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없네'…한국정보통신, 공개매수 청약 '제로'
매수희망가 웃돈 주가…FI도 침묵
공개 2020-02-04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08: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신용카드조회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한국정보통신(025770)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계속 웃돌며 단 1주도 청약 받지 못했다. 낮은 할증률 책정 및 공개매수가 미조정에 대해, 일부 소액주주들은 '의중을 몰라 신뢰도 어렵다'라는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회사 측은 예상보다 주가가 많이 올랐을 뿐이라는 반응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한국정보통신은 주식 소각을 위한 공개매수에서 단 한 주도 취득하지 못했다.
 
본래 한국정보통신은 유통주식수의 거의 대부분인 532만주와 자사주 57만주를 더한 약 590만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었다. 약 450억원 규모다. 그러나 단 한 명의 공개매수 참여자도 없어, 결국 50억원 규모의 자사주만 소각하게 됐다.
 
한국정보통신은 “공개매수 청약에 참여한 주주가 없어서 기취득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정보통신이 제조 및 판매하는 이지체크 카드단말기. 사진/이지체크
 
회사 측의 “주식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그간 투자자들은 공개매수 할증률이 너무 낮다고 지적해왔다. 한국정보통신은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7510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매수결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일 전일 주가의 9.32%, 이전 1개월 가중산술평균 주가의 6.7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통상 공개매수가 선언되면 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다각도로 차익을 노릴 수 있어 매수가 몰리기 때문이다. 정확한 비교는 아니지만, 한국거래소 산하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보고서를 참조하면, 2010~2017년 자진상폐 목적의 공개매수 평균 할증률은 27.64%를 기록했다.
 
게다가 한국정보통신의 유통주식수는 발행주식 총수의 13.7%에 불과할 만큼 적었다. 일반적으로 유통주식수가 적으면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진다. 실제 한국정보통신이 공개매수 공시를 낸 8일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음날에도 전일 대비 약 14% 오르며 주가는 1만원 선을 돌파했다. 이후 주가는 하락 기조를 보였지만, 그래도 공개매수 기간동안 매수희망가 아래로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심지어 공개매수는 실질수익률도 더 낮다. 장외거래로 취급되기 때문에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하는 탓이다. 한국정보통신은 중소기업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세율이 20%로 책정된다. 즉, 매수가와 주가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참여 유인은 매우 적어진다.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한국정보통신은 끝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현재 주가가 공개매수가격의 90%를 넘을 경우 매입가격 상향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한국정보통신의 ‘백기사’ 역할을 15년 넘게 자처해왔던 외국계 재무적투자자(FI)과의 모종의 딜이 있었다는 추측도 불거졌다. 엑시트 시점이 됐다는 해석이다. 이들 지분량은 38.87%에 이르며 극소수의 장내매도를 제외하면 13년째 변동이 없었다. 같은 기간 한국정보통신은 FI에게 단 한차례의 배당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FI도 침묵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대체 누구를 위한 주주가치 제고인지도 모르겠고, 회사의 의중도 몰라 신뢰가 안 간다”라는 성토와 “그래도 주가는 올랐다”라는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다.
 
한국정보통신 관계자는 “금번 할증률은 공개매수를 선언한 다른 기업을 참조해 산정한 것이며 비교해봐도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니다”라며 “예상보다 주가가 크게 뛰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입 자금으로 예정됐던 400억원의 사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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