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르니드, 저조한 분양에 공매 유찰…결국 할인 매각오데뜨오드 도곡, 준공 후 공매 장기화에 공사비 회수 난항청담·논현도 PF 차질…강남 입지·대형사 브랜드도 한계
부동산 호황기 고수익과 희소성을 내세웠던 하이엔드 부동산 시장에 부실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아파트 규제를 피해 투자 수요가 몰렸던 고급 오피스텔과 빌라, 타운하우스가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공사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강남 핵심 입지에서도 미분양과 경·공매가 잇따르고, 준공하고도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부실의 여파는 시행사를 넘어 시공사와 금융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은 자기자본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한 개발 구조에서 분양 실패는 시공사의 공사비 미회수와 금융권의 부실채권 증가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하이엔드 부동산의 경·공매 사례를 통해 호황기에 가려졌던 개발사업의 구조적 허점과 부실의 확산 경로를 추적하고, 시장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부동산 호황기 고수익과 희소성을 앞세웠던 강남권 하이엔드 주거시설마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아파트 규제를 피해 투자 수요가 몰렸던 고급 오피스텔과 빌라 등이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미분양과 경·공매에 내몰리면서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사업장조차 분양 부진을 피하지 못했고, 일부는 준공 이후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할인 매각됐다. 강남 입지와 대형 건설사 브랜드도 분양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시행사의 자금난과 공사비 회수 부담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초 르니드 (사진=에스엔에이치씨)
대형사 시공에도 미분양…준공 후 공매까지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하이엔드 주거시설 부실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롯데건설이 시공한 '서초 르니드'와
DL이앤씨(375500)가 시공한 '오데뜨오드 도곡'이 꼽힌다. 서초 르니드는 분양 부진으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뒤 공매 유찰을 거쳐 할인 매각됐고, 오데뜨오드 도곡 역시 준공 이후 미분양이 이어지면서 공사비 회수에 차질을 빚었다. '루시아청담 514 더테라스'는 본PF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부지 공매가 추진됐으며, '폴스타인 논현'과 '포도 바이 펜디 까사' 등도 공매에 나왔다. 이 외에도 '강남 피엔폴루스 크리아체'와 '청담501' 등 또한 공매와 사업 재편 문제가 불거지는 등 고가 주거시설의 자금 회수 부담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아 준공까지 마쳤지만 분양 부진을 피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업장으로는 롯데건설이 시공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르니드'가 꼽힌다. 시행사 에스엔에이치씨(SNHC)가 추진한 이 사업은 지하 8층~지상 20층, 오피스텔 156실과 근린생활시설로 구성했다. 강남대로변 입지에 고급 주거시설을 표방하며 공급됐지만 분양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24년 10월 말 기준 전체 분양률은 29.68%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피스텔 분양률은 33.56%였다. 상업시설은 분양 실적이 없었다.
분양 부진은 공매로 이어졌다. 시행사 에스엔에이치씨가 추진한 서초 르니드는 지난해 1월 준공됐지만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대주단의 자금 회수 압박을 받았다. 이에 코리아신탁은 지난해부터 공매를 진행했으며, 올해 6월에는 오피스텔 124실과 근린생활시설 16실을 묶어 일괄 매각에 나섰다. 당시 최저입찰가는 1692억원으로 감정가 약 3042억원의 56% 수준까지 낮아졌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7월 이지스자산운용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수의계약으로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 핵심 입지에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고급 오피스텔조차 제값을 받지 못하고 할인 매각된 셈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 역시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르니드는 지난해 1월 준공됐지만 분양대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공사비 정산에도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마쳤음에도 분양 부진에 따른 자금 회수 부담이 이어졌다.
루시아청담 514 더테라스 (사진=루시아홀딩스)
DL이앤씨가 시공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오데뜨오드 도곡'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행사 도곡닥터스가 추진한 이 사업은 2023년 준공됐지만 미분양 물량이 남으면서 PF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사업장이 공매 절차에 들어갔고, 공사비를 받지 못한 DL이앤씨도 채권 회수에 나섰다. 준공 이후에도 분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자금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시행사는 사업비 조달을 위해 약 67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받았지만 분양대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2024년 4월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이후 대주단이 담보 자산 처분에 나섰으나 2024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21차례 진행된 공매가 모두 유찰됐다. 감정가 1407억원이던 자산의 최저입찰가가 약 905억원까지 낮아졌는데도 매수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공매가 장기화하자 DL이앤씨는 지난해 3월 미수공사비 원금과 지연이자 등을 포함한 약 227억원의 채권을 150억원에 할인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채권을 인수한 우신버스가 계약금 15억원만 지급한 채 잔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회수 작업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우신버스는 올해 3월 담보권의 효력 등을 문제 삼아 DL이앤씨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준공 이후에도 공매 유찰과 채권 매각 분쟁이 이어지면서 공사비 회수 문제가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시행사는 사업비 조달을 위해 약 67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받았지만 분양대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2024년 4월 EOD가 발생했다. 이후 대주단이 담보 자산 처분에 나섰으나 2024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21차례 진행된 공매가 모두 유찰됐다. 감정가 1407억원이던 자산의 최저입찰가가 약 905억원까지 낮아졌는데도 매수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공매가 장기화하자 DL이앤씨는 지난해 3월 미수공사비 채권을 할인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 과정에서 법적 분쟁까지 불거졌다.
서초 르니드와 오데뜨오드 도곡은 모두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마쳤지만 분양 부진으로 PF 상환과 공사비 회수에 차질을 빚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시공사의 브랜드와 준공 실적만으로는 사업의 최종 수익 실현까지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담도 예외 없다…초고가 개발사업 줄줄이 공매
강남권에서도 최고급 주거지로 꼽히는 청담동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초고가 분양가를 앞세운 하이엔드 개발사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은 착공 전부터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하지 못해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강남이라는 입지와 높은 분양가만으로는 사업성을 인정받기 어려워진 셈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시아청담 514 더테라스'다.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을 추진했지만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하는 데 차질을 빚으면서 사업부지 공매가 추진됐다. 당시 수백억원대 펜트하우스까지 계획하며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지만 개발 초기부터 금융조달의 벽에 부딪혔다.
'포도 바이 펜디 까사' 역시 초고가 주거시설의 매각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당 사업장은 여러 차례 공매 과정에서 입찰가격을 낮췄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해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주거시설은 일반 주택보다 수요층이 제한적인 만큼 자산 가치가 높더라도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준공을 마친 사업장에서도 공매 사례가 이어졌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폴스타인 논현'은 기존 호텔을 고급 오피스텔로 전환한 사업장이다. 준공 이후 분양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PF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공매에 나왔다. 호텔을 하이엔드 주거시설로 바꿔 자산 가치를 높이려 했지만 분양대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금융 부담이 이어진 것이다.
이들 사업장은 개발 단계와 부실 발생 시점은 다르지만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 핵심 입지에 고급 설계와 희소성을 앞세웠지만 시장 침체 이후 실제 매수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초고가 상품은 수요층이 좁아 분양이 지연되거나 공매가격을 낮춰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호황기 높은 분양가를 전제로 추진했던 개발사업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호황기에는 강남 입지와 희소성만으로도 높은 분양가를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하이엔드 주거시설은 수요층 자체가 좁다 보니 가격을 낮추더라도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고급 주거시설은 준공을 마쳤다고 해서 사업이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분양대금 회수가 늦어지면 금융비용이 계속 쌓이고, 결국 공매로 넘어가더라도 대출금과 공사비를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