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기업, 빗나간 흑자 전망에 주주는 증자 부담까지
공모자금, 시설투자서 운영비·채무상환으로 이동
증자·CB로 희석 부담…주관사 추정 근거도 점검 과제
공개 2026-10-21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16일 18:29에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기술특례상장사 일부가 상장 당시 제시한 흑자전환 시점을 넘기고도 적자를 이어가면서 추가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기업공개(IPO)로 확보한 자금을 투입한 뒤에도 예상했던 수익이 발생하지 않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당초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배정했던 공모자금이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으로 이동했다. 사업화 지연 속에 자금 사용계획이 달라지고 추가 조달에 따른 기존 주주의 희석 부담도 커지면서, 발행사와 주관사의 추정 근거도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흑자 예상했던 해에도 적자…신사업·기술이전 가정 빗나가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퀄리타스반도체는 상장 당시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 386억 5000만원과 영업이익 98억 7000만원을 예상했다. 그러나 같은 개별 기준 실제 매출은 53억 5000만원으로 추정치의 약 13.8%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244억 7000만원을 기록했다.
 
샤페론도 상장 당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92억 5000만원과 영업이익 320억 6000만원을 예상했다. 실제 연결 매출은 2억 3000만원, 영업손실은 158억 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기술이전 등을 통한 매출 확대를 기대했지만 실제 매출은 추정치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에이텀은 전기차 신사업의 매출 발생이 늦어졌다. 상장 당시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연결 기준 영업이익 7억원을 예상했지만 같은 기준 실제로는 41억 5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전기차 부품과 충전기에서 기대했던 매출 41억 3000만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노시뮬레이션은 2023년 개별 기준 영업이익 26억 6000만원을 추정했지만 같은 개별 기준 실제로는 2억 1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레이저쎌 역시 2022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42억 9000만원을 예상했으나 같은 해 연결 영업손실이 50억 3000만원에 달했다. 흑자를 기대했던 시점부터 실제 실적과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흑자전환 지연이 공모자금 집행과 추가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은 당초 계획했던 성장투자를 늦추고 운영자금이나 채무상환에 더 많은 자금을 사용했다. 이후 유상증자와 CB 발행이 이어지면서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기존 주주와 새로운 투자자로부터 다시 조달하기도 했다. 

 
공모자금 소진 속 사용계획도 변화…시설·연구개발 대신 운영·채무상환
 
수익 창출이 늦어지는 동안 IPO 자금도 소진됐다.
 
레이저쎌은 시설·운영자금 248억 2000만원을 올해 6월 말까지 모두 사용했다. 이노시뮬레이션의 IPO 순조달자금 132억 2000만원도 지난해 말까지 전액 집행됐다.
 
실제 사용처가 당초 계획과 달라진 사례도 있다.
 
퀄리타스반도체는 IPO 순조달자금 298억 5000만원 중 278억 5000만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20억원을 상장 당시 계획에 없던 텐스토렌트 투자에 투입했다. 회사는 사업 협력과 투자차익 확보를 목적으로 설명했다.
 
에이텀은 올해 3월 투자설명서 기준 시설자금으로 배정했던 64억 9000만원 가운데 실제 시설투자에 15억 5000만원을 사용했다. 시설투자 집행액이 계획보다 50억원 가까이 줄어든 사이 운영자금은 되레 급증한 셈이다. 전기차용 제품의 검증 기간이 길어지면서 설비 도입이 늦어졌고, 일부 미집행 시설자금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했다.
 
샤페론은 IPO 자금뿐 아니라 2024년 유상증자 순조달자금 122억 5000만원도 지난해 말까지 임상·연구개발과 인건비 등으로 모두 사용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다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자금 소진이나 사용계획 변경 자체가 사업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업화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는 자금 투입의 성과와 흑자전환까지 필요한 추가 재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시설자금을 운영비로 사용했다면 향후 설비투자 재개에 따른 조달 부담도 남는다.
 
주주에게 돌아온 희석 부담…주관사 추정 검증도 과제
 
추가 조달은 발행주식 증가로 이어졌다.
 
레이저쎌은 202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CB·유상증자로 약 260억원을 조달했다. 발행주식은 유상증자와 CB 전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등을 거치며 2024년 말 872만 6972주에서 올해 6월 말 1460만 3043주로 67.3% 늘었다. 보유주식 수가 그대로인 주주의 지분 비중은 상대적으로 40.2% 줄어든 셈이다.
 
에이텀도 올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400만주를 발행해 139억 6000만원을 조달했다. 신주 수는 증자 전 발행주식의 약 74%에 해당한다. 
 
샤페론은 2024년과 지난해 두 차례 유상증자로 액면병합 전 기준 총 2317만 2000주를 발행해 약 376억 8000만원을 확보했다. 올해 9월 실시한 5대1 액면병합을 반영하면 해당 신주 수는 463만 4400주에 해당한다.
 
미전환 CB도 잠재적인 부담이다.
 
퀄리타스반도체의 300억원 규모 CB는 지난해 말 기준 전환가능주식 수가 231만 8034주로, 당시 발행주식의 16.4%였다. 실제 희석 규모는 이후 전환가액 조정과 전환·상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추가 조달액이 모두 적자 보전에 사용된 것은 아니다. 퀄리타스반도체의 해당 CB 자금은 지난해 말 전액 미사용 상태였고, 이노시뮬레이션도 지난해 유상증자로 조달한 57억원 중 40억원을 연말까지 남겨뒀다. 실제 자금 집행과 별개로 신주 발행이나 전환권 부여에 따른 희석 부담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들 기업의 IPO 대표주관사는 레이저쎌이 삼성증권(016360), 퀄리타스반도체가 한국투자증권, 이노시뮬레이션과 에이텀이 하나증권, 샤페론이 NH투자증권(005940)이다. 사업계획과 실적 전망을 제시한 발행사와 함께, 이를 검토해 공모가 산정에 반영한 주관사의 역할도 점검 대상이다.
 
주관사는 IPO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동시에 의무인수 등으로 자기자금을 투입한다. 그러나 의무인수 금액은 투자 원금으로, 수수료와 단순 비교해 손익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보유기간과 처분가격, 처분 이후에도 이어진 사후관리까지 확인해야 주관사가 부담한 위험을 평가할 수 있다.
 
실적 미달만으로 부실한 검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상장 당시 확보한 계약과 수주, 고객사 협의 단계에 비춰 매출 가정이 합리적이었는지, 사업화 지연에 따른 추가 자금 수요와 희석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모자금이 당초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거나 추가 조달이 필요한 상황을 예상하고 투자위험에 반영했는지도 의문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주관사 입장에서는 비교기업 선정과 예상 매출·이익 중 어떤 지표를 기업가치 평가에 적용할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라며 "최근에는 기술의 실질적인 가치와 시장성을 더 꼼꼼하게 검증하는 등 심사 문턱도 높아져 상장 추진이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특례상장은 기업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공급하려는 제도인 만큼 단기간의 실적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추가 조달에 따른 주주 희석 부담은 있지만, 사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자금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
 

도시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진실을 전달하겠습니다.

관련 종목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