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은 빠른 배달을 앞세워 몸집을 키웠다. 그 사이 배달을 책임지는 우아한청년들은 수년째 산재 신청·승인 건수 1위에 올랐다. 배민은 안전교육에 투자해 왔지만 라이더들이 도로 위에서 마주하는 위험까지 줄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IB토마토>는 산재 건수 너머 라이더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배민의 성장 뒤에 놓인 위험과 사고를 줄이기 위해 바꿔야 할 것들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보현·김상우 기자]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에게 '미션'은 단순한 추가 보상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 건수를 채우면 보수를 더 받을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빠르게, 더 많이 달려야 한다. 건당 배달료만으로 목표 수입을 채우기 어려워진 라이더들이 미션에 기대면서 과속과 신호위반 등 위험 운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오후 전업 라이더 김영학씨가 픽업지까지 가는 시간을 줄이려 과도한 코너링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IB토마토)
추가 보수 걸린 시간제한…속도 높이는 라이더들
"신호를 무시하거나 갓길로 과속하면 미션은 80% 성공해요."
지난 23일 <IB토마토>가 만난 4년차 전업 라이더 김영학(30)씨는 배달의민족 '미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션은 특정 시간 안에 일정 배달 건수를 채우면 추가 보수를 지급하는 제도다.
김씨는 수원·안산 일대에서 평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오토바이를 탄다. 하루 목표 수입은 평일 15만원, 주말 20만원이다.
이날 오후 2시50분께. 늦은 오후 업무를 시작한 김씨에게 콜이 들어왔다. 2㎞ 남짓한 거리, 구간배달료는 3060원이었다. 김씨는 콜을 확인한 뒤 픽업지로 향했다.
지난 23일 오후 전업 라이더 김영학씨가 더 빠른 길을 찾기 위해 배달 과정에서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IB토마토)
평일 오후라 도로가 비교적 한산했지만 김씨의 시선은 목적지만 향하지 않았다. 그는 주행 중에도 휴대전화 화면을 수시로 확인했다. 중간에 들어오는 콜 수락 여부를 40초 안에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눈을 판 사이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자 김씨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잠시 뒤 신호가 바뀌는 교차로에서도 휴대전화와 도로를 번갈아 확인하며 주행을 이어갔다.
콜 수락 전 동선과 배달료뿐 아니라 음식점과 메뉴, 조리 대기 여부 등도 확인해야 했다. 다음 콜이 언제 들어올지, 미션을 수행 중이라면 남은 시간과 건수가 얼마인지도 운행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였다.
지난 23일 오후 전업 라이더 김영학 씨가 콜 수락 등을 위해 배달 중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사진=IB토마토)
특히 '미션'은 김씨처럼 할당량(평일 15만원)을 정해놓고 일하는 라이더에게 '조기퇴근'의 열쇠다.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는 도급제 노동자인 만큼 배달 건수가 곧 수입으로 이어져, 미션으로 추가 보수를 받는다면 비교적 빠르게 할당량을 채울 수 있다.
오후 3시 30분에 배달 한 건을 완료한 김씨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미션을 기다렸다. 대기 중 그가 보여준 미션 내역을 보면, 기본 미션 15건을 달성하면 3만 7500원을 지급하고, 추가 미션 30건까지 달성하면 8만 2500원을 지급하는 사례 또한 있었다. 목표 건수가 두 배로 늘면서 추가 보수 역시 2.2배까지 증가하는 구조다.
김씨의 미션 내역에 기본미션 수당과 추가 미션 수당이 명시돼 있다. (캡쳐본=본인 제공)
그는 취재진에게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미션 안 하면 바보라는 말까지 돈다. 건당 수입이 배로 올라가기 때문"이라며 "평소 일반 배달을 하면 시간당 약 4건을 처리할 수 있지만, 미션 할 때 속도를 높이면 6건까지 가능해진다"고 했다.
시간당 처리 건수 차이는 수입 차이로 이어진다. 김씨가 미션으로 얻는 돈은 월수입의 30%를 차지한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에 따르면 대부분 라이더들이 미션을 수행하며, 미션수입으로 월수입의 20% 이상을 충당한다. 김씨는 미션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비유했다. 강제성은 없지만 추가 보수를 내걸어 라이더들을 경쟁으로 내몬다는 취지다.
영종도와 운정신도시 인근에서 일하는 7년차 전업 라이더 전민연씨(40, 가명) 경험 역시 비슷하다. 전씨는 하루 약 10시간을 일해 13만원 정도를 번다.
그가 경험한 미션 중에는 점심이나 저녁 피크시간 2시간 동안 14건을 수행해야 추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조건도 있었다. 통상 배달에서는 음식점 조리 대기와 픽업, 이동, 전달까지 한 건당 20분가량(한산한 교통상황, 3km 이하 기준)이 소요된다. 배달플랫폼노조가 제시한 시간당 평균 배달건수 3.2건과 비교하면 무리한 과제다.
지난 23일 오후 전업 라이더 전민연씨(가명)가 갑작스레 들어온 미션에 갓길에서 급하게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IB토마토)
전씨는 <IB토마토>에 "1건이라도 실패하면 금액을 전액 수령하지 못하니 미션이 없으면 굳이 과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션을 라이더가 원할 때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본지가 전국배달라이더협회에 요청한 사례에 따르면, 2~3시간 안에 12건을 수행하면 1만 5000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미션 시 초반에는 콜이 비교적 잘 들어오다가 목표 건수에 가까워질수록 콜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1시간 30분 동안 10건을 채웠더라도 남은 두 건을 하지 못하면 추가 보수를 받을 수 없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콜을 받기 위해 평소보다 멀리 이동하거나 배달을 서두르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배달라이더협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션이라는 게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며 "라이더들은 시간이 곧 돈이라 미션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미션을 받으려고 빗길을 돌아다니다 넘어지는 경우도 있고, 휴대폰을 계속 확인하다 계단에서 다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신규 라이더에게 비교적 달성하기 쉬운 미션이 제공되는 반면, 장기간 운행한 라이더에게는 고난도 미션이 주어지기도 한다. 배달노동자 단체들은 배민 측에 미션 기준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배민은 아직까지 미션 운영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씨가 콜을 잡기 위해 핸드폰을 조작하는 모습. (사진=IB토마토)
건수에서 포인트로…따져야 할 조건도 늘었다
미션 조건도 복잡해지고 있다. 김씨가 배달을 시작한 2022년 무렵에는 정해진 건수를 채우면 보수를 주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부터는 배달 건수 대신 포인트를 쌓는 방식도 도입됐다. 단거리 배달에는 적은 포인트, 장거리 배달에는 많은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포인트 미션에서는 배달 건수를 채웠다고 끝나지 않는다. 주문의 거리와 종류에 따라 쌓이는 포인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목표치에 거의 도달했더라도 포인트가 조금 모자라면 배달을 더 해야 한다. 김씨는 이런 구조가 미션을 중간에 포기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봤다. 그는 "못 빠져나가게 잔금을 계속 넣어놓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미션 내역을 보면 포인트제와 건수제 미션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캡쳐본=본인 제공)
최근에는 며칠에 걸쳐 정해진 배달 건수를 채우는 '랠리 미션'도 등장했다. 라이더들은 폭염이나 장마처럼 운행 여건이 나쁜 시기에 이런 미션이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픽업 지역을 지정하는 미션도 있다. 해당 지역의 음식점에서 받은 주문만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다른 지역으로 음식을 배달했다면 다음 주문을 받기 위해 지정 지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동 시간이 늘어도 미션을 마쳐야 하는 시각은 정해져 있다. 라이더들 사이에서 "시간을 맞추려면 과속밖에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배민은 미션이 라이더에게 추가 수익을 얻을 기회를 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라이더들은 낮아진 건당 배달료를 보충하기 위해 미션에 기대고 있었다. 안전하게 운전하라는 교육을 받아도, 정해진 시간 안에 배달 건수를 채워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조건 앞에서는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본단가가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 부족한 생계비를 벌기 위해 라이더들은 더 빨리, 더 오래 일하게 된다"며 "플랫폼이 미션으로 조금만 더 일하면 추가 보수를 주는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서, 생계가 급한 라이더들은 그 유인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김상우 기자 msangwoo0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