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주요 크레딧 채권의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융채는 더 도드라진 것으로 나타난다. 수급 측면에서 은행·여신전문금융사채(여전채) 발행 물량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채는 연말로 갈수록 발행이 적어져 약세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 같은 흐름은 올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기관투자자의 채권 수요가 커지는 연초효과 발현 이후에나 강세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언급된다.
(사진=연합뉴스)
은행채·여전채 더 약세 흐름…수요 대비 공급에서 부담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은행채 AAA급 3년물의 월간(지난 16일 기점) 스프레드 변동은 4.6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p)다. 국고채와의 금리차를 뜻하는 신용 스프레드가 지난 한 달간 더 확대됐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다른 섹터 3년물의 스프레드 변동은 ▲여전채 AA급 4.4bp ▲여전채 A급 3.9bp ▲회사채 AAA급 2.3bp ▲회사채 AA급 2.3bp ▲회사채 A급 2.2bp 등으로 확인된다. 은행·여전채 같은 금융채가 회사채보다 스프레드 확대 폭이 더 컸다. 그만큼 더 약세를 나타낸 셈이다.
해당 흐름에는 수급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4분기에 들어선 후 연말로 갈수록 국내 기관투자자의 채권 수요가 감소한다. 반면 은행채와 여전채는 공급 유인이 계속 이어진다. 채권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커지면 금리를 올려줘야 하고 스프레드는 확대된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후를 살펴보면 은행채와 여전채 발행 물량이 특히나 많았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의하면 지난달 순발행액이 은행채 6조 9080억원, 기타금융채 3조 9108억원, 회사채 9149억원으로 나온다. 이달에는 중순까지 은행채 4조 7840억원, 기타금융채 1조 9328억원, 회사채 1500억원이다.
순발행액은 채권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차감한 금액이다. 해당 규모가 크면 채권을 단순히 차환하는 것을 넘어 신규 발행이 많았다는 뜻이다.
월간 변동을 적용한 이후 주요 섹터의 크레딧 스프레드(괄호는 조달금리)는 ▲은행채 AAA급 38.5bp(4.22%) ▲여전채 AA급 65.4bp(4.49%) ▲여전채 A급 229.2bp(6.13%) ▲회사채 AAA급 48.8bp(4.32%) ▲회사채 AA급 62.9bp(4.46%) ▲회사채 A급 133.7bp(5.17%) 등으로 나온다.
스프레드 확대는 은행이나 캐피탈사 등 채권 공급자 입장에서 조달금리가 상승해 관련 비용이 늘어나게 됨을 의미한다.
연말까지 스프레드 확대 지속…강세 전환은 내년 전망
금융채 스프레드 확대는 올해 연말을 넘어 내년 초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채는 연말로 갈수록 발행이 감소해 상대적 강세를 나타낼 수 있지만 금융채는 공급 여건이 달라서다. 은행채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등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발행 물량이 증가할 수 있으며,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조달 필요성이 지속되며 수급에 더 민감하다.
이와 관련 김은기
삼성증권(016360) 크레딧 연구원은 "섹터별 스프레드 차별화가 커지는 주된 요인은 발행 물량에 따른 수급 부담이 다르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연말에는 북클로징으로 크레딧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연초 채권자금 유입과 북빌딩으로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급 요인보다는 상대적인 가격 메리트가 더 중요해질 전망"이라며 "섹터별 스프레드 차별화는 연초에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말까지 완만하게 약세 흐름을 보이다가 연초효과 발현에 따라 강세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는데, 시장에서는 내년까지 두 차례 정도의 추가 인상이 시행될 수 있다고 본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고 그에 따라 크레딧 스프레드도 확대 압력을 받는다.
다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상당 부분 선반영이 됐고, 펀더멘털 측면에서 경제 성장(GDP 전망치 상향 조정)과 기업 실적의 개선으로 양호한 신용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더 부각된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추가 인상 자체보다는 경기나 수급 여건이 스프레드 경로에 더 중요한 변수일 수 있다"라면서 "오히려 연초효과를 염두에 둔 선제적 포지셔닝 수요 유입으로 내년 강세 전환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