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BBB)③주관은 NH·인수는 KB…BBB채 성적 가른 '미매각'
NH투자증권, BBB급 회사채 주관 금액 1790억원 '1위'
미매각 우려에 인수수수료 상승…신한투자증권 수수료 선두
KB증권 인수액 1위에도 미매각 부담…수요예측 성과 엇갈려
공개 2026-08-21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18일 18:35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BBB급 회사채 금리가 급등한 데 이어 중앙그룹 계열사의 신용사건까지 불거지면서 비우량채를 향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공모채 시장의 문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은 사모채와 은행대출 등 대체 조달 수단을 찾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미매각 물량은 증권사가 떠안은 뒤 기관과 리테일 시장에 다시 매각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BBB급이라도 재무구조와 상환능력에 따라 투자수요가 엇갈리면서 기업별 자금조달 여건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IB토마토>는 BBB급 회사채의 조달 경로 변화와 미매각 위험의 이전, 신용도에 따라 재편되는 시장 구조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올해 BBB급 이하 회사채 시장에서 증권사들의 주관 실적과 실제 수요예측 성과가 엇갈리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이 공모 주관 금액 기준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실제 인수 규모에서는 KB증권이 1위에 올랐다. 다만 KB증권은 수요예측 미달이 발생한 회사채를 다수 인수하면서 미매각 부담도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BBB급 회사채 시장에서는 단순 주관·인수 금액보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기관 자금을 얼마나 확보하고 미매각 물량을 최소화했는지가 주관사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주관은 NH·인수는 KB…엇갈린 BBB채 순위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발행된 BBB+ 이하 비우량채는 모두 13건이다. 올해 발행된 BBB+ 이하 회사채 주관 현황을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이 공모 금액 총 179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발행된 BBB 회사채 중 한솔테크닉스(004710)를 제외한 모든 회사채 주관 및 인수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KB증권은 1490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280억원으로 3위를 이었다. 4위는 신한(005450)투자증권(1010억원), 5위는 키움증권(039490)(910억원), 6위 유진투자증권(001200)(420억원), 7위 미래에셋증권(037620)(380억원), 8위 대신증권(003540)(200억원)이다.
 
BBB급 회사채 발행은 증권사 입장에서 미매각 발생률이 높아 고난도 딜로 꼽힌다. 경기와 신용 변화에 민감해 위험과 수익이 함께 커질 수 있는 채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처럼 크레딧 이슈가 잇따르며 비우량채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BBB 채권 주관 난이도는 더욱 높아졌다는 평이 나온다.
 
한편, 인수 실적으로 보면 KB증권이 845억원으로 1위로 올라선다. 공모 금액 순위론 선두를 달렸던 NH투자증권은 785억원을 인수하며 2위로 밀려났다. 국내 증권사 BBB급 회사채 연간 주관 순위를 살펴보면, KB증권은 지난해에도 1위를 차지하며 우수한 IB 역량을 보여줬다. 두산그룹, 한화오션, HL D&I한라 등 대형 딜을 가져온 게 주효했다. 올해는 400억원 규모의 동화기업(025900) 25회차 회사채를 주관했던 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훌쩍 뛴 인수수수료…인수대가 1위 '신한투자증권'
 
 
올해 1~8월 동안 증권사들이 BBB+ 이하 회사채 대표 주관으로 받은 수수료는 총 10억2500만원이다. 증권사들은 회사채 발행 한 건당 평균 28.26bp(1bp=0.01%포인트)의 수수료를 챙겼다. 일반적으로 20bp 안팎으로 책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수료율이다.
 
이는 올해 들어 미매각을 우려한 발행사들이 잇따라 인수 수수료를 높이며 발행에 신경 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수수수료는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발행사가 주관·인수 업무를 맡은 증권사에 지급하는 비용이다. 높은 수수료는 증권사의 적극적인 투자자 모집을 유도하는 한편, 미매각 발생 시 증권사가 부담하는 인수 리스크에 대한 보전 성격도 포함된다.
 
증권사별로 인수 수수료 순위를 살펴보면, 신한투자증권이 3억1757만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인수 수수료의 31%를 차지한다. 평균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곳 역시 신한투자증권이 44.73bp로 선두를 달렸다. 에스엘엘중앙 22회차 회사채에서 1억250만원을 받고, 23회에서는 400억원을 전액 인수하면서 2억원의 인수수수료를 확보한 영향이 컸다.
 
인수수수료율만 놓고 봐도 에스엘엘중앙 회사채가 50bp로 가장 높았다. 에스엘엘중앙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은 B-로, 주요 계열사들의 잇따른 미상환 사태와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에 따라 하향 조정됐다. 신용등급이 B급으로 내려앉았다는 것은 원리금 상환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높은 수수료와 인수 위험이 공존하는 셈이다. 미매각 가능성이 높을수록 인수 위험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가 높아질 수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직접 보유한 뒤 셀다운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이어 NH투자증권은 2억5275만원의 인수수수료를 받으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평균 수수료율은 32.20bp다. 이어 KB증권은 인수수수료 2억63만원, 평균 수수료율 23.74bp를 받으며 3위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억1036만원, 27.25bp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KB증권, 인수 금액은 높았지만 미매각 부담도 가중
 
 
수요예측 성과까지 포함해 보면 증권사별 성적표는 다시 달라진다. 일부 증권사는 맡은 회사채의 수요예측이 흥행하며 인수 부담을 사실상 피한 반면, 일부 주관사는 모집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관 수요로 상당한 물량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수요예측 미달이 발생한 회사채를 다수 인수하면서 상대적으로 미충족률이 높았다. 수요예측 미충족률은 수요예측 단계에서 최초 모집금액을 얼마나 채우지 못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최초 모집금액에서 유효수요 금액을 뺀 뒤 이를 최초 모집금액으로 다시 나눠 100을 곱해 산출했다. 한 증권사가 여러 회사채를 맡은 경우 각 회차의 수요예측 미충족액을 해당 증권사의 인수비중에 따라 안분한 뒤 합산했다.
 
KB증권의 수요예측 미충족률은 58.5%다. 동화기업처럼 특정 발행에서 대규모 미달이 발생하면서 인수 부담이 크게 확대된 결과다. 신한투자증권의 수요예측 미충족률은 44.3%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에스엘엘중앙 제23회 400억원 발행에서 기관 수요가 140억원에 그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
 
BBB급 회사채를 많이 인수하더라도 수요예측 단계에서 충분한 기관 수요를 확보하면 증권사의 실질적인 부담은 제한적이다. 반대로 발행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수요예측이 실패하면 주관사가 상당한 물량을 떠안게 된다.
 
결국 앞으로도 BBB급 회사채 시장은 단순 주관·인수 실적보다 수요예측에서 기관 자금을 얼마나 끌어왔는지, 미매각 비중을 얼마나 낮췄는지, 그 결과 증권사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물량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주관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
 

송혜림 한 걸음 더 깊게, 꼼꼼하게, 예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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