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 공실대란)③분양돼도 잔금 미수…공사비 회수 난항
분양 계약 후 잔금 미납, 사업비 회수 차질
준공 이후에도 분양대금 미수금 부담 지속
공사비 회수까지 지연되며 시공사 부담 확대
공개 2026-09-28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22일 09:53에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혁신의 거점으로 공급된 지식산업센터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심각한 공실에 빠졌다. 부동산 호황기 실제 입주 수요를 웃도는 공급이 이어진 데다 세제·금융 혜택을 노린 투자수요까지 몰리면서 산업공간이 사실상 투자상품으로 변질된 결과다. 시장이 꺾이자 미분양에 더해 잔금을 치르지 못한 미입주 물량까지 쌓이면서 부실 위험은 시행사와 시공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거쳐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일반공업지역 내 지식산업센터의 오피스텔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지와 산업기능, 기존 입주기업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주거 전환은 또 다른 공급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지식산업센터 공실 대란이 어디서 시작됐고 금융 리스크가 어떤 경로로 확산하고 있는지 추적하는 한편, 시장 정상화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분양 이후 잔금 납부와 실제 입주 여부가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계약이 이뤄졌더라도 수분양자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시행사는 예정했던 분양 대금 확보가 어렵고, 준공 이후 사업비 정산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분양 대금에 의존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과 공사비를 정산하는 사업장은 시공사와 금융권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푸르지오 디 오션 (사진=IB토마토)
 
미분양보다 무서운 '미입주'
 
22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지산은 2001년 이후 연평균 17.2%씩 증가했다. 2019~2023년은 준공 면적이 전체 누적 면적의 49.9%를 차지할 정도로 공급이 집중됐다. 이후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거래 감소와 분양 부진, 공실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현재 경기 및 수도권 지역 지식산업센터의 추정 공실률을 43% 수준이며, 2016~2023년 누적된 초과 공급 물량을 해소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분양 계약이 체결된 물량의 잔금 회수 여부가 사업장 자금흐름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산 개발사업은 분양 대금으로 PF 대출과 공사비 등을 갚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해당 구조로 계약자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높은 분양률에도 시행사가 예상했던 현금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준공 이후에도 분양 미수금이 쌓이거나 PF 상환이 늦어지면 관련 부담은 시행사에 그치지 않고 시공사와 금융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실 문제가 장기화할수록 지산의 자금 회수 부진이 PF 부실의 뇌관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푸르지오 디 오션 1층 상가 모습 (사진=IB토마토)
 
공사비 회수도 지연
 
일부 사업장에서는 준공 이후 분양 대금 회수가 원활하지 못 모습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곳이 대우건설(047040)이 시공한 경기도 시흥시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주상복합 개발사업'이다. 대한씨앤디가 시행한 이 사업은 지난 5월 준공됐으며 아파트와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시행사 대한씨앤디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분양 수익은 2520억 1026만원으로 전년 1046억 778만원보다 140.91%(1474억 247만원) 증가했다. 기말 분양 계약 잔액은 1520억 3416만원에서 461억 7453만원으로 69.63%(1058억 5962만원) 줄었다. 지난해 준공이 이어지면서 상당 규모의 분양 계약이 회계상 매출로 인식됐다.
 
분양 미수금은 같은 기간 165억 5955만원에서 873억 709만원으로 5.27배 커졌다. 누적 분양수익의 34.64%에 달한다. 분양 수익 중 수분양자로부터 못 받은 금액은 분양 미수금으로 남는데, 대한씨앤디의 대금 회수는 매출 인식 속도를 못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계약 잔액이 1000억원 이상 감소했지만, 회수되지 않은 분양 대금이 700억원 넘게 증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시공사인 대우건설 또한 해당 사업장 부담이 반영됐다. 대우건설은 앞서 시화MTV 사업과 관련해 아파트는 분양을 마쳤지만 오피스텔과 하부 상가의 분양 부진으로 시행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고, 공사비 회수가 원활하지 않아 예상 손실을 지난해 재무제표에 상당 부분 반영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파트는 분양을 마쳤지만 오피스텔과 하부 상가 분양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시행사의 자금 사정으로 공사비 회수가 원활하지 않아 예상되는 손실은 지난해 대부분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SK디앤디 '생각공장 구로' 현장. (사진=IB토마토)
 
분양률 85%인데 소유권 이전은 30%대 
 
서울 구로구 '생각공장 구로'는 높은 분양률에도 잔금 납부와 입주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사업 부담이 현실화한 곳이다. SK디앤디(210980)가 태영디앤아이와 공동으로 추진한 이 사업장은 지난해 10월 사용 승인을 받았다. 지산 기준 분양률은 약 85%에 달했지만, 준공 이후 소유권 이전을 마친 수분양자는 30%대에 그쳤다. 분양 계약은 상당 부분 확보했지만 잔금 납부와 소유권 이전까지 마무리된 실제 계약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 같은 차이는 올해 들어 실제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SK디앤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05억원의 매출 취소가 발생한 생각공장 구로의 수주잔고는 올해 상반기 899억원이다. 전체 공시 대상 수주잔고 1890억원의 47.54%를 차지했다. 준공 이후에도 분양 사업의 매출 인식과 대금 회수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차이는 올해 들어 실제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SK디앤디에 따르면 올해 일부 수분양자의 파산으로 생각공장 구로에서 약 405억원의 매출 취소가 발생했다. 높은 분양률에도 잔금 납부와 소유권 이전이 지연되면서 이미 인식했던 매출이 다시 취소되는 상황까지 나타난 것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관련 PF 대출은 정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SK디앤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생각공장 구로 지식산업센터와 관련한 본PF 담보대출 보증금액은 각각 220억원과 112억원으로 총 332억원이 기재돼 있지만, 보고기간 말 대출잔액은 두 건 모두 0원이다. 해당 대출은 태영디앤아이를 채무자로 한 것으로, 대출기간은 2026년 3월부터 2028년 3월까지로 설정돼 있다.
 
사업 자체도 상반기 중 공사를 마쳤다. SK디앤디는 반기보고서에서 생각공장 구로 사업이 2026년 4월 준공돼 보고기간 말 현재 진행 중인 계약이 없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당반기 총계약수익·총계약원가 추정 변동과 이에 따른 당기손익 영향도 모두 0원으로 나타났다. 즉 시공·PF 단계의 부담은 상당 부분 정리됐지만, 수분양자의 잔금 납부와 소유권 이전 등 분양대금의 최종 회수 문제는 별도로 남아 있는 구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확인된 수분양자의 잔금 납부와 소유권 이전 문제는 공사 준공이나 PF 대출잔액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PF 상환했지만…분양률 94%에도 남은 시행사 보유분'
 
남양주 별내 '현대 그리너리캠퍼스 별가람역'은 PF 대출을 모두 상환했지만 분양과 입주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사업장이다. 테라 개발이 시행하고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 사업은 2024년 2월 준공됐으며 지산과 근린생활시설 690호실로 구성됐다. 사업 과정에서 조달한 1050억원 규모의 PF 대출은 전액 상환돼 PF 상환 부담은 해소된 상태다.
 
시행사 재무제표를 보면 분양사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총 분양 예정 금액 2598억 7482만원 가운데 누적 분양수익은 2449억 4486만원으로 분양률은 94.25%다. 분양예정금액과 누적 분양수익의 차이는 149억 2999만원으로 전체의 5.75% 수준이다. 2024년에는 186억 7426만원의 분양 수익을 추가로 인식했지만 지난해에는 신규 분양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현대 그리너리캠퍼스(남양주 별내 15BL 지식산업센터) (사진=IB토마토)
 
준공 이후에도 시행사 보유분에 대한 판매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현장에서는 '시행사 보유분'을 내세운 분양이 진행되고 있으며, <IB토마토>가 직접 둘러본 건물 내부에서도 빈 호실이 다수 확인됐다. 시행사 보유분에는 최초 미분양뿐 아니라 계약 해지나 잔금 미납 등으로 다시 확보한 물량이 포함될 수 있지만, 현재 판매 중인 물량이 어떤 경로로 시행사에 귀속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시상 분양률이 94.25%에 달하고 PF 대출도 전액 상환됐지만 남은 물량의 판매와 실제 입주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000720)의 공사비 회수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분양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현재 입주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다"며 "다만 공사비 회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금액이나 진행 상황은 회수가 완료되기 전까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PF 상환과 별개로 잔여 물량의 분양과 입주, 시공사의 공사비 회수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분양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현재 입주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공사비 회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금액이나 진행 상황은 회수가 완료되기 전까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줄면서 높은 분양률에도 잔금 납부나 실제 입주가 늦어지는 사업장이 나타나고 있다"며 "수분양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임대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계약 해지나 잔금 미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시행사의 분양대금 회수뿐 아니라 시공사의 공사비 회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준공 이후 남은 물량에 대해서는 재분양이나 임대차 등을 통해 입주 수요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김소윤 복잡한 시장을 쉽게 풀어내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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