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하향된 동부건설, 실제 신용등급 떨어지나
등급전망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부정적'되면 등급 자체 하락
분양률 저조 등 건설 경기 침체 여파…건축 비중 높아 악영향 전망
7년만 분기 적자 등 실적 하락…분양시장 둔화 및 금리 악재 겹쳐
공개 2022-12-22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0일 11:2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동부건설(005960)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실제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몇 달 뒤 실제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통첩성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동부건설이 실적 하락과 저조한 분양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동부건설의 제263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신용등급 자체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등급전망은 신용등급의 잠재적인 변동 가능성에 대한 추가 정보 제공을 위해 사용되는 보조지표다.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락하면, 신용등급 자체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현재 동부건설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동부건설의 매출액은 지난 2016년 5855억원에서 2019년 이후 연간 1조원을 웃도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들어 주택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진입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동부건설은 건축부문의 매출 비중이 높아 주택경기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전체 매출의 33.6%를 차지했던 건축부문은 올해 3분기 기준 64.2%를 차지했다.
 
 
실적도 크게 줄었다. 동부건설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4억원) 대비 77.5% 줄었다. 특히 올해 3분기에는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7년 만의 분기 적자 전환이 되기도 했다.
 
동부건설의 올해 9월 말 진행사업장 분양률(분양금액 기준)은 68.3%로 부진한 모습이다. 올해 분양현장 중 자체사업인 대구 수성구 파동 공동주택(분양총액 1650억원)에 이어 도급사업인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2-4 생활권 복합시설 개발사업(도급액 558억원), 용인 보라동 오피스텔(538억원), 대구 칠성동2가 주상복합(791억원) 등에서 낮은 초기분양률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이러한 가운데 동부건설은 내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으로부터 공공택지를 매입해 진행하는 2건의 자체분양사업을 인천에서 추진하고 있다. 최근 분양을 진행한 화성동탄 현장(동탄 파크릭스)의 청약 경쟁률이 1.8대 1을 기록하는 등 추진 예정인 자체사업의 분양성과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체분양사업은 건설용지 취득을 비롯한 자금 선투입 규모와 분양성과에 따른 위험이 존재하고,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동부건설은 지난 2019년부터 자체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용지 매입과 본사 사옥 이전에 따른 리스부채 계상 등으로 연결기준 차입규모가 늘어났다. 여기에 지난해 HJ중공업(097230) 지분 인수(850억원) 등 지분 투자와 화성동탄, 영종하늘도시 등 공공택지 매입(올해 9월 말 연결기준 용지선급금 2985억원)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동부엔텍(355억원) 및 에스웨스트PFV(321억원) 지분을 비롯한 유휴자산 처분에도 불구하고 연결기준 차입금은 올해 9월 말 기준 5203억원(회생채무 286억원 포함)으로 확대됐다. 동부건설의 올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54.8%로, 지난해 말(125.5%) 대비 상승했다.
 
최근 재무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약 2700억원 규모의 공공택지 매입 잔금도 남아 있다. 또한 지난 2일에는 제이더블류다정 유한회사에 800억원 한도의 금전대여를 결정하면서 중기적으로 차입규모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주택사업의 분양 및 입주실적 등의 부진이 지속되거나 운전자금 증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현실화 등을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원은 "대구 파동, 세종시 복합시설 등 기존 미분양 사업장들의 분양률 제고 여부와 더불어 주요 사업장의 분양 및 입주율, 공사비 회수 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동부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은 'BBB/안정적'으로 현 등급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하며, 향후 여러 변수 등을 고려해 등급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 분양률 제고를 달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올해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4만7217호로 지난해 말(1만7710호) 대비 약 3만호 늘어났다. 특히 동부건설의 일부 현장이 위치한 대구의 경우 미분양 주택 수 1만830호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미분양 상황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또한 현재의 건설 경기 침체를 촉발한 '금리'가 내년에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악재다. 국내 기준금리는 현재 3.25%로 미국과의 금리 차가 최대 1.25%포인트(p)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22년여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지면서, 한국은행도 내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비롯해 현재 건설 경기 자체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등급전망이 하향된 것으로 본다"라며 "향후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사업성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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