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올해 쓴다'던 1.2조는 예금에…왜 빌렸나
KKR서 조달한 1.2조 집행 '0원'…전액 1년 만기 예금
현금 6조에도 외부 조달…삼성 계열 1.4조는 KKR 회사로
CB 전환 땐 신주 8.76%…기존 주주에 지분 희석 부담
공개 2026-11-02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28일 18:05에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용현 기자] 삼성에스디에스(018260)(삼성SDS)가 6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쌓아두고도 글로벌 사모펀드 KKR에서 1조 2200억원을 조달한 뒤 전액을 정기예금에 넣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와 글로벌 사업 확장을 내세웠지만, 6월 말까지 조달 자금은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그사이 삼성SDS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들은 KKR이 설립한 AI 인프라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전략적 제휴의 실익은 아직 불분명한 가운데 연간 305억원의 이자 부담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가능성만 먼저 떠안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SDS 사옥.(사진=삼성SDS)
 
'올해 전액 사용' 공시와 달리 1년 만기 예금행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S가 지난 4월30일 KKR 펀드 'Startech AI L.P.'를 대상으로 발행한 1조 2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자금은 6월 말 기준 사용액이 '0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반기보고서에 "추후 사용 예정으로 금융기관에 운용 중"이라고 적었고, 전액을 계약기간 2026년 4월~2027년 4월의 정기예금에 넣어뒀다.
 
발행 당시 주요사항보고서에는 1조 2200억원 전액을 올해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자금은 내년 4월 만기 예금에 묶여 있는 것이다. 이 영향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지난해 말 6조 380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7조 6354억원으로 1조 2552억원 늘었다. 늘어난 현금 대부분이 본업에서 번 돈이 아니라 CB로 빌려온 돈인 셈이다.
 
조달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삼성SDS는 3월1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CB 발행한도를 670억원에서 1조 5000억원으로 22배 늘렸고, 한 달여 만인 4월15일 이사회에서 발행을 결의해 한도의 81%를 한 번에 소진했다.
 
CB는 연 2.5% 이자에 만기 6년, 전환가 18만원 조건이다. 전환가는 기준주가보다 18% 높게 정해졌고,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 조정(리픽싱)은 없으며, KKR은 6년간 사채와 전환주식을 팔 수 없다.
 
KKR 측은 대량보유보고서에서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신고하고 정관 변경, 합병·분할, 영업양수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CB를 인수한 펀드의 구조도 이번 거래를 위해 새로 짜였다. Startech AI L.P.는 지난 4월1일 캐나다에 설립된 합자회사로, 업무집행사원(GP)은 KKR 아시아 펀드 계열이 100% 보유한 미국 법인이다. 펀드의 출자자는 'Startech Aggregator L.P.' 한 곳(지분 100%)으로 공시됐지만 그 위에서 실제로 자금을 댄 투자자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삼성SDS는 외부 자금이 급한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CB를 빼면 차입금이 없고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993억원으로, 유·무형자산 투자 2215억원과 배당 2520억원을 모두 충당하고도 1258억원이 남았다. 투자와 주주환원을 본업에서 번 돈으로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CB 발행 전인 지난해 말 보유한 현금성자산만 해도 조달액의 5배를 넘는다.
 
 
 
집행은 더디고, 삼성 돈은 KKR로
 
투자 집행 속도도 계획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AI) 사업에 대비해 짓기로 한 구미 AI 데이터센터는 총 투자예상액 4639억원 가운데 6월 말까지 320억원(6.9%)만 집행됐고, 상반기 집행액은 22억원에 그쳤다. 4조원을 배정한 인수·합병(M&A) 역시 9월까지 AI·로봇·물류 분야 후보를 검토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당장 쓸 곳이 있었다면 조달 자금 전액을 1년 만기 예금에 넣어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사이 자금 흐름은 오히려 KKR 쪽으로 향했다. 삼성SDS를 포함한 삼성 6개사는 지난 9월 KKR이 설립한 미국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에 10억달러(약 1조 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005930)가 5억달러를 맡고, 삼성물산(000830)·삼성SDS·삼성SDI(006400)·삼성생명(032830)·삼성화재(000810)가 나머지 5억달러를 나눠 내는 구조다. 4월 KKR에서 1조 2200억원이 들어온 지 5개월 만에 그보다 큰 금액이 KKR이 세운 회사로 향하는 셈이다. 다만 삼성SDS의 개별 투자액과 자금 출처는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 거래 비용을 기존 주주가 진다는 점이다. 삼성SDS는 표면이자로 매년 305억원을 내면서 그렇게 빌린 돈을 다시 예금에 넣어 이자를 받는 구조를 택했다.
 
더 큰 비용은 지분이다.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발행주식의 8.76%에 해당하는 신주 677만 7777주가 새로 생기고,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48.90%에서 44.97%로, 일반 주주 지분도 같은 비율로 줄어든다.
 
또한 27일 기준 종가는 21만 5000원으로 이미 전환가를 19% 웃돌고 있어 전환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반면 희석을 상쇄할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결국 현금이 충분한 회사가 기존 주주의 지분 희 가능성을 열고 1조 2200억원을 어디에, 언제 사용할지에 대한 설명은 반년 가까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KR 대상 전환사채 발행은 장기적인 전략 파트너십 구축이 주요 목적"이라며 "충분한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와 산업 전문성을 갖춘 KKR과의 협력을 통해 AI 전문 기업으로의 전환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보한 자금은 AI 인프라 투자와 AX 사업 경쟁력 강화, 신사업 추진과 글로벌 진출 거점 확보를 위한 M&A 등에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인 집행 금액은 현재 답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
 

이용현 팩트는 정확하게, 의미는 선명하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