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한국제지(002300)가
세하(027970)를 최종 인수했다. 한국제지는 이로써 복사용지, 백판지, 골판지 등 주요 용지를 모두 생산, 수평적 통합(Horizontal Integration)을 이뤘다. 거래 멀티플은 8.5배 전후 수준이었다.
세하 요약. 제작/IB토마토
한국제지-해성산업 컨소시엄은 연합자산관리(이하 유암코)로부터 세하의 보통주식 2118만47주를 550억원에 양수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인수비율은 한국제지가 80%, 해성산업이 20%다. 현금 취득 방식으로 주식 취득 예정일자는 5월19일이다. 앞서 있었던 세하 매각에 관한 본입찰에는 한국제지, 파빌리온PE-범창페이퍼월드 컨소시엄,
신대양제지(016590),
한창제지(009460) 등 다수 원매자가 참여했다.
한 주당 약 2600원, 거래 멀티플(Transaction Multiple)은 8.5배에 거래가 이뤄졌다. 세하의 차입금 982억원과 주식 양수 대가 550억원을 유암코의 지분인 71.6%로 나눈 금액을 지난해 세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추산되는 205억원으로 나눌 경우, 거래멀티플은 8.5배 전후로 파악된다.
한국제지는 세하 인수로 부진한 현재 실적을 턴어라운드 할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제지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7159억원, 영업이익은 3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은 203억원을 냈다. 복사용지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45%를 달성하며 1위를 차지했지만,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인쇄용지의 수요가 줄었고, 펄프 가격 상승으로 채산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세하는 지난해 매출액이 1776억원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2억원과 98억원으로 한국제지보다 높다.
이번 M&A로 한국제지는 인쇄용지, 골판지, 백판지 등 제지업 내 수평적 통합도 완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회사를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숨에 업계 '2위'를 넘볼 수 있게 됐다. 기존 매출규모 7000억원에 더해 세하(1800억원)와 원창포장공업(1200억원)을 합치면 매출액 기준 1조원 수준으로 뛰기 때문이다. 이는 제지업계 2위인
무림페이퍼(009200)(지난해 매출액 1조1240억원)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또한 향후 전망되는 시장 통합(Consolidation)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제지업계는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시멘트 산업처럼 산업 위험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에 따르면 제지산업의 산업위험은 높은 수준[IR-BB+]이다. 산업위험이란 산업 자체의 펀더멘털, 경쟁 강도 등을 고려한 장기적 관점의 위험도를 의미한다. 이는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IR-BBB-]보다 위험하다는 의미다.
유암코 역시 한국제지에게 경영권을 바통 터치함으로써 가격과 명분을 모두 챙겼다. 세하를 정상화시켰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높은 가격에 팔았기 때문이다. 한편, 본입찰에 참여했던 범창페이퍼월드-파빌리온PE 컨소시엄의 범창페이퍼월드는 형사소송으로 대응 중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