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노미 손익계산서)②지역 특산물 잘 팔려도…공급망 잡아야 남아
지역 특산물 앞세운 식품업계, 로코노미 전략 다변화
한정판 흥행에도 원가·수급·생산 효율은 과제로 부상
장기 제품화·안정적 공급망 확보 여부가 수익성 좌우
공개 2026-09-01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6일 18:36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역 특산물과 맛집, 지역 브랜드를 상품에 접목한 '로코노미(Local+Economy)'가 식품·유통업계의 새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내수 침체와 소비 둔화로 가격 경쟁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지자 지역성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높은 화제성과 판매량이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IB토마토>는 업종별 지역 협업 상품의 판매 성과와 원가 구조, 수익성을 짚고 로코노미가 일회성 흥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로코노미는 소비자에게는 ‘지역성’ 프리미엄을 만들지만, 제조사에는 원료 조달과 생산 효율이라는 비용 문제가 있다. 결국 수익성의 관건은 지역 한정판의 흥행보다 반복 가능한 공급망 구축과 상시 제품으로의 전환 가능성이다.
 
롯데웰푸드가 충남 부여군과 협업해 선보인 한정판 ‘부여 알밤 시리즈 9종’.(사진=롯데웰푸드)
 
한정판 흥행보다 중요한 건 '원료의 장기화'
 
26일 <IB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제조업체의 로코노미 전략은 유통업체와는 결이 다르다. 편의점처럼 로코노미 상품의 단순 흥행을 넘어,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물류까지 안정적인 공급 구조를 만들어야 해서다. 한정판이라면 판매 기간과 생산 물량이 제한돼 원료 수급과 생산계획을 정교하게 맞춰야 한다.
 
롯데웰푸드(280360)는 해당 특성을 고려해 단기 한정판과 장기 운영 제품을 병행하는 전략을 취한다. 단기적으로는 대중적인 브랜드에 지역 특산물을 접목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수요가 검증된 지역 원물은 장기적으로 활용한다.
 
'부여 알밤 시리즈'와 '고창 고구마 시리즈'는 대표적인 한정판 모델이다. 2024년 부여 알밤 시리즈는 카스타드·빈츠 등 10개 제품에 알밤을 접목해 출시 한 달여 만에 완판됐다. 지난해 고창 고구마 시리즈는 생산 물량을 전년보다 70% 늘렸음에도 출시 2주 만에 납품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회사는 한정판을 통상 3개월간 운용 가능한 물량으로 생산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생산·물류 계획을 세워 무의미한 비용 발생을 막는다. 소량 생산으로 비효율을 줄인다.
 
다만 한정판 확대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 로코노미 제품은 판매가 부진하면 재고 부담, 흥행하면 추가 원료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20년간 운영해 온 '의성마늘햄'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는 장기 모델이다. 2005년 출시 후 2006년 의성군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현재 햄과 프랑크 등 제품군을 확대했다. 최근 3년간 매년 약 100톤의 의성 마늘을 매입하는 등 지역 농가와 장기적인 공급 관계를 구축했다. 장기 파트너십은 원료 조달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오뚜기(007310)는 지역 원물을 기존 제품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제주 청귤과 국산 사과를 비롯해 총 10종의 국산 농산물을 신제품에 활용했다. 원물 사용량은 연간 약 127톤이다. 올해 1분기에도 국산 딸기와 생강, 제주산 감자와 당근 등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의 특징은 '지역 특산물'이라는 화제성보다 원료 자체를 제품 차별화 요소로 활용한다.
 
다만 작년 오뚜기의 매출(연결 기준)은 3조 6745억원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73억원으로 20.2% 감소했다.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만큼, 지역 원물 활용 역시 판매량보다 원가와 제품 믹스를 함께 봐야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로코노미 사업 목적은 단기적인 영업이익 극대화에 있지 않다"며 "다만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지역 상생이라는 외부 효과와 제조사의 제품 차별화, 조달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코노미의 사업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만들고, 들여오고…제조사별 해법은 제각각
 
CJ제일제당(097950)은 자사 온라인 유통망에 지역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다. 최근 CJ더마켓을 통해 제주·강원 지역 중소 브랜드 제품을 발굴하고 기획전과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사가 원료를 직접 대량 조달해 생산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비용 부담을 상대적으로 분산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사업이 내수 침체와 원가 부담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방식은 의미가 있다. 올해 2분기 식품사업 수익은 2조 8441억원으로 5.83%(1566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70억원으로 17.78%(167억원) 줄었다. 내수 부진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수익성에 부담을 줬다.
 
다만 국내 식품사업 매출은 1조 3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회사는 신제품 출시 성과를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로컬 브랜드 사업 역시 자체 생산시설 추가 가동보다 기존 인프라로 새 수요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농심(004370)은 장기간 사용할 원료를 공급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완도 금일도 다시마와 국산 아까시꿀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너구리 출시 초기부터 완도 금일도산 다시마를 사용해 올해로 45년째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약 490톤을 구매했다. 아까시꿀도 매년 약 160톤을 구매한다.
 
지역성을 일회성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기보다 안정적인 원료 조달 기반으로 연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역 원물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한정판 중심의 로코노미와는 다른 접근이다.
 
제조사마다 로코노미를 활용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으로 단순한 지역 마케팅에서 벗어나 기존 사업 구조와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롯데웰푸드가 한정판의 흥행을 장기 제품과 원료 공급망으로 연결하고, 오뚜기가 지역 원물을 신제품 포트폴리오에 지속적으로 편입한다면 CJ제일제당은 유통 인프라를 활용하고 농심은 장기 구매를 통해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는 식이다.
 
제조업체들의 로코노미 전략이 의미를 갖는 것은 지역성이 단순한 마케팅 문구를 넘어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금숙·김형곤 세종대 연구진은 2025년 '관광연구논총'에 발표한 연구에서 "용인 두레미식마켓 방문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역 농특산물에 대한 고유성 인식이 축제 만족도와 구매 의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농특산물의 고유성을 강화하는 것이 지역 브랜드 가치 제고와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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