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나갈 돈 많고 사옥 매각도 난항…재무구조 개선 '미지수'
반년 만에 부채비율 다시 증가…3기 신도시 보상 등 자금 유출
13년째 오리 사옥 매각 진행 중…자금 마련 어려움 지속 전망
공개 2023-02-16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4일 15:0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부채비율을 포함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예정이지만, 계획대로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3기 신도시 사업'이 추진되면서 토지보상 등을 이유로 자금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도에 위치한 사옥 매각도 13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등 자금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43.7%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6월 말 219.2%로, 전년 동기(226.4%) 대비 7.2%포인트(p) 낮췄지만 6개월 만에 재차 상승한 것이다.
 
LH는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사업수익성 악화(징후)기관으로 지정돼, 정부의 '2022~2026년 재무위험기관 재정건전화계획'에 포함됐다. 계획에 따라 LH는 해당 기간 동안 총 9조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노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방향으로는 사옥, 사택 등 자산매각, 단지조성비·건물공사비 등 원가절감, 신규 출연 제한 등이 포함됐다. 이에따라 오는 2026년에는 부채비율을 207.1%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그러나 목표 달성이 현실화될지 의문이다. 총 사업비 규모만 50조원이 넘는 '3기 신도시'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LH는 올해 상반기 중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 일부 토지보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착공에 들어간 지구는 인천 계양 1곳뿐이다.
 
 
현재 3기 신도시 지구로 지정된 총 13곳 중 7곳이 토지보상이 진행 중이다. 안산 장상, 광명 시흥, 인천 구월2, 의왕·군포·안산, 화성 봉담3, 화성 진안 등 나머지 6곳에 대해서도 추후 토지보상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7곳의 총 면적 합계는 3381만602㎡인데, 나머지 6곳(2979만3319㎡)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토지보상이 진행 중인 지구들의 현황을 보면 대부분 토지에서는 높은 진행률을 기록했지만, 지장물과 관련해서는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지장물이란 공공사업 시행 지구에 속한 토지에 설치돼 있는 시설물, 창고와 재배되고 있는 농작물, 수목 등을 뜻한다.
 
지장물 특성상 파악과 보상 절차도 간단치 않지만, 지난 2021년 불거진 'LH 직원 땅 투기 의혹'에 일부 3기 신도시 주민들이 지장물 조사를 거부하면서 진행률이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LH가 속도를 낼 계획을 세우고 있어 진행률이 올라갈 예정인데, 이는 곧 LH의 자금 유출을 의미한다.
 
LH 측은 토지와 지장물 보상 금액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충분히 부담되는 규모의 금액이 지출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수강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LH는 최근 3년간 3기 신도시 등 정책사업 투자가 급증해 차입 및 부채 규모가 증가 추세에 있으며,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 규모가 71조원을 넘어서는 등 재무구조가 열위한 수준"이라며 "향후에도 대규모 정책사업에 대한 투자자금 지출이 예상돼 차입금 증가가 불가피한 가운데,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LH 오리 사옥. (사진=LH)
 
또한 LH의 재정건전화 노력의 일환 중 대표적으로 '오리 사옥 매각'이 있는데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LH는 현재 LH 경기지역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성남시 분당구 사옥과 관련해 지난해 다시 한번 매각에 나섰다.
 
최저입찰가 5801억원으로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간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LH는 지난 2009년부터 오리 사옥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번 입찰자를 찾지 못했다. 이번이 15번째 매각 유찰이다.
 
업계에서는 감정금액이 너무 비싸고 입지 또한 서울권과 멀어 잇따라 유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줄까지 막히자 입찰자를 더욱 찾기 힘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재공고, 공공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 중에 있다"라며 "재공고를 추진하더라도 감정평가를 거쳐야 하는 등의 이유로 곧바로 진행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데 반해 유입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 LH의 부채비율 완화 방안이 계획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LH는 오는 2023년 214.3%, 2024년 217.3%, 2025년 214.7%, 2026년 207.1%로 부채비율 달성 목표를 세워 놓은 상태다.
 
LH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특별히 답변할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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