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의 경고등)②A- 믿었는데 돌연 D…리츠 신용평가 '뒷북'
상장리츠 23곳 중 14곳만 신용등급 확인
등급도 특정 평가사 편중…교차검증 한계
캐시트랩·가용현금·만기구조 반영 필요
공개 2026-09-14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08일 18:09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리츠 시장은 부동산 간접투자의 한 축으로 성장했지만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은 외형에 가려진 구조적 위험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높은 배당 의무와 차입 의존도가 맞물린 상황에서 자산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 대주단의 담보 조건 강화가 겹치면 차환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상장리츠 23곳의 단기채무 상환 능력을 비롯해 차입·유상증자 구조, 신용평가와 위험 공시 체계를 차례로 점검한다. 이를 통해 제2의 제이알 사태를 막기 위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짚고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국내 상장 리츠 중 일부는 신용정보가 제한적인 데다 등급을 보유한 리츠도 특정 평가사에 편중돼 투자자가 평가 결과를 교차 검증하기 어렵다. 신용등급이 있다고 해서 유동성 위험을 앞서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자산가치 하락과 담보인정비율(LTV) 상승, 캐시트랩 가능성 등 위험 신호가 누적되는 동안에도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했다. 리츠의 신용위험을 보다 정확히 보여주려면 실제 사용 가능한 현금과 재무약정 여유, 차입금 만기 집중도 등을 평가와 공시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23곳 중 14곳만 공개 등급…평가 범위도 제각각
 
8일 국내 신용평가사 3사(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034950)·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상장 리츠 23곳 중 신용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은 총 14곳이었다. D급인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와 BBB+인 이리츠코크렙(088260)을 제외하면 A-~AA-의 안정적인 등급을 유지 중이었다. 공통적으로 국내 자산 비중이 높고 재무적 약정 위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높은 신용등급의 평가 배경으로 거론됐다.
 
그 외 중소형 상장 리츠의 신용등급은 3사 모두에서 확인하기 어려웠고, 리츠 대부분은 한국기업평가에서만 기업 등급 공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발행사가 신용평가사를 선택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기관 대출 등 신용등급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복수 평가기관으로부터 등급을 받을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동일 기업임에도 신평사마다 'BBB+'와 'D'로 신용도가 엇갈린 사례도 있었다.
 
다만 이로 인해 투자자가 평가사별 기준과 의견을 교차 검증하기 어렵고, 일부 리츠는 외부에 공개된 신용정보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리츠의 신용등급은 개인 투자자에게 주요 판단 요소로 꼽힌다. 리츠가 배당 매력을 앞세운 안정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은 투자자에게 배당수익률로는 드러나지 않는 원금 손실과 배당 중단 위험을 보여준다.
 
해외 자산을 보유한 리츠라면 신용평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현지 부동산 가격과 금리, 환율뿐 아니라 담보인정비율(LTV)과 캐시트랩 등 대출 약정에 따라 임대수익이 국내로 유입되지 못할 수 있어서다. 투자자가 공시된 재무제표만으로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신용평가사의 분석과 등급 변동은 중요한 참고 사항이 된다.
 
한 리츠 주주는 <IB토마토>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등급이 없는 리츠의 차환 위험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라면서 "등급이 없다고 해도 해당 리츠의 신용도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위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지표는 필요하다"라고 토로했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용등급은 과거 몇 개년의 재무를 고려해 미래 전망을 측정하는 지표"라면서 "신평사마다 정해진 평가 기준이 있다고 해도 전망은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A-서 D까지 급락…안전판 '흔들'
 
상장 리츠의 신용등급이 화두가 된 것은 올해 4월 불거진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 때문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올해 4월 기업회생을 신청하기에 앞서 부동산 가치 하락과 LTV 상승, 차환금리 급등, 캐시트랩 발동 가능성, 환헤지 정산 부담 등 여러 위험 신호가 순차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업의 신용등급은 'A-급'으로 유지되며 투자자 혼동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용등급은 기업의 현재 재무 상태뿐 아니라 향후 현금흐름과 차입금 상환 능력, 시장 환경의 변화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정된다. 투자자에게 잠재적인 부실 위험을 사전에 알리고 투자 판단을 돕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만약 유동성 위기나 채무불이행 등 문제가 현실화된 뒤에야 신용등급이 부여되거나 조정된다면 신용평가는 위험을 선제적으로 알리는 기능을 잃고, 이미 발생한 사고를 확인하는 사후 통보에 그칠 수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공개한 '부동산투자회사' 평가방법론을 종합해 보면 주로 사업안정성과 재무안정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사업안정성은 자산의 질과 임대수익 등 현금흐름의 안정성, 자산 규모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자산의 입지와 용도, 임차인 구성, 임대차계약 기간, 공실률뿐 아니라 자산·임차인의 분산 수준도 주요 판단 기준이다.
 
재무안정성은 총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이자비용 감당 능력, 차입금의존도, 부채비율, 재무탄력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리츠는 이익 대부분을 배당해 내부 유보를 통한 차입금 상환이 제한되는 만큼 지속적인 차환 가능성과 자금조달 능력을 특히 중요하게 평가한다. 금융기관 및 자본시장 접근성, 보유 자산의 담보 여력, 스폰서의 신용도와 지원 능력도 신용등급을 좌우한다.
 
다만 신용평가사 관계자들은 제이알글로벌리츠 신용등급 사태의 경우 여러 위험 신호를 고려하더라도 다양한 재무 지표를 종합하다 보니 'A-'로 신용등급이 유지됐다고 설명한다. 자산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캐시트랩이 발동하더라도 LTV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 정산금 부담이나 EBITDA 등 다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는 근거에서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처럼 유동성 위기를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한 신평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장 리츠는 현금흐름이 발생하더라도 내부 유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유동성 분석은 자산을 기반으로 CP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한지 등 자본시장 접근성 위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평가의 적시성과 관련 정보 투명성 강화
 
지난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는 견실한 자산과 안정적인 임차인, 그리고 임대수익이 안정적인 유동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또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 기존 조달 실적이 향후 차환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드러냈다. 여기에 부동산 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 환헤지 정산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면 담보 여력이 줄고 신규 자금조달 비용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자본시장 접근성에 대한 평가는 과거 발행 실적보다 향후 일정 기간의 만기 집중도와 조달 비용, 대체 자금원 확보 가능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리츠 신용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주요 재무 약정에 대한 여유 수준과 캐시트랩 발동 가능성, 국내로 이전할 수 있는 현금 규모 등을 명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신용등급이 배당수익률 이면의 차환·원금 손실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평가의 적시성과 관련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근거에서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올해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다른 종류의 리츠 간 합병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법안이 논의됐지만, 상장 리츠의 재무안정성과 관련된 요소는 제도 개선 대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LTV·이자보상비율 등 정량적 재무 규제 도입을 검토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개선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면 투자자들이 상장 리츠에 투자하는 데 있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송혜림 한 걸음 더 깊게, 꼼꼼하게, 예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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