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10년)②전담조직·인력이 갈랐다…운용사별 '이행 격차'
대형사, 전담조직·위원회로 의결권 체계 고도화
중소형사, 겸직 많고 인력·비용 한계 뚜렷
공개 2026-08-2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14일 17:39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2016년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10년 만에 첫 전면 개정을 앞두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과 주주권 행사를 촉진하며 국내 자본시장에 자리 잡았지만, 참여기관 확대가 실질적 이행으로 이어졌는지 가려낼 장치는 미흡했다. 올해 이행점검이 시작된 배경이다. 2027년부터는 적용 자산군을 넓히고 ESG·지속가능성 요소와 주주관여 활동을 강화한 개정 코드가 시행된다. <IB토마토>는 지난 10년간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관투자자와 기업 경영에 가져온 변화와 성과, 한계를 짚어보고, 개정안이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편집자주)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관투자자의 행동규범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수탁자책임 이행 체계도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수탁자책임위원회와 의결권행사위원회 등 별도 조직을 마련하고, ESG 평가와 주주관여·의결권 행사를 연계하는 등 제도 고도화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반면 중소형 자산운용사 상당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고 있다는 원칙을 공개하는 데 그치고 있어 운용사 규모에 따른 수탁자 책임 이행 역량의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운용사, 전담조직부터 의결권 기준까지 체계화
 
대형·책임투자 전문 운용사들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전담 조직, 외부 의결권 자문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개정 상법 준수 여부와 주주가치 훼손 안건을 정밀 분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대상기업을 선정한 뒤 기초자료 수집과 의안 분석을 거쳐 1차 내부 검토를 진행한다. 일반적인 안건은 자문사 권고 의견과 내부 분석 결과를 비교한 뒤 의안을 종합해 의결권을 행사한다. 반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안건은 보다 강화된 절차를 거친다. 복수의 자문기관에 의안 분석을 의뢰하고, 자문 의견을 취합한 뒤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실제 의결권 행사에서도 이 같은 판단 기준이 드러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월덱스의 이사보수규정 제정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전년도 주주총회에서 높은 반대율로 부결된 동일 안건이 다시 상정됐고, 이사회 내 사내이사 비중이 높은 데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다수 포함돼 있어 보수 결정 과정의 독립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티에프이의 대표이사 및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은 대표이사가 자신의 보수한도 승인에 직접 관여하지 않도록 안건을 분리한 점과 보수 수준이 과도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찬성했다. NH투자증권(005940)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에는 반대했다. 회사가 제시한 총 보수한도는 120억원으로 전년보다 40억원 증가했지만, 전년도 보수한도 소진율은 26.07%에 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영성과 개선은 인정하면서도 기존 한도만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수탁자책임위원회와 의결권행사위원회를 각각 운영하며 ESG리서치팀을 스튜어드십 전담조직으로 두고 있다. ESG리서치팀은 ESG 및 스튜어드십을 총괄하면서 투자기업에 대한 점검활동, 의결권 행사, 주주관여활동, ESG 평가 등을 수행한다.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수탁자책임활동을 이행하기 위한 제반 사항을 심의, 의결하기 위한 조직이며, 의결권행사위원회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주요 안건을 검토·승인한다. 

(사진=금융감독원)
 
리소스 격차에 실행력 차이…중소형사도 체계 구축
 
중소형사라고 해서 모두 수탁자 책임 이행 체계가 미흡한 것은 아니다.
 
DB자산운용은 수탁자책임활동 관련 규정과 실무 주관기구를 마련하고, ESG위원회·수탁자책임위원회·의결권행사위원회·RI전략본부·주식운용본부로 이어지는 수탁자책임활동 수행 체계를 구축했다. ESG위원회가 책임투자 방향과 활동 내역을 점검하고,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기업에 대한 점검과 대외 소통, 수탁자책임활동 기준 및 프로세스 등을 검토한다. 의결권행사위원회는 주주총회 안건을 검토하고 의결권 행사 내역과 지침 등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브이아이피자산운용도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친다. 주주총회 개최 여부와 의결권 행사 대상 종목을 파악한 뒤 컴플라이언스팀과 준법감시인의 검토를 거쳐 의안을 분석하고, 운용담당임원이 최종 행사의견을 승인한다. 중대 사안의 경우 의결권행사위원회의 추가 승인을 거치는 구조다.
 
실제 행사에서도 안건별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달바글로벌(483650)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에 대해서는 사내·사외이사 보수한도의 구분, 동종업계 보수 수준, 대표이사 특별상여 산정 공식 등이 공개돼 있어 산정 근거가 비교적 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해 찬성했다. 반면 엘앤씨바이오(290650)의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에는 추가적인 주식 희석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다만 모든 운용사가 이 같은 수준의 조직과 절차를 갖춘 것은 아니다.
 
BNB자산운용은 한국ESG기준원의 스튜어드십 코드 7개 원칙을 수용하고 이행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하고 있다.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 가치 향상과 고객·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하지만 공개된 자료만 놓고 보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점검하고, 어떤 경우에 주주관여에 나서며,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어떤 내부 절차를 거치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또 다른 소형사인 라이프자산운용도 2023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7개 원칙에 따른 수탁자 책임 이행 방침을 공개하고 있다. 투자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자료 요구, 경영진 면담, 의견서 전달, 의결권 행사 등 적극적인 관여활동을 수행하고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ESG 등 비재무적 요소도 고려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BNB와 마찬가지로 실제 주주관여 사례나 기업별 점검 기준 등 구체적인 활동 내역을 외부에서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결국 운용사의 규모와 인력, 전문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튜어드십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투자기업에 대한 ESG 및 재무 분석은 물론 지배구조, 법률, 회계, 자본시장 제도 등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업별 이슈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주관여까지 수행하려면 별도의 인력과 시스템도 요구된다.
 
대형사는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외부 의결권 자문사와 계약하는 한편, 수탁자책임위원회와 의결권행사위원회를 통해 내부 의사결정 절차까지 구축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사는 별도의 전담조직이나 전문인력을 운영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을 수용하더라도 실제 활동은 의결권 행사 중심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기업과의 주주관여나 집중관리대상 선정, 지속적인 모니터링처럼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활동일수록 규모에 따른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대형 운용사들의 경우 자금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실행력이 더 좋아질 수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한계가 존재한다"며 "리소스적인 한계가 적용되고 대형사 수준만큼 이행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소형사들이 할 수 있는 부분들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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