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톺아보기
유상증자 발행가, 왜 세 번 계산할까
주가 변동 반영해 1·2차 산정 거쳐 확정
발행가 변동에 예정 조달액 달라질 수도
발행가 급락 막는 발행가 하한선도 존재
공개 2026-09-02 17:30:33
이 기사는 2026년 09월 02일 17:30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용현 기자]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이라도 이사회 결의 시점에 나온 가격이 곧 신주의 최종 발행가는 아니다. 결의 공시에 제시된 가격을 최종 발행가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예정가에서 출발해 여러 차례 다시 계산을 거쳐야 비로소 확정된다.
 

에코프로비엠 전경. (사진=에코프로비엠)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 1차 발행가액을 8만 9500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6월30일 이사회가 1조 1999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할 당시 제시됐던 예정 발행가액은 12만 1200원이었다. 두 달여 만에 가격이 26%가량 낮아진 셈이다.
 
이 차이는 임의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정해진 산식에 따른 결과다. 1차 발행가액은 신주배정기준일 전 제3거래일을 기산일로 잡아, 그 시점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와 1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기산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값과 기산일 종가 가운데 낮은 금액을 기준주가로 삼는다. 이어 여기에 통상 20~25%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이사회 결의 당시 나온 예정가는 이 계산을 하기 전 그보다 앞선 시점의 주가로 만든 잠정치이기 때문에 실제 1차 발행가액과는 얼마든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렇게 발행가액을 여러 단계로 나눠 산정하는 이유는 이사회 결의부터 실제 청약까지 통상 두세 달의 시간차가 있어서다. 그 사이 주가가 오르내릴 수 있는데 결의 시점 가격을 그대로 고정해두면 실제 청약 시점 주가와 발행가액이 크게 어긋날 수 있다. 이 때문에 1차 발행가액을 낸 뒤 구주주 청약일 직전을 기산일로 삼아 같은 방식으로 2차 발행가액을 한 번 더 계산하고, 확정 발행가액은 원칙적으로 이 둘 중 낮은 금액으로 정한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만 주가가 급락해 발행가액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상황을 막는 안전장치도 있다. 1차·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금액이 청약일 전 제3~5거래일 가중산술평균주가에 40%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보다도 낮으면 이번엔 그 40% 할인 가격이 확정 발행가액의 하한선이 된다. 평소보다 훨씬 낮은 가격까지는 내려가지 않도록 막아둔 것으로 주가 급락기에 산식대로만 계산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과도하게 희석될 수 있어서다.
 
이런 단계적 산정 구조는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에서 두드러진다. 반면 특정 투자자를 정해 신주를 배정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통상 이사회 결의 시점에 발행가액이 사실상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 불특정 다수의 기존 주주를 상대로 하는 주주배정 방식은 결의와 청약 사이 시차가 길고 참여자가 많은 만큼 그사이 벌어질 주가 변동을 발행가액에 반영할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사회 결의 때 나온 예정 발행가액만 보고 신주 가치나 조달 규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발행 주식 수(990만 990주)는 고정돼 있어, 확정 발행가액이 이번 1차 발행가액보다 더 낮아질 경우 애초 공시한 1조 2000억원 규모의 조달 계획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산정 방식이 어떻든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관련 규정이 정한 할인율 한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
 

이용현 팩트는 정확하게, 의미는 선명하게 전달하겠습니다.

관련 종목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