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생활건강, 간판에 주력사업까지 바꿔…살아남기 '안간힘'
지난 달 웅진헬스원으로 사명 변경…다단계 폐업 후 후원방문판매업 등록
실적 등 재무 상태도 경고등 켜진 듯…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사업 도전
공개 2022-10-07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5일 18:3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윤선 기자] 웅진생활건강이 지난 달 사명을 바꾸고, 주력 사업을 다단계 사업에서 후원방문판매(이하 후원방판)으로 전환했다. 다단계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후 후원방판 사업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재무 상태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보이고, 사업 새판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성공 여부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5일 웅진생활건강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사명을 웅진헬스원으로 변경했다. 웅진생활건강은 2016년 설립된 옛 웅진릴리에뜨다. 웅진릴리에뜨는 지난해 6월 웅진생활건강으로 사명을 변경했는데, 약 1년3개월 만에 웅진헬스원으로 사명을 또다시 바꾼 것이다.
 
웅진헬스원 대표이사직은 기존 신승철 웅진생활건강 대표가 이어서 하기로 했다. 신 대표는 웅진그룹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쳐 그룹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과거 웅진코웨이 환경가전사업본부 산하 W영업본부장, 웅진씽크빅 미래교육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영업통’으로 알려졌다.
 
신승철 대표는 웅진릴리에뜨 설립연도인 2016년 신임 대표로 선임된 바 있다. 하지만 꾸준히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 신 대표가 웅진릴리에뜨 대표이사로 재직한 지 1년도 되기 전인 같은 해 8월 대표이사가 조장용씨로 변경됐다. 이후에도 정윤호(2017년), 탁창준(2019년), 김청남(2020년)에서 현재의 신승철 대표로 수장이 거의 매년 바뀌었다.
 
잦은 대표이사 변경으로 인해 다단계 사업은 안정을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웅진생활건강의 다단계 매출(부가가치세 포함)은 ▲2017년 44억원 ▲2018년 29억원 ▲2019년 23억원 ▲2020년 26억원 ▲2021년 14억원으로 감소해왔다.
 
이에 회사는 사명을 변경하는 동시에 사업 자체도 바꾸기로 했다. 다단계를 폐업하고 후원방판업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웅진그룹 차원에서 보면 후원방판은 익숙한 사업모델이다. 코웨이(021240), 웅진씽크빅(095720) 등 주력 계열사에서 쌓아온 후원방판 역량은 웅진(016880)그룹의 성장을 견인해왔다.
 
 
 
후원방판과 다단계는 같은 직접판매로 분류되나 후원 수당 지급 구조, 판매원의 판매 행태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단계 판매는 차하위 이하 판매원 실적에 대해서도 수당이 지급되지만, 후원방판은 직근 하위판매원 실적에 대해서만 수당이 지급된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다단계 판매는 판매원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본인이 직접 판매에 나서지 않아도 수당이 들어온다. 후원방판은 직근 하위판매원 실적에 대해서만 수당이 인정되므로, 앞선 이점은 누릴 수 없으나 본인이 직접 발로 뛴 만큼 수당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은 누릴 수 있다.
 
받는 규제도 차이가 있다. 다단계 판매는 등록 시 자본금 5억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후원방판은 자본금 없이 시작할 수 있다. 3대 사전규제로 일컬어지는 피해보상 보험가입, 후원수당 상한, 취급제품 가격제한에 있어서도 후원방판은 일정 조건(최종소비자 매출 비중이 70% 이상인 경우)을 달성하는 경우 면제받을 수 있다.
 
다단계에서 후원방판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례도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진헬스원은 변경을 택했다. 사업의 새판을 짜야 하는 부담을 짊어졌다.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관계자는 “다단계 같은 경우 후원방판보다 적용되는 규제들이 더 많다”면서 “작은 업체들이 처음에 다단계 사업 틀을 잡기가 어려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웅진헬스원은 향후 판매원 이탈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원 수의 차이는 결국 해당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하는 기업의 매출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선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관계자는 “다단계에서 후원방판으로 전환하는 것이 쉬운 건 아니다”라면서 “판매원들의 영업 행태도 생각보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아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고, (다단계에서 후원방판으로 사업을) 전환한 후 판매원 이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최근 웅진헬스원의 재무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무제표 공시를 하진 않으나, 계열사 웅진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웅진그룹 지주사 웅진은 웅진헬스원과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 웅진헬스원은 웅진에 매출거래 대금을 정상적으로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에 웅진은 올 상반기 웅진헬스원으로부터 대금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매출 등 거래를 인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웅진은 올 상반기 말 기준 웅진헬스원 관련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에 대해 약 24억원의 대손충당금도 설정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채권을 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회계 계정이다. 즉, 돈은 빌려주었으나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웅진헬스원은 향후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필두로 후원방판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웅진생활건강(현 웅진헬스원)이 다단계를 했지만, 웅진그룹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역량이 후원방판에 더 있다고 판단해 다단계는 종료하기로 했다”면서 “웅진헬스원으로 전환 후 신사업으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꼽고 후원방판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윤선 기자 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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