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팬오션(028670)이 VLCC(초대형 원유 운반선) 확대 경쟁에 본격 뛰어든 가운데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장기계약체결과 재무적 여력으로 해소하고 있다. 팬오션은 올해 상반기 인수한 10척의 VLCC 중 우선 인도받은 3척을 곧바로 장기운송계약에 투입해 현금흐름을 창출했다. 외형 확대와 함께 수익성까지 마련해 내실있는 사업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유 선박 자산가치 대비 선박금융 비중은 절반 수준으로 높지 않아 향후 선박을 활용한 추가 자금 조달 여력도 남아 있다. 업황 변동에 대응하거나, 선대를 추가 확대할 수 있는 동력을 남겨뒀다는 평가다.
(사진=팬오션)
VLCC 공격적 확장…우호적 환경 지속
3일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올해 상반기 SK해운으로부터 3척의 VLCC를 인도 받았고,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나머지 7척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원유 운송 등 탱커선을 충원해 벌크선 중심의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VLCC를 한번에 인수했다.
이번 VLCC 인수를 계기로 팬오션은 VLCC 시장에서 영향력을 점차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 전 팬오션은 VLCC 2척을 보유하는 데 그쳤지만, 2030년까지 총 21척으로 이를 확장할 예정이다. 현재 팬오션은 VLCC 9척을 발주한 상태다.
팬오션은 국내 VLCC 사업에서 비교적 후발주자로 꼽힌다. 원래 철광석, 곡물 등 벌크 운송에 집중해 온 까닭이다. VLCC의 경우 척당 가격이 최소 2000억원 수준에 달하기 때문에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팬오션의 VLCC 사업은 현재 안정적인 수익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계약과 선박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일감 공백 등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팬오션은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과 8423억원 규모의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다. 아울러 오는 2029년 인도 예정인 신조 VLCC 4척은 2029년부터 20년간 2조 4712억원에 장기운송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4척의 선박 비용(7834억원)의 3배 이상의 매출을 미리 확보한 셈이다. 선박 당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선박의 자산가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황이 우호적인 덕분에 팬오션은 VLCC 확장에 속도를 낼 동력을 확보했다.
향후 VLCC 공급과잉 전망도…재무적 여력 커
현재 VLCC 시장은 양호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다만, 향후 VLCC 시장이 공급과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VLCC 발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 VLCC 인도량은 60척, 2028년은 127척, 2029년 이후 125척의 VLCC가 실전 투입될 것이라 예상한다.
선박 공급과잉이 발생하면 선박의 자산가치가 하락한다. 선박이 창출할 수 있는 현금흐름,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불황 시 자금조달원으로서 선박의 가치가 하락함을 의미한다.
해운사들은 주로 선박을 활용해 자금 조달에 나선다. 과거 사례들을 봤을 때 공급 우위 기간을 버티려면 탄탄한 재무관리가 필수적이다. 올해 상반기 팬오션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선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여타 해운사 대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자산가치 대비 선박에 걸린 차입금 비중을 통해 이를 살펴볼 수 있다. 올 상반기 팬오션의 선박자산 장부가치는 8조 770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담보로 제공된 선박 자산가치는 6조 6709억원, 실제 선박을 담보로 조달한 차입금은 4조 4651억원으로 파악된다. 전체 선박자산 가치의 절반만 자금 조달에 사용된 것이다.
선박 가치 대비 차입 비중이 낮으면, 향후 과잉공급 시기가 도래해도 자금 압박을 비교적 덜 받는다. 일반적으로 선박금융은 조달 시 담보 제공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추가로 담보를 제공하거나, 조기 상환 의무가 발생한다. 사전에 선박 자산가치 대비 차입금 비중을 여유롭게 유지할 경우 조달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동시에 낙관적 업황이 지속될 경우 선대를 추가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팬오션의 재무역량에 약간의 변수는 있다. 올 상반기 인도받은 3척의 VLCC 중 2척은 유형자산으로 분류되지 않고, 금융리스채권으로 분류된 상태다. 반면 선박에 엮인 차입금은 선박 금융 차입금에 포함된다. 향후 금융리스 기간이 종료되면 자산가치 대비 차입 비중이 소폭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팬오션 측에 VLCC 사업 확대 과정에서 재무관리 계획 등을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