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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가상각의 올바른 이해
공개 2023-06-23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감가상각(減價償却, depreciation)’은 무엇일까? 감가상각은 적절한 기간 손익을 계산하기 위하여 유형자산(기계, 건물 등)의 취득원가(정확하게는 감가상각대상금액)를 사용기간(내용연수)에 걸쳐 배부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기계장치를 100원(취득원가)에 취득하고, 10년(내용연수)간 사용 예정이며, 10년 후 가치는 0원(잔존가치)으로 예상되고, 매년 일정한 금액으로 배부하는 방법(정액법)을 이용한다고 가정하자. 그럼, 매년 10원의 감가상각비를 비용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해야 10년간의 손익이 적절히 계산되고,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감가상각에 대하여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첫째,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은 왜 나왔을까? 감가상각의 역사는 19세기 영국 철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 최초로 도입되어 인기를 끌던 철도산업은 초기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므로 초기에 많은 손실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첫해에 철도설비에 100원을 투입하고, 10년간 사용할 예정이며, 매년 15원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가정하자. 10년 전체를 보면 100원을 투입하고 150원의 매출이 발생하여 50원의 이익이 발생하므로 매력적인 투자안이다. 그러나 감가상각을 고려하지 않으면 첫해에는 85원의 손실(=15원-100원)이 발생하므로 철도설비에 선뜻 투자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초기 투자액 100원을 10년간 매년 10원으로 나누어 감가상각비로 인식하면 첫해에도 5원(=15원-10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철도설비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와 같이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의 출현은 영국에서 철도회사가 철도 관련 시설투자를 가능하게 하여 철도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둘째, 내부 자금조달 방법으로 ‘감가상각을 통한 자금조달’을 말하기도 하는데, 감가상각을 많이 하면 자금조달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인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는 주식 발행이나 은행 차입 등 기업 외부로부터 조달하는 ‘외부자금조달’ 방법과 과거에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유보해놓은 ‘내부자금조달’ 방법이 있다. 내부자금조달 방법으로 감가상각을 예로 드는 경우가 있다. 감가상각비는 비용이므로 감가상각비를 많이 인식하면 이익이 감소하는데, 어떻게 내부자금조달 방법이 될까? 
 
이는 감가상각 자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이 아니라 감가상각비를 인식하면 세금 계산 시 손금으로 인정되어 세금(법인세나 소득세)이 감소하므로 감소한 세금으로 자금조달을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감가상각을 통한 자금조달’이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세법에서는 일정한 한도 내에서만 감가상각비를 손금으로 인정해 주므로 세법상 한도를 초과할 때는 아무리 감가상각비를 많이 인식해도 세금이 감소하지 않는다. 따라서 감가상각비가 세법상 한도를 초과할 때는 더욱 잘못된 표현이다. 
 
셋째, 감가상각비는 ‘가치 감소(감가(減價))’ 부분을 ‘차감(상각(償却))’하는 것인가? ‘감가(減價)’는 ‘감소된 가치’를 말하므로 감가상각비는 ‘감소된 가치’를 ‘차감(상각)’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기계장치는 사용함에 따라 가치가 감소하므로 언뜻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건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기도 한다. 따라서 건물에 ‘감가(減價)’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감가상각을 ‘감소된 가치’를 ‘차감’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감가상각은 ‘가치 감소’를 ‘차감’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기간 손익 계산을 위하여 감가상각대상금액을 배부하는 과정이다. ‘감가상각(減價償却)’이라는 회계용어가 혼란을 가져오는 대표적인 사례다.
 
회계용어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함께 회계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시점의 재무상태(자산과 부채, 자본의 현황)를 보여주는 ‘재무상태표’는 과거에 ‘대차대조표’로 불렸다.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는 ‘대변(貸邊)’과 ‘차변(借邊)’을 ‘대조(對照)’하는 표라는 의미다. 그러나 ‘대차대조표’라는 말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재무상태표’로 바꾼 것이다. 매년 기록하는 감가상각비를 ‘모아둔(누계한)’ 계정과목을 과거에는 ‘감가상각충당금’이라고 했으나, ‘충당금’이라는 용어가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감가상각누계액’으로 바꾸었다. 
 
이와 같이 회계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회계용어는 전문용어이므로 회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회계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쉽도록 회계용어를 개선하는 노력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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