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새판짜기)①90%가 밴드 상단…공모가 '뻥튀기' 논란
최근 1년 신규 상장 50곳 중 45곳 밴드 상단 확정
상단 주문·확약률과 엇갈린 주가…11월 새 제도 시험대
공개 2026-09-09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07일 17:15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에 집중되고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가격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 역시 적정 기업가치를 가리는 절차가 아니라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오는 11월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확인하는 사전수요예측과 장기투자자에게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가 시행된다. <IB토마토>는 현행 IPO 가격결정 구조의 허점을 짚고 새 제도가 공모가 산정과 상장 후 수급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살펴본다. 아울러 제도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진단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현행 수요예측 방식이 적정 공모가를 찾기보다 가격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투자자들이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해 기업가치와 관계없이 희망공모가 상단 이상의 가격을 써내거나 의무보유확약에 나서면서 수요예측 결과가 실제 투자수요보다 과장될 수 있어서다. 실제 최근 1년간 신규 상장 기업 대부분이 희망범위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돈 사례가 잇따랐다.
  

(사진=AI 제작·IB토마토)
 
IPO 기업 90% 밴드 상단 확정…공모 흥행 뒤 성적은 엇갈려
 
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5년 9월~2026년 8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일반기업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리츠, 이전상장을 제외하고 총 50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3곳,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47곳이다.
 
이 가운데 90%인 45곳이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반면 밴드 하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한 기업은 케이뱅크(279570)와 채비, 스트라드비젼(475040), 인제니아테라퓨틱스(950260), 해치텍 등 5곳에 그쳤다.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에 집중된 가운데 수요예측 흥행이 상장 이후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는지는 종목별로 엇갈렸다. 상단 초과 주문과 의무보유확약이 많았던 일부 기업은 상장 이후에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비슷한 수요예측 결과를 확보하고도 공모가를 밑돈 기업도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한 노타(486990)는 상단 초과 주문 비율과 신청수량 기준 의무보유확약률이 각각 6.7%, 59.75%였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상장 3개월 뒤 345.6%, 6개월 뒤 289.56%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한 알지노믹스(476830)도 신청수량 기준 확약률이 74.29%에 달한 가운데 3개월과 6개월 수익률이 각각 769.33%, 301.33%를 기록했다. 에임드바이오 역시 신청수량 기준 확약률이 74.22%였으며, 3개월과 6개월 수익률은 각각 366.36%, 151.82%로 집계됐다.
 
반면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에서 결정된 뒤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상장한 세나테크놀로지(061090)는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인 5만6800원으로 결정됐지만 상장 3개월과 6개월 수익률은 각각 -18.66%, -12.68%를 기록했다. 더핑크퐁컴퍼니도 희망범위 상단인 3만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으나 3개월 뒤 주가는 공모가보다 41.32%, 6개월 뒤에는 64.39% 하락했다.
 
의무보유확약률이 높았던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상장한 메쥬는 전체 신청수량의 4.68%가 희망공모가 상단을 초과했고 신청수량 기준 확약률도 75.4%에 달했다. 하지만 상장 3개월 뒤 주가는 공모가보다 41.94% 하락했다. 올해 상장한 #카나프테라퓨틱스도 신청수량 기준 확약률이 76.1%에 달했지만 3개월 수익률은 -5.0%를 기록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493280) 역시 신청수량 기준 확약률이 76.01%였으나 3개월 뒤 주가는 공모가보다 7.5% 낮아졌다.
 
이처럼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에서 결정되거나 높은 의무보유확약률을 기록하더라도 상장 이후 성과는 크게 엇갈렸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나타난 높은 가격 주문과 확약률이 반드시 적정 기업가치나 중장기 투자수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상단 초과·신청 확약 저조한데 공모가 상단…상장 후 급락
 
희망공모가 상단을 뛰어넘는 가격 수요와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도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에서 결정된 뒤 주가가 급락한 사례도 나타났다.
 
올해 상장한 한패스는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인 1만9000원으로 결정됐지만 상단 초과 주문 비율은 2.29%, 신청수량 기준 확약률은 27.43%에 머물렀다. 상장 3개월 뒤 주가는 공모가보다 70.26% 하락했다.
 
지난해 상장한 테라뷰도 상단 초과 주문 비율과 신청수량 기준 확약률이 각각 2.6%, 10.19%에 불과했지만 공모가는 희망범위 상단인 8000원으로 확정됐다. 상장 3개월 뒤 주가는 공모가보다 24.38%, 6개월 뒤에는 61.19% 하락했다.
 
지난해 상장한 이지스(261520) 역시 상단 초과 주문 비율과 신청수량 기준 확약률이 각각 2.6%, 6.31%에 그친 가운데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인 1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이후 3개월과 6개월 수익률은 각각 -40.87%, -69.73%를 기록했다.
 
이처럼 상단 초과 주문 비율과 장기 보유 의사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기업도 공모가가 밴드 상단에서 결정된 뒤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대부분 기업의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에서 결정되는 현행 수요예측 구조만으로는 공모가의 적정성을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모가 밴드 정하기 전 기관 평가 확인…11월 제도 시행
 
금융당국은 이 같은 수급 왜곡과 공모가 왜곡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제도 개편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30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관련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9월 8일까지의 예고기간을 거쳐 오는 11월 13일 시행할 예정이다.
 
핵심인 사전수요예측은 주관사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희망공모가 밴드를 공시하기 전에 일정 요건을 갖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매입 희망 가격과 물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밴드 설정 단계부터 시장 수요를 반영해 공모가 산정의 합리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도 함께 시행된다. 일정 요건을 갖춘 기관이 공모주 일부를 사전에 배정받는 대신 6개월 이상 보유하는 구조다. 배정 물량의 50%는 6개월, 30%는 8개월, 20%는 10개월 동안 보호예수된다.
 
코너스톤투자자에게 배정할 수 있는 물량은 일반청약자와 우리사주조합, 정책펀드 배정분을 제외한 잔여 기관투자자 물량을 기준으로 제한된다. 유가증권시장은 전체 코너스톤투자자 한도가 20%, 개별 투자자 한도가 10%다. 코스닥시장은 각각 30%와 20%가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새 제도가 공모가 적정성을 찾는 보완재가 될 것으로 보면서도, 시장 환경에 따른 한계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ECM 본부장은 <IB토마토>에 "IPO 시장은 제도 이상으로 전체 주식시장의 흐름과 정치·정책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실제로 최근 1~2년간 증시 변동성이나 거시적 악재가 겹쳤을 때는 수요예측 결과나 공모가가 크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제도가 정착되더라도 공모가와 상장 후 주가의 불안정성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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