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인사태풍)③현대백화점, 올해 키워드는…안정? 변화?
지난해 대전점 화재 여파 여전…김형종 대표, 올해도 자리 지킬까
지난해 연임 성공한 홈쇼핑·리바트·한섬 등 계열사 수익성 약화 '변수'
'중도사임' 박동운 전 현대백화점 사장 제외 3년 초과 임기 대다수
공개 2023-10-31 06:00:00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유통가 판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 신흥 유통강자인 쿠팡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116억3841만달러(한화 약 15조원)를 기록하면서 전통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신세계와 격차를 좁혔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상반기 총 매출액 17조5458억원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마트·롯데·쿠팡으로 이어지던 업계 순위가 쿠팡·이마트·롯데 순으로 변경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위기를 느낀 오프라인 강자들이 대대적인 쇄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빨라진 인사 시계다. <IB토마토>는 유통가에 부는 인사태풍과 그에 따른 유통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신세계(004170)의 대규모 인사 교체로 경쟁사인 현대백화점(069960)의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이 일단락된 만큼 일부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 역시 조직 안정과 핵심 경쟁력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더 현대 전경.(사진=현대백화점)
 
대전점 화재 여파 여전…김형종 대표 연임 가능할까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초 예년과 같은 시기에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3월 김형종 대표이사를 비롯해 다수의 계열사 대표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먼저 지난해 인사에서도 계열사 대표이사 모두 연임에 성공한 만큼 올해도 현대백화점이 연임을 통한 조직 안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조직 안정과 사람을 중시하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김 대표이사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해에도 계열사 대표이사 모두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현대 프리미엄 아웃렛 대전점 화재 참사로 인해 7명의 사상자가 나오면서 거취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으나,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대전점 화재 사고의 경제적 여파는 여전한 상황이다. 대전점 영업 중단과 잇따른 고정비 부담 상승 등으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335억원을 기록해 1601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16.6% 감소하는 등 수익성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상반기 연결기준 현대백화점 매출액은 올해 2조68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596억원)보다 0.41%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 매출액이 1조2128억원에서 1조2493억원으로 3.01% 증가했던 것과 대조된다. 일각에서 올해 현대백화점 지주사 체제 전환이 일단락된 만큼 일부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6년 이상 연임 대다수…최소 3년 이상 대표이사 재직
 
이 외에도 장호진 현대백화점 사장, 임대규 현대홈쇼핑(057050) 대표이사, 윤기철 현대리바트(079430) 대표이사 등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민덕 한섬(020000) 대표이사의 경우 오는 2025년까지가 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계열사 대표이사는 지난해 인사에서 모두 연임에 성공한 바 있는 만큼, 올해도 연임에 성공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시장에서는 장호진 사장이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8일 개최되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주주총회 안건으로,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과 장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될 경우 현대지에프홀딩스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 9월 공개매수를 통해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453340)를 자회사로 편입,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을 각각 38.1%, 28.0% 보유 중으로 '정 회장-정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 등'으로 이어지는 단일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이 가운데 각 계열사 실적이 비우호적인 상황인 만큼 내년 만료를 앞둔 계열사 수장 교체도 점쳐진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현대홈쇼핑은 올해 1조17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1조526억원) 대비 역성장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27억원에서 34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한섬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이 7489억원에서 7516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865억원에서 601억원으로 줄었다. 업체 측은 매출 감소와 신규 브랜드 론칭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확대가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리바트는 7288억원에서 7689억원으로 매출액이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41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 파티클보드(PB), 중밀도섬유판(MDF) 등 주요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빌트인 원가율 악화 영향이 지속되면서 악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의 '믿으면 오래 맡긴다'라는 경영철학은 변수다. 현재 임기 만료를 앞둔 각 계열사별 임기 기간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3년을 초과해 재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동호 현대백화점 전 대표는 2014년 초부터 2019년까지 대표이사직을 약 6년간 수행했다. 박동운 전 현대백화점 사장은 당초 임기 만료 기간인 2021년 3월보다 1년 앞선 2019년 말 사임했으나, 2017년 3월부터 약 3년간 재직했다. 
 
지난 10여년간 가장 오래 재직한 이는 강찬석 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로, 2013년부터 약 7년간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다만, 임기만료일인 2022년 3월 23일을 다 채우지 못하고 지난 2021년 중도 퇴진했다. 이후 현재의 임대규 대표이사가 약 3년째 재직 중이다. 현대리바트의 경우 김화응 전 대표이사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이상 근무한 이후 윤기철 대표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아직 인사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도 공유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인사는 예년과 비슷한 시점에 진행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