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AC)의 연간 투자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초기 창업기업에 첫 자금을 공급하는 AC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외형 성장만으로 자금 공급의 저변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투자 이후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조합 결성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지, 초기 투자를 후속투자로 연결할 기반은 충분한지 점검할 시점이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의 차기 집행부 출범을 앞두고 <IB토마토>는 AC 산업의 자금 조성과 집행 구조를 들여다보고, 초기투자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액셀러레이터(AC)가 지난해 결성한 개인투자조합 수가 260개로 역대 가장 많았지만 조합당 평균 결성금액은 7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결성액 20억원 미만 소형 조합이 5년 사이 3배로 늘어난 반면 20억원 이상 조합은 연 17~29개 수준에 머물러서다. 개인투자조합을 통한 투자액도 지난해 2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줄며 처음 감소했다.
(사진=AI제작·IB토마토)
소형 조합 5년 새 3배…개인조합 투자액은 감소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는 '액셀러레이터 산업백서 2026'에서 지난해 AC가 결성한 개인투자조합을 260개로 집계했다. 결성금액은 1819억원으로 조합당 평균 약 7억원이다. 결성 건수는 역대 최다, 조합당 평균 결성금액은 역대 최저다. 백서는 이를 소액·다건 구조의 고착화로 분석했다.
누적 기준으로도 소형 조합 비중이 높다. 2017~2025년 결성된 개인투자조합 1398개 가운데 결성액 20억원 미만 조합은 1221개로 전체의 87.3%를 차지한다. 이들의 결성금액은 6240억원으로 누적 결성금액의 41.2%다. 2020년 80개였던 소형 조합 결성 건수는 지난해 241개로 늘었다.
반면 결성액 20억원 이상 대형 조합은 크게 늘지 않았다. 대형 조합 결성 건수는 2020년 이후 연 17~29개 수준이다. 결성액은 2022년 1737억원이 가장 많았고 지난해 879억원이었다. 지난해 결성금액 가운데 대형 조합 비중은 48.3%다. 협회는 대형 조합 시장은 정체된 반면 소형 조합 시장만 커진 결과로 해석했다.
조합을 통한 투자도 줄었다. 지난해 개인투자조합을 통한 AC 투자는 2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감소했다. 백서 집계상 조합을 통한 투자가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같은 해 벤처투자회사를 겸한 AC를 포함한 전체 투자금액은 1조 117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었다. 벤처투자회사 겸업 AC를 제외하면 5153억원이다.
투자 건수와 투자에 나선 AC 수도 함께 줄었다. 지난해 개인투자조합을 통한 투자는 1105건으로 전년 1177건보다 72건 적다. 2022년 1218건이 가장 많았다. 조합을 통해 투자한 AC는 2024년 132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28곳으로 줄었다. 2022년 이후를 성숙기로 보고, 이 기간 조합을 통한 투자금액이 연평균 5.3%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소형 조합 평균 4억 미만, 의무투자 대상 기업 확대
지난해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한 AC는 99곳으로, 한 곳당 평균 2.6개 조합을 만들었다. 소형 조합 241개의 결성액은 전체 1819억원에서 대형 조합 19개 결성액 879억원을 뺀 940억원이다. 조합당 평균으로 보면 소형 조합은 약 3억 9000만원, 대형 조합은 약 46억 3000만원이다.
조합 수와 결성금액 비중도 엇갈린다. 지난해 소형 조합은 조합 수로는 전체의 92.7%를 차지했지만 결성금액으로는 51.7%에 그쳤다. 소형 조합 평균 결성액은 대형 조합 평균의 12분의 1 수준이다. 조합을 통한 건당 평균 투자금액도 지난해 1억 9800만원으로 2020년 이후 처음 2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AC의 투자 대상은 의무투자 규정과도 맞물려 있다. 창업기획자는 투자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법에서 정한 의무투자 대상인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지난 7월 시행된 개정 벤처투자법에 따라 개인투자조합의 의무투자 대상은 업력 3년 이내 기업에서 투자 유치 실적이 없는 업력 5년 이내 기업까지 넓어졌다.
AC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AC 중에서 시드 투자에 집중하는 곳과 팁스·스케일업팁스처럼 뒷단에 집중하는 곳으로 역할이 나뉘는 분위기"라며 "지난해에는 작은 AC들이 조합을 만들어 시드 투자를 많이 시작한 해로, 앞단에 주로 투자하는 AC가 많이 생긴 현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 AC가 초기 투자를 진행하고 대형 AC가 후속투자를 진행하는 역할 분리 현상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