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 압력 커진 금융지주…밸류업 전략 '새 판 짜기'
소득세 개정안 힘 받아 배당 확대 전망
자사주 소각 중심에서 세제 혜택 노릴 듯
공개 2025-06-1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3일 11:3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금융지주의 주주제고 정책 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배당 촉진 발언과 소득세법 개정안 추진으로 배당 확대에 힘이 실리면서, 자사주 소각 중심의 기존 전략이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의 적극적인 밸류업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4대 금융지주(사진=각 사)
 
제도 개편 가능성 '솔솔'…주주환원 새 동력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당 성향이 35%인 기업은 323개다. 배당 성향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중 일부를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들은 자사주소각과 배당 규모 확대 등 방안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한다. 
 
하지만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배당 촉진을 위한 세제·제도 개편을 언급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성향을 높일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우리나라는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배당소득에 대해 지방세 별도 14%의 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를 하고 있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합이 2000만원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종합소득에 합산해 과세한다. 개정안은 배당 성향이 35%인 상장법인으로부터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별도 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배당 성향 35% 이상인 상장법인의 배당소득에 대해서 2000만원 이하는 0.14%, 2000만원 초과에서 3억원 이하인 경우 20%, 3억원 초과의 경우 0.25%이 적용된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과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어 힘이 실릴 확률이 높아졌다.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기업이 배당을 확대하고 주주 유입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금 부담이 줄어 장기적인 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금융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펼치고 있는 금융지주의 고민도 덩달이 깊어졌다. 소득세법 개정이 확실치 않지만 이 대통령의 의사가 확실해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세부 수치가 언급된 만큼 관련 건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법안 내용이 나온 뒤 확실한 방향이 결정될 것”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전략 변화 가능성도
 
우리나라 4대 금융지주 중 지난해 배당 성향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금융지주(316140)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28.87%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배당 성향은 23.91%로 4대 금융지주 중 최고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주당배당금(DPS)이 가장 컸던 곳은 하나금융지주(086790)다. 하나금융지주의 주당배당금은 지난 2022년 3350원에서 2년 만에 3600원으로 올랐다. 하나금융뿐만 아니라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우리금융지주도 3년간 주당 배당금을 높였다.
 
현재 금융지주의 주된 주주가치 제고 전략은 자사주 소각이다.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KB금융의 경우 지난 5월 역대 최대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했다. 1206만주 규모다. 소각된 자사주는 지난해 하반기 매입한 자기주식 566만주와 올해 2월부터 매입한 자기주식 640만주다. 매입가 기준으로는 총 1조200억원에 달한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전년 말 보통주자본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한도 제한 없이 모두 주주환원에 사용하고, 연중 보통주자본 비율 13.5%를 초과하는 자본을 다시 주주환원에 사용하는 내용의 밸류업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금융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를 전년 대비 10% 증액한 1500억원 수준으로 확대했다. 하나금융도 연초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해 상반기 중 조기 완료할 예정이며, 신한지주도 오는 2027년까지 주식 수 5000만주 축소 목표를 세웠다.
 
이처럼 적극적인 금융지주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이어지자, 주가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화답했다. 다만 지금까지의 금융지주는 주주환원율에 초점을 맞춘만큼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략 수정이 불가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금액을 더해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보통주자본비율 향상, 주주환원율 개선 등을 밸류업 기준과 목표로 설정했다.
 
올해 KB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지난해 39.8% 이상으로 올릴 예정이며, 우리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 12.5%를 목표로 조기 달성을 앞두고 있다. 신한지주는 주주환원율 42%, 하나금융도 올해 40% 이상으로 맞출 계획으로 기존 현금배당 중심 주주환원에서 연간 배당 총액을 고정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확대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이 배당 성향과 DPS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금융지주는 자사주 소각 중심의 밸류업을 유지하면서, 세제 혜택에 힘입어 배당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실행하고 있는 밸류업 정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