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오, 1000만주 공모하면서…전자주총은 배제 추진
표준정관 따라 주총 '현장 출석'만 허용
비용 부담에 전자주총 외면…상법 취지 퇴색
공개 2026-09-21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17일 09:28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코스닥 상장사 판타지오(032800)가 2027년 전자주주총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주주총회를 현장 직접 출석 방식으로만 열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산총액 2조원 미만 상장사는 전자주총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법 위반은 아니다. 다만 정관에 별도 제한이 없다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전자주총을 열 수 있도록 한 개정 상법의 기본 구조에서, 향후 이사회의 선택 가능성까지 정관으로 제한하는 셈이다. 특히 판타지오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1000만주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어 주주 접근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AI 제작·IB토마토)
 
판타지오, '현장 직접 출석' 정관 변경 추진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판타지오는 지난 14일 주주총회소집공고를 통해 자기주식의 보유 또는 처분, 의결권의 대리행사, 이사의 수 등 여러 건의 정관을 손질했다. 그중 제24조 소집지 관련 정관에는 '회사는 총회일에 주주가 소집지에 직접 출석하는 방식으로만 총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사진=판타지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판타지오의 이러한 정관 변경은 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상법은 정관에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전자 주총을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별도 허용 조항을 정관에 넣지 않아도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자 주총을 열 수 있다.
 
판타지오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자산총액은 939억원이다. 연간 자산총액을 역산해 계산해도 2조원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전자 주총 의무화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정관에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는 한 이사회가 전자 주총을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현장 주총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정관에 허용 조항이 없어도 전자 주총을 개최할 수 있도록 기본값을 설정한 가운데 정관을 변경하면서까지 제한 규정을 둔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 향후에도 전자 주총이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 출석 방식을 규정한 기업은 추후 주주 반발이 있거나 이사회가 개최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정관을 재변경해야 한다.
 
 
모든 자산총액 2조원 이하 상장사들이 동일하게 정관에 반대 조항을 넣은 건 아니다. 예로, 같은 달 코스닥 상장사 벡트(457600)는 주주총회 공고를 통해 제24조(소집지)에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상법에 따라 주주의 일부가 소집지에 직접 출석하지 아니하고 원격지에서 전자적 방법에 의해 결의에 참가할 수 있는 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변경 목적은 '주주권익 보호 및 선진 지배구조 체계 구축'을 위해서다. 코스닥 상장사 아세아텍(050860)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334970)스 등도 동일한 조항을 정관에 넣었다.
 
아울러 이번 제도 도입 취지가 주주들이 전자 주총에 출석해 주주권을 적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함인 점을 고려해도, 자산총액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정관에 반대 조항을 넣은 건 주주들의 우려를 살 수 있다. 주주총회가 특정 시기와 지역에 집중돼 개최된 결과, 시간과 거리의 제약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그간 빈번했기 때문이다.
 
판타지오 측은 <IB토마토>에 "이번 정관 변경은 개정 상법 및 코스닥협회 표준정관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현재 당사는 전자 주총 의무 대상이 아니며, 운영 여건을 고려해 현시점에서는 현장 직접 출석 방식을 채택했다"라고 전했다.
 
판타지오의 경우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을 통해 신규 소액주주들이 늘어나는 만큼, 전자 주총을 제한하는 동시에 주주 접근성마저 제한을 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회사는 이달 기존 발행주식 1246만주의 80.2%에 해당하는 1000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증자 후 신주가 전체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5%에 이른다. 주주들 입장에서도 이번 공고에서 어떤 이유로 주주총회 현장 출석만 가능하도록 제한을 둔 것인지 배경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에 판타지오 측은 "이번 정관 변경은 유상증자나 주주 증가와는 무관하며, 주주의 참여를 제한하려는 목적도 아니다"라면서 "당사는 앞으로도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충실히 보장하고, 전자 주총 도입 여부도 지속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코스닥 표준정관, 전자주총 두 가지 선택지
 
판타지오처럼 전자주총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사례는 다른 코스닥 상장사에서도 확인된다. 상당수 기업은 상법 개정에 맞춰 코스닥협회의 표준정관을 참고하고 있다.
 
(사진=코스닥협회 홈페이)
 
코스닥협회 표준정관은 상법 등 법령 개정에 맞춰 상장사들이 정관을 정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올해 개정된 코스닥협회 표준정관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이번 상법 개정에 앞서 두 가지 방안을 따를 수 있다.
 
첫째는 전자적 방법을 통해 결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주주총회를 여는 것이다. 둘째는 총회일에 주주가 소집지에 직접 출석하는 방법으로만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즉, 기업들이 판타지오처럼 정관에 '직접 출석'만 허용한다는 조항을 신설해도 코스닥협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랐다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전자투표제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하지만, 전자 주총과 전자투표는 방식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전자투표는 총회 전에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미리 제출하는 방식인 반면, 전자 주총은 총회 당일에 온라인으로 실제 출석해 회의 진행과 결의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전자투표는 정해진 기간 안에 찬반 의사만 미리 제출하는 데 그칠 뿐, 총회에 참석해 실시간으로 설명을 듣거나 질문할 수 없다. 즉, 거리와 시간의 제약으로 주총에 참여할 수 없는 주주들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능동적인 주권 행사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다만 코스닥협회 측은 <IB토마토>에 "저희 협회 표준정관은 상법 등 법률에서 정관으로 위임한 사항에 대하여 가치중립적으로 기업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자산총액 2조원 미만 기업중에서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하려는 기업과 도입하지 않는 기업에게 각각에 맞는 선택지를 제시한 것이다. 회사가 정관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는 회사의 경영판단에 해당하는 사항이지만 협회는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자주총 인력·비용 부담 들지만 
 
한국거래소 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기준 주식 회전율은 439.68%로 코스피(117.03%)의 약 4배에 달한다. 주식 회전율이란 주식 거래량을 그 기간의 상장주식 수로 나눈 비율이다. 주식시장의 유동성이나 주주가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교체가 많다는 의미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코스닥 기업은 주총을 열어도 현장에 오는 주주들이 거의 없다. 연말에 주식을 갖고 있다고 해도 주총이 열리는 시기에는 대부분 팔고 나가 손이 바뀌기 때문"이라면서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실제 주총 참석 인원이 많지 않아 전자 주총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드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소형 코스닥 기업들은 전자 주총에 드는 비용도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백만 주주가 동시 접속 가능한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구축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만일 기술 오류로 주총 중단이나 주주 자격 확인 이슈 등이 불거지면 자칫 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전자 주총을 운영하고 관리할 인력이나 조직 역시 추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전자 주총은 주주의 물리적·시간적 제약을 줄이고 의결권 행사 기회를 확대하는 수단인 만큼 단순히 참석 인원만을 기준으로 도입 필요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코스닥시장의 높은 주식회전율은 주주 구성이 자주 바뀐다는 의미일 뿐, 기준일 현재 주주에게 보장된 총회 참여권의 중요성이 낮다는 근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소액주주 비중이 높고 주주가 전국 각지에 분산된 기업일수록 온라인으로라도 회사 측의 설명을 듣고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전자 주총을 도입한 다른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자 주총 도입 여부를 기업의 선택에만 맡길 경우 비용 부담을 이유로 현장 출석만 허용하는 정관을 잇달아 도입하면서 상법 개정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면서 "상법 개정과 무관하게 주주의 참여권을 어떻게 균형 있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송혜림 한 걸음 더 깊게, 꼼꼼하게, 예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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