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식은 합쳐도 기업가치는 합쳐지지 않는다
동전주,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새로 포함
관리종목 피하려 주식병합 공시 잇따라
실적 뒷받침 없으면 병합 효과도 일시적
공개 2026-09-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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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유독 자주 눈에 띄는 공시가 있다. '주식병합결정'이다. 이름이 낯선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따라 병합을 결정하고 있다. 이들의 주가를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이거나 그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주식병합이 상장 유지의 급한 불을 끄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유는 명확하다. 올해 7월부터 1000원 미만의 '동전주'가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1일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상장사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에는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가총액 기준도 강화됐다. 코스피는 3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을 기준으로 관리종목 지정 여부를 판단한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사업이 성장하고, 수익성을 개선해야 주가가 오를 수 있을 텐데 당장 사업이 성장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병합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주당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묘수가 된다. 주당 주가가 500원인 회사가 주식 5주를 1주로 합치면 주당 주가는 이론적으로 2500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 강화 이후 주식병합 결정이 잇따르는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주식병합을 결정한 코스닥 상장사는 2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 같은 기간 평균 10여개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금 당장 동전주에서 벗어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식병합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주당 가격이 올랐다고 기업 가치까지 오른 것은 아니다. 주식병합은 주식 수를 줄이는 대신 주당 가격을 높인다. 이론상 전체 시가총액은 그대로다. 실적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회사로 현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경쟁력을 높여주는 기술이나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제자리라면 시장은 기업의 본모습을 다시 평가한다. 과거 주식병합으로 주가가 상승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수없이 많았다. 주식병합 자체가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개선되지 않으면 주식병합도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기업이 깨달아야 한다.
 
물론 주식병합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주식 수가 지나치게 많아 주가 단위가 비정상적으로 낮거나 거래 구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 주식병합은 합리적인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주식병합을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자본시장의 정상적인 절차로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순서다. 사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나서 주식병합을 통해 유통주식 구조를 정비하는 것과 단순히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피하기 위해 주식병합부터 실시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투자자 역시 이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주식병합 결정'이라는 제목만 보고 호재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공시를 정확히 확인해 주식병합의 목적과 함께 회사의 최근 실적, 자본잠식 여부, 영업현금흐름, 부채, 차입금,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유상증자 이력 등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실적과 재무가 탄탄한 기업의 정상적인 절차인지, 단순히 상장폐지 요건을 피하기 위한 꼼수인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기업 역시 병합으로 당장의 고비를 넘겼다고 안심할 수 없다. 다음에는 본업의 실적으로 답해야 한다. 매출을 늘리고 이익을 내며 현금을 벌어야 높아진 주가를 지킬 수 있다. 주식 다섯 장을 한 장으로 묶는다고 기업의 내일까지 달라지지는 않는다.
 
최용민 산업1부장
 

최용민 하루하루 버티는 당신에게 힘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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