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실패한 신세계건설…다시 그룹의존도 심화 우려
지난해 그룹 의존도 20% 기록했지만…영업손실 120억원 기록
화성 국제테마파크 등 계열 물량 많아…과거 회귀 모습 비판도
공개 2023-04-03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0일 18:2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신세계건설(034300)이 그룹 발주 물량을 줄인 결과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며 사실상 홀로서기에 실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건설은 향후 그룹 물량을 통해 실적 재정비에 나설 예정이지만 다시 그룹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한국기업평가(034950)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의 지난 3년간 평균 계열매출 비중은 37%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신세계(004170), 이마트(139480) 등 계열사의 공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2%까지 달했으나, 2020년에는 54.6%로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는 22.4%로 급감했다.
 
이는 '일감 몰아주기'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 등으로 계열 물량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세계건설은 자체적으로 주택 브랜드 '빌리브'를 출시하는 등 국내 주택부문 비중을 늘려왔다. 실제 지난 2020년 기준 29.5%를 차지했던 국내 주거시설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35.3%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홀로서기'를 택한 신세계건설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청약시장의 열기가 크게 식은 가운데 신세계건설의 미분양 물량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 등 미분양 물량이 이미 많이 적체된 지역에 분양을 진행한 것이 패착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 수는 총 1만3565호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이 쌓여 있다.
 
이러한 상황 탓에 신세계건설이 지난해 대구에서 공급한 '빌리브루센트'(232세대), '빌리브 헤리티지'(146세대) 등은 부진한 초기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구시의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기준에도 물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분양 발생 등으로 인해 '빌리브 헤리티지'와 대구 '빌리브 라디체'(2021년 분양) 등에서 각각 55억원, 30억원 규모의 대손상각비가 반영되면서 지난해 실적도 악화됐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4324억원, 영업손실 1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1조2568억원) 대비 1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384억원에서 대폭 감소하며 적자 전환됐다. 당기순이익도 262억원에서 급감해 142억원의 손실을 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예정된 계열 물량이 많아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또한 계열사 물량은 대부분 상업시설로, 일반 주택사업과 달리 미분양 등의 리스크가 적다. 먼저 신세계건설은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브랜드인 '스타필드' 등 계열사 발주 공사를 일부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계열사 공사는 △스타필드 수원(수주잔고 2388억원) △장충동 교육연구시설(553억원) △스타필드 청라(339억원) △신세계 경기점 리모델링(234억원) △신세계 강남점 리모델링(207억원) △신세계 광주복합 개발사업(157억원)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 증축(131억원) △신세계 해운대 센텀시티점 리모델링(113억원) △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 설계관리용역(104억원) 등이다. 해당 사업들의 수주잔고를 모두 합하면 총 4226억원으로 향후 신세계건설의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다.
 
(사진=한국신용평가)
 
또한 특히 회사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합작투자법인인 신세계화성이 추진하고 있는 '화성 국제테마파크'의 공사를 맡을 가능성도 크다.
 
화정 국제테마파크는 경기도 화성시의 418만㎡(127만평) 규모 부지에 테마파크와 상업시설, 호텔, 골프장, 공동주택 등을 짓는 사업이다. 여의도의 1.3배 규모며 총 투자 금액은 4조5700억원, 예상 도급금액은 약 3조원에 달한다. 도급금액만 지난해 전체 매출의 2배 이상 규모다. 해당 사업은 애초 오는 2024년 착공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사업자 간 협상 불발 등으로 인해 일정이 1년 연기됐다.
 
그러나 화성 국제테마파크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상당해 앞으로는 원활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9년 화성 국제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정 부회장은 "모든 사업 역량을 쏟아부어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정 부회장이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슈퍼 닌텐도 월드'를 방문한 것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을 위한 '사전답사' 격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승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는 신세계건설의 계열 공사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주요 계열사의 대형복합 프로젝트 및 대규모 투자계획 등이 원활하게 추진될 경우 해당 물량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사업기반이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은 정부 지원 대규모 프로젝트로 신세계건설의 중장기적인 외형 성장과 수주확보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룹 물량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낼 가능성은 크지만, 재차 그룹에 의존하는 양상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일감 몰아주기' 등의 논란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서채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향후 민간사업 신규수주가 감소하고 계열의 대형 프로젝트가 단계적으로 본격화되면 계열매출 비중은 재차 50%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적정한 원가 관리와 수익성 위주의 우량사업 발굴을 통해 업황에 대응하고 빠른 실적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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