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키옥시아 지분에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8년 만에 대규모 자금 회수에 나선 가운데 남은 전환사채(CB)의 활용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키옥시아 지분 매각으로 장부가액 7조원대 투자자산을 정리했지만, 키옥시아 최대주주인 또 다른 SPC가 발행한 CB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키옥시아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최소 1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미국 자본시장 진출이 SK하이닉스의 추가 투자금 회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SK하이닉스)
장부가액 7.4조 SPC1 투자 정리…남은 SPC2 CB는 유지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키옥시아에 간접 투자한 SPC1 투자자산을 정리한 뒤에도 SPC2가 발행한 CB는 유지하고 있다. 키옥시아가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하면서 남은 CB의 보유·전환·풋옵션(매수청구권) 여부가 향후 투자 성과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키옥시아는 내년 미국 증시에서 ADR을 상장해 최소 1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주요 금융회사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미 지난 5월 미국 상장 준비를 공식화한 데 이어 조달 규모까지 구체화하면서 SK하이닉스의 투자 회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18년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참여하면서 약 4조원을 투입했다. 도시바메모리는 이후 키옥시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투자는 BCPE Pangea Intermediate Holdings Cayman, LP(SPC1)와 BCPE Pangea Cayman2 Limited(SPC2)를 통해 이뤄졌다. SK하이닉스는 SPC1에 2조 6371억원을 출자해 키옥시아 지분에 간접 투자했고, 별도로 SPC2가 발행한 CB를 1조 2789억원에 인수했다.
투자금 회수는 베인캐피탈의 단계적인 키옥시아 지분 매각과 함께 진행됐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장기투자자산 처분액은 4조 1178억원에 달한다. 이후 SPC1의 키옥시아 잔여 지분 매각도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장부가액이 7조 4052억원이던 SPC1 투자자산은 전액 정리됐다. 최종 회수액은 지분 매각대금 가운데 SK하이닉스에 배분되는 몫에 따라 7조~10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부에서 감소한 금액은 기존 투자자산의 평가액으로 실제 현금 수령액이나 처분이익과는 차이가 있다.
SPC1 투자 정리 이후에도 SK하이닉스가 보유한 SPC2의 CB는 남아 있다. 해당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SPC2의 의결권 대부분을 확보해 이 법인이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SPC2의 키옥시아 지분율은 14.17%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미국 상장 추진과 별개로 CB를 당분간 보유한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측은 <IB토마토>에 "키옥시아의 미 ADR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현재 CB 매각이나 보통주 전환 등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 "2028년까지 의결권 제한이 설정돼 있는 만큼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의결권 제약 남은 CB…추가 투자재원 활용 가능성도
SK하이닉스가 남은 CB를 활용해 키옥시아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약정에 따른 제약을 해소해야 한다. CB의 주식 전환에는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와 일본의 외국인 투자 관련 절차가 필요하다. 두 회사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어 전환 이후 의결권 확보가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도 검토 대상 중 하나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키옥시아 동의 없이 전체 의결권의 15%를 초과해 보유하지 않기로 약정 옵션을 넣은 바 있다.
실제 키옥시아 역시 최근 증권보고서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의결권 행사가 일반 주주의 이해관계와 다를 수 있다"고 명시한 만큼 CB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과 실제 경영 참여 사이에 제약이 남아 있는 셈이다.
키옥시아의 ADR 발행 방식도 변수다. 기존 주식을 예탁해 미국 증시에서 거래하는 방식이라면 SPC2의 지분율에는 직접적인 변화가 없다. 반면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이뤄지고 SPC2가 참여하지 않으면 보유 지분율은 낮아진다. 다만 기존 주주들이 같은 비율로 희석될 경우 주주 간 지분 순위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옥시아가 신주 발행과 구주매출을 어떤 비중으로 구성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신주 발행대금은 키옥시아로 유입되고 구주매출 대금은 매각에 참여한 주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ADR 상장이 SK하이닉스의 투자금 회수로 이어지려면 SPC2의 보유주식 처분과 대금 배분 또는 SK하이닉스의 CB 매각 등 별도의 거래가 수반돼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경영 참여보다 CB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첨단 패키징 등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남은 CB를 현금화하면 추가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키옥시아의 ADR 발행 일정과 방식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SK하이닉스도 의결권 확보를 서두를 상황은 아니다"라며 "실제 매각 여부는 CB 거래 조건과 향후 투자자금 수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