억원 중 3516억원(78.6%)이 단기성부채로 구성돼 있다. 1분기 기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054억원에 불과해 단기성부채 규모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자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 강화와 함께 유동성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보 여력은 일부 남아 있다. 삼보모터스는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 중 2469억원어치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유형자산 장부가액의 42.7%에 해당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통해 추가 담보를 설정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실적과 주가 회복을 통해 시장 신뢰를 높이고, CB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요구를 잠재우는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보모터스가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하면서 재무구조가 안정화되고, 북미 친환경차 부품 사업에서의 성장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CB 풋옵션 발동으로 인한 조기상환 부담과 단기성부채 중심의 차입구조는 여전히 단기적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IB토마토>는 삼보모터스 측에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한 이유가 뭔지, 추가 풋옵션 가능성에 대한 입장과 대비책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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