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이 태양광 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추가 투자를 감행했다. 태양광 패널의 원재료를 생산하는 회사의 지분을 취득한 것. 1조원을 들여 태양광 셀 모듈 공장을 증설하기로 한 지 11일 만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의 최근 태양광 사업 부진이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인 만큼,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변수를 줄이고 수익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주 모지스레이크의 REC 실리콘 ASA 공장. 사진/REC Silicon ASA
한화솔루션은 18일 공시를 통해 노르웨이의 폴리실리콘 제조 기업 ‘REC 실리콘 ASA(REC Silicon ASA)’의 지분 16.67%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의 주원료다. 한화솔루션이 이번 지분 매입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 1899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3.18%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분 취득 예정일은 내년 1월14일이다.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한화솔루션은 REC 실리콘 ASA의 현 최대주주인 ‘에이커 호라이즌스 홀딩스(Aker Horizons Holding AS)’와 같은 보통주 지분을 확보, 공동 최대주주의 위치에 오를 예정이다. 최대주주가 된 후에는 REC 실리콘 ASA의 이사 1인에 대한 지명권도 확보하게 된다.
한화솔루션 측이 이번 투자를 결정한 것은 태양광 패널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최근의 대외 변수 악화에 대응해 공급 사슬을 강화, 수익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7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줄었다. 미국발(發) 물류 대란 여파로 선박을 이용한 제품 수출에 문제가 생겼고, 폴리실리콘·웨이퍼 등 원자재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올라 태양광 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에서 태양광 부문을 담당하는 큐셀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7.2%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95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화솔루션 측은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큐셀 부문의 3분기 판매량은 당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국의 전력난 영향으로 불가피하게 감산해 판매량이 감소했다”라며 “올해는 원가·물류가 총체적으로 부담스러운 한 해로, 시장 흐름을 평범하게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시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원가와 물류비용 강세는 올해 4분기까지도 이어져, 한화큐셀은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외부 모듈 판매량은 기존의 9기가와트(GW)에서 8GW로 하향 조정하지만, 내년에는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한화솔루션 측의 입장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2025년까지 국내 태양광 공장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계획은 변함이 없다”라며 “투자 이후 태양광 부문의 생산능력(CAPA)은 7.6GW로 예상한다”라고 강조했다. 대외 변수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 규모를 확대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강동진·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태양광 설치량 사상 최대 기록이 이어질 전망이며, 미국의 관련 법안 통과 시 미국 태양광 수요가 크게 늘고 미국 공장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서 “최근 웨이퍼 가격이 빠르게 하향 안정화되고 있어, 태양광 사업 수익성도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