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자산신탁, 실적 부진 장기화…'모회사 부담' 커진다
기타 포트폴리오 채우니 신탁사 말썽
모회사 유상증자 후에도 적자 지속
공개 2025-07-0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2일 16:4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자산신탁이 모회사에 미치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익성 저하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호황기 수준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모회사의 유상증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사진-우리금융지주)
 
4대 금융 계열 중 적자 '유일'
 
2일 우리금융지주(316140)에 따르면 우리자산신탁의 1분기 당기순손실은 138억900만원이다. 전년 동기 80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둔 데 반해 실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벌어들인 이익 대비 대손충당금 등 기타 지출이 발생한 탓이다.
 
우리자산신탁은 지난 2000년 설립된 부동산신탁회사로, 2019년 우리금융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토지신탁이 주 업무로, 부동산 소유자가 소유권을 부동산 신탁회사에 이전하고 신탁사가 개발 후 이익을 돌려주는 유형이다.
 
지난 자회사 편입 후 우리금융계열사와의 시너지로 영업이익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단숨에 효자 계열사로 꼽혔으나,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영향이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탁사와 시공사가 함께 대출 금융기관에 책임 준공을 확약하는 방식이다. 신탁자가 사업시행자 대신 모든 사업 과정을 책임지고, 시공사가 기한 내 준공하지 못한다면 신탁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손실을 떠안는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자, 업권 전반 리스크도 커졌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부실을 책임져야하는 구조임에도 건설 경기 호황기 당시 책임준공 약정을 다수 맺었기 때문이다.
 
다만 업권 내 공통적인 위기가 닥쳤으나, 실적 측면에서는 차이가 벌어졌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자산신탁사는 지난 1분기 KB부동산신탁 86억원, 신한자산신탁 54억원, 하나자산신탁 176억원 등 모두 흑자를 냈다. 우리자산신탁이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과는 판이한 실적이다.
 
우리자산신탁이 큰 규모로 적자를 낸 데는 책준형 토지신탁 영향이 컸다. 이자수익 등 충당금적립전 이익도 줄은 데다 대손비용도 늘었기 때문이다. 1분기 우리자산신탁의 충당금적립전이익은 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160억원에서 줄어들었다. 1분기 대손상각비만 257억9500만원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온기 대손상각비인 511억39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점유율도 2022년과 2023년을 마지막으로 떨어지고 있다. 1분기 영업수익 시장점유율은 5.8%로 하락했으며, 토지신탁보수 점유율도 3개월만에 6.1%에서 5.4%로 감소했다. 사업환경이 동일하게 악화됐음에도 타 기업 대비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뜻이다.
 
부동산 회복 '관건'…부담 지속 가능성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우리자산신탁의 실적 부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손 관련 비용 부담이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분기 대손비용률만 하더라도 전년 동기 4.9%에서 21.5%로 뛰었다. 1년 만에 16.6%p 오른 수치다. 대손비용률은 매출 중 대손상각비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책준형 토지신탁 중심으로 대손비용이 확대될 것으로 본 신용평가업권도 신용등급 전망을 떨어트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우리자산신탁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수익성과 함께 고정이하자산이 증가하면서 건전성 지표도 하락한 영향이다. 1분기 기준 자기자본대비 순고정이하자산비율은 32.5%에 달한다. 신탁계정대가 늘었기 때문이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자체 자금을 신탁 계정에 대여해주는 것을 뜻한다. 사업비 조달이 힘든 사업장에서 쓰이는 만큼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면 고정이하자산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높아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진행 중인 소송 건도 다수다. 1분기 기준 우리자산신탁이 피고인 소송 건은 총 14건이다. 손해배상과 분양대금, 소유권이전등기 등 케이스도 다양하다. 특히 소송가액도 적게는 100억원에서 크게는 400억원이 넘어가면서 패소 시 자산 손실이 불가피하다. 1분기 기준 준공사업장을 포함한 책임준공기한 경과 사업장은 4곳으로, PF 대출 잔액은 1303억원에 달한다. 소송 결과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원리금을 배상해야한다. 
 
자본적정성이 떨어지자 모기업에 손을 벌리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자산신탁을 대상으로 21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자회사 편입 이후 첫 유상증자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우리금융의 지원으로 1분기 우리자산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지난 2023년 말 1284%에서 올 1분기 4416%로 대폭 올랐다. 다만 이대로 신탁계정대 증가와 건전성 하락이 지속될 경우, 애써 올려둔 경영 지표들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어 추가적인 금융 지원을 받게 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유상증자로 우리자산신탁의 유동성이 대폭 개선됐다"라며 "책준사업장이 준공 완료돼 향후 수익성 등 문제는 개선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금융 지원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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