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코스메틱 자본 -302억…순손실은 매출의 3배BW 200억 조기상환 청구 가능…장부가 원금 '턱밑’에이투젠도 자본잠식…RCPS 상환 원리금 약 56억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유한양행(000100) 종속기업인 유한코스메틱과 에이투젠이 나란히 자본잠식에 빠졌다. 실적 부진 속 외부 투자자가 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시점까지 도래하면서 모회사의 지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매출 줄고 손실 늘고…유한코스메틱 재무구조 '악화일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코스메틱의 자본총계는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302억원으로 지난해 말(-254억원)보다 잠식 폭이 18.88%(48억원) 확대됐다. 자산은 187억원에 불과하지만, 부채는 489억원으로 자산의 2.61배에 달한다.
본업 실적도 뒷걸음질 쳤다. 유한코스메틱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4억원으로 전년 동기(18억원) 대비 24.28%(4억원) 줄어든 반면 반기순손실은 48억원으로 전년 동기(41억원) 대비 18.20%(7억원) 늘었다. 매출의 3배가 넘는 손실을 냈다.
문제는 외부 차입금 상환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이다. 유한코스메틱은 지난 2024년 6월과 7월 제18·19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각각 100억원씩 총 2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표면금리와 만기보장수익률은 모두 0%이며 만기는 2029년이다.
다만 사채권자는 발행 2년이 지난 날부터 3개월마다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28일(제18회)과 7월12일(제19회)부터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BW 200억원은 전액 유동부채로 분류됐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1100원으로 기업가치가 회복되지 않는 한 투자자의 조기상환 청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담보 또한 묶여 있다. BW 발행과 관련해 연결회사 유형자산 일부가 사채 인수자에게 담보로 제공됐고 담보 설정 금액은 257억원이다. 자체 현금 창출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환 청구가 몰리면 자산 처분이나 모회사 지원 외에 대응 수단을 찾기 어렵다.
회계상 부채 규모 역시 원금에 바짝 다가섰다. BW 장부금액은 상반기 기준 199억원으로 지난해 말(186억원) 대비 7%(14억원) 늘었다. 표면이자는 없지만 발행 당시 분리한 신주인수권 가치만큼의 할인액을 상각하면서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할인액 잔액은 5000만원 수준으로 줄어 장부상 부채가 사실상 원금 200억원에 근접했다.
비지배 지분 손실 15배로…추가 지원 실익엔 '물음표'
유한양행의 유한코스메틱 보통주 지분율은 32.5%다. 회사가 유한코스메틱의 재무·영업 정책을 결정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종속기업으로 분류한다. 유한양행은 보통주 외에 전환상환우선주(RCPS)도 보유했다. 별도 기준 종속기업투자주식 장부금액은 207억원, 전환상환우선주 등 기타 투자 장부금액은 108억원이다. 유한코스메틱의 9억원 규모 지급보증보험에 대해서도 유한양행이 보증을 서고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3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이 묶여 있는 만큼 향후 별도 재무제표상 손상차손 인식 가능성 또한 거론된다. 회사는 유한코스메틱 투자자에게 동반 매도 참여권 조항이 포함된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 일정 조건에서 주식 처분이 제한된 상태다.
사업 정리나 지분 매각 등 출구 전략을 택하더라도 투자자 이해관계를 따져야 하는 만큼 처리 과정에서 모회사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유한코스메틱은 지난해 화장품 판매 자회사 유코스토리를 신설하기도 했으나 자본금 500만원 규모로 아직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 다른 종속기업 에이투젠 역시 자본 잠식에 빠졌다. 유한양행이 지분 67.2%를 보유한 에이투젠의 자본 총계는 상반기 기준 -5억원으로 지난해 말(13억원)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상반기 매출은 51억원으로 전년 동기(18억원)보다 183.3% 늘었지만 반기순손실 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유한양행 별도 기준 에이투젠 장부금액은 168억원이다.
에이투젠은 2022년 1월 제1차 RCPS 6만 750주를 주당 7만 1800원, 총 44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발행일로부터 3년이 지난 지난해 1월부터 상환 청구가 가능하며 상환 시 발행가액에 연복리 6%를 적용한 이자를 더해 지급해야 한다.
상반기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상환 원리금은 56억원 안팎이다. 연결 재무제표상 해당 RCPS 부채는 37억원으로 지난해 말(35억원)보다 5.7% 늘었다. 기업공개(IPO)나 합병 시 전환가격을 낮추는 조항도 있지만 자본잠식 상태에서 상장을 통한 보통주 전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소송 부담 또한 겹쳤다. 에이투젠은 대전지방법원에서 진행된 2억 2000만원 규모 용역비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해 항소를 준비 중이며 2억 4000만원을 충당부채로 인식했다. 자산 92억원, 부채 98억원으로 자본이 바닥난 상황에서 RCPS 상환 청구가 들어오면 이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적자 자회사의 손실은 연결 실적에도 부담이다. 이뮨온시아 등 다른 적자 자회사를 포함한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비지배 지분 귀속 순손실은 60억원으로 전년 동기(4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두 자회사의 재무 부담은 결국 유한양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사는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797억원을 보유해 상환 여력 자체는 충분하다. 다만 본업과 시너지가 뚜렷하지 않은 자회사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