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에 막힌 노사협상)③올해 타결해도 내년엔 원점…반복 교섭의 덫
단기 성과에 치우친 교섭…임금·고용 갈등 반복
보상·처우 기준 제도화로 반복 갈등 줄일 틀 필요
포스코, 생산성 인센티브 도입…성과 배분 기준 마련
공개 2026-10-07 06:2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02일 11:40에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정년 연장, 고용 확대 등 고용 안건이 중후장대 업계의 노사 협상을 장기화하는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기업은 인건비 증가와 조직 비대화를 우려한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문제인 탓에 협상은 길어지고 파업 등 갈등도 번지는 양상이다. <IB토마토>는 고용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현장을 짚고, 접점을 찾을 길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반복되는 노사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사 당사자를 아우르는 큰 틀의 원칙 확립이나 보상 조정 제도 마련이 거론된다. 매년 제로섬(한쪽이 이득을 보면 반드시 한쪽은 손해가 되는 상태) 관점에서 뺏고 뺏기는 식의 협상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장기적 이익보다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체계 구축 등 장기적 이익을 고려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고용과 처우를 둘러싼 양측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지만, 노사 협상 구조상 갈등 완화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사진=금속노조)
 
제로섬식 협상…단기 갈등 반복
 
2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중후장대 기업 내 노사 임단협은 매년 반복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노사가 임금, 고용 등 이슈에서 각자 다른 기준을 앞세우고 있어서다. 근로자는 생활 안정, 생존권,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입장이고, 기업은 미래의 비용,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 등을 고려하며 임단협 협상에 임한다.
 
각자 입장이 크게 엇갈린 까닭에 양측이 협상에 관한 공통의 원칙을 세우기도 어렵다. 이에 임금과 고용 조건 개선에 대한 협상 결과는 주로 노사 각각의 교섭력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다수다. 성과 배분과 근무 환경 개선에 대한 합의 결과가 매년 달라지는 까닭에 유사한 안건을 두고 갈등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전에 노사 양측이 정한 큰 원칙이 필요한 이유다.
 
매년 노사 갈등이 반복된다는 점 등을 미뤄 보면, 노사 협상 과정에서 큰 틀의 원칙이나 제도에 입각해 협상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노조 신임 구조가 있다. 노조 지도부는 임단협 협상 결과를 통해 조합원으로부터 평가받는다. 노사 양측이 관행처럼 이어져 온 협상 방식을 이어가면서 장기적인 원칙을 마련하는 것보다 당해 협상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처우 협상 방식에서 큰 원칙이 부재한 까닭에 매년 갈등이 지속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현대차 노사는 과거 노사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성과 배분에 대한 방안을 협의했지만, 협의는 중간되었다. 이후 한동안 노사는 성과배분을 두고 산정 규칙 없이 매년 교섭 협상에서 합의를 이어가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갈등 방지 시스템 필요성 커지지만…구조상 난관
 
성과 배분, 고용 등은 매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임금과 직무 등 세부 조건을 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 일본 오시마조선소는 정년 연장과 연령대별 임금 기준을 함께 마련한 바 있다. 조합원들은 고용 안정감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지만, 일률적인 임금 감액과 퇴직금 등에 대한 개선 요구는 남았다.
 
고용 기간과 보상 기준을 구체화한 뒤에도 처우를 조정하는 후속 협의가 필요한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해 개별 조건을 주고받는 협상 방식의 한계가 제기된다. 아울러 합의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노사가 함께 적용할 수 있는 제도가 요구된다. 최근 국내 산업계에 보상 등 임단협 핵심 내용을 제도화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해 생산성 향상에 대한 성과 보상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생산성 인센티브(PI) 제도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성과 보상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의 재량 등이 개입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고, 객관적 지표에 기반해 성과급을 산출하는 원칙이 확립된 것이다. 노사 갈등이 반복될 소지를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노사 관계 구조상 양측이 제도 확립이나, 원칙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단위의 노조가 매년 임단협 협상에 나서는 구조라 노조마다 협상 목적, 처우 요구 수준이 제각각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노조별 협상력에 따라 갈등의 수준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이다. 독일과 일본 등 산별 단체(동일 산업군 노조 연합)가 매년 노사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경우와 다르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IB토마토>에 "우리나라의 노사 관계는 독일 등 산별 단체가 협상 지침을 제공하는 경우와 다르게 기업 단위 노조가 임단협에 임하는 구조라 산업별로 일관성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에 상급 단체의 통제력이나 영향력이 비교적 덜한 것이 현실"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정준우 왜?(Why?)에 대한 답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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