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시그널
에스엘엘중앙, 신용등급 전망 '안정적' 하향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전년비 23.5% 감소…영업손실 35억원
미국 제작사 실적부진에 연결 기준 적자 폭도 확대
유동비율 81.0%로 경고등…단기성차입금이 현금성자산 상회
공개 2023-06-13 18: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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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콘텐츠 산업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에스엘엘중앙(SLL, 구 JTBC스튜디오)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국내외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차입 규모가 확대됐지만, 일부 콘텐츠가 저조한 흥행을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저하된 탓이다.
 
13일 한국신용평가는 SLL의 제9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망 조정 사유로는 콘텐츠 흥행 여부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높은 가운데 제작비 부담이 확대됐고, 해외 자회사 연결 편입 영향으로 수익성이 저하됐음을 꼬집었다. 또 국내외 M&A로 차입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콘텐츠 사업 특성상 투자 부담이 내재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SLL의 사업부문은 드라마, 영화, 예능 등 콘텐츠 제작 및 중앙계열의 지적재산권(IP) 유통사업과 유튜브 예능 등을 제작하는 기타 사업으로 나누어져 있다.
 
최근 미디어 환경은 넷플릭스 등 OTT향 납품이 확대되면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드라마 제작 매출의 경우 방송사와의 방영권 계약에서 말생한 매출과 OTT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매출 등으로 구성되며 드라마 수요 증가에 따라 제작 편수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OTT 오리지널 작품수의 증가가 뚜렷하다. 방송사들이 제공한 2018~2022년 국내 방영 드라마 연간 제작편수에 따르면 방송사 드라마 작품수는 2018년 107건에서 2022년 85편으로 줄어든 반면, OTT 오리지널 작품수는 2019년에야 3편이 제작됐고 2022년에는 38개로 크게 늘었다.
 
SLL은 캡티브 채널인 JTBC를 통해 안정적으로 드라마 제작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OTT 등 매출처 다변화 등을 바탕으로 2021년 별도기준 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사진=한국신용평가)
 
다만, 엔데믹 국면에서 OTT 가입자 성장이 둔화됐고 영업실적 부진 등으로 OTT 업계의 투자 지속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SLL에도 영향이 미쳤는데, 2022년에는 별도 기준 외형 위축에 따른 고정비 부담 확대, 일부 콘텐츠 흥행 부진 영향으로 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실적 악화는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5% 감소했고 35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게다가 외형 확대를 위해 2021년 미국 콘텐츠 제작사인 Wiip 프로덕션을 인수했는데, Wiip 프로덕션도 실적부진으로 연결 기준 수익성도 좋지 않다. SLL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약 93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줄어들었고 영업손실은 190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Wiip 프로덕션은 사업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어 단기간 내 개선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LL은 2021년 3월 유상증자 대금으로 4000억원을 확보했는데, 2021~2022년에 걸쳐 Wiip 프로덕션을 비롯해 국내외 콘텐트 제작사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하면서 차입금 규모도 커진 상황이다.
 
SLL의 순차입금 규모는 2021년 735억원에서 올해 1분기 1814억원으로 확대됐다. 부채비율은 127.8%로 지표상 양호한 수준이나 2021년 79.7%와 비교하면 부담이 확대되는 추세다.
 
문제는 차입 부담이 확대되는 가운데 유형자산 등 부재로 재무융통성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유동비율은 81.0%로 이미 유동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단기성차입금은 3374억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 2189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재무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결국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통한실적 개선 여부가 중요해지고 있다. 2023년 2분기 이후 주요 작품들의 인도가 예정되어있고 OTT 등 매출처 다변화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외형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외형이 확대되면 고정비 부담이 완화될 수 있고, 해외법인의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된다고 봤을 때 영업이익률 지표는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상각 전 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 지표는 일정 수준의 영업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당분간 현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Wiip 프로덕션의 수익성 개선 시점과 향후 투자 규모에 따른 재무 안정성 추이에 대해서 중요하게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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