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흡수·합병하면 통상 외부평가기관이 합병가액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시장가격이 없는 비상장사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산정되면 필요 이상의 합병신주가 발행되고, 기존 상장사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장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를 신주 발행 없이 흡수·합병할 때는 외부평가를 생략할 수 있다. 합병대가를 받는 외부주주가 없고, 합병비율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달라지지도 않아서다.
(사진=BGF에코머티리얼즈)
비상장사 합병임에도 외부평가 생략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GF에코머티리얼즈(126600)는 BGF에코솔루션을 오는 12월1일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존속하고 BGF에코솔루션은 소멸한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공시를 통해 "흡수 합병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 절감 및 인적, 물적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일원화된 구조에서 발생하는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고 합병 목적을 밝혔다.
합병비율은 BGF에코머티리얼즈와 BGF에코솔루션이 각각 1대 0이다. BGF에코머티리얼즈가 BGF에코솔루션의 보통주와 상환전환우선주를 포함한 발행주식 전부를 보유하고 있어 소멸회사 주주에게 교부할 신주나 현금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합병가액 산정도 생략했다.
일반적으로 상장사가 비상장사와 합병하면 합병가액의 적정성에 대한 외부평가를 받아야 한다. 상장사는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를 기업가치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비상장사는 객관적인 시장가격이 없다. 비상장사의 가치가 부풀려지면 비상장사 주주에게 더 많은 합병신주가 배정되고 기존 상장사 주주의 지분율과 주당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외부평가는 이 같은 이해관계 충돌을 줄이기 위한 투자자 보호 장치인 셈이다.
다만 자본시장법 제165조의4와 같은 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8항 제2호 나목 단서는 완전모회사가 완전자회사를 합병하면서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경우 외부평가 의무를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합병대가를 받을 자회사 외부주주가 존재하지 않고 모회사가 자기 소유의 자회사 주식과 맞바꿔 자신에게 합병신주를 발행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합병비율을 1대 0으로 정하더라도 기존 주주의 보유주식 수와 지분율은 달라지지 않는다. 최대주주 등 주주 구성과 경영권에도 변동이 없다.
외부평가가 없다는 사실이 소멸회사의 재무제표까지 검증받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외부평가는 합병가액과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절차이고 ,외부감사는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됐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이번 합병 공시에는 매매거래 정지 예정기간도 별도로 기재되지 않았다. 합병 자체가 모든 상장사의 거래정지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합병 과정에서 거래가 정지되는지는 소멸회사의 상장 여부와 합병신주 발행, 기존 주식의 권리 변경 등 구체적인 거래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상장사 간 합병에서는 소멸회사의 주식이 상장폐지되고 해당 주주에게 존속회사의 합병신주가 배정된다. 이 과정에서 소멸회사 주식의 거래가 중단되거나 신주 상장을 위한 권리관계 정리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주식 병합이나 전자등록 변경이 수반되는 경우에도 일정 기간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반면 이번에 소멸하는 BGF에코솔루션은 비상장사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없어 정지시킬 종목 자체가 없다. 존속회사인 BGF에코머티리얼즈도 합병신주를 발행하지 않아 신주 교부일과 상장 예정일이 없다. 기존 주식 수와 주주의 권리에도 변화가 없어 합병기일 전후로 별도의 거래정지 기간을 둘 필요가 없는 구조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이번 합병을 상법 제527조의3에 따른 소규모합병으로 진행한다. 합병으로 발행하는 신주가 없어 소규모합병 요건을 충족한 만큼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지 않고 오는 10월30일 이사회 결의로 대신한다.
존속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도 부여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합병에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소규모합병에서는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생략하는 대신 주식매수청구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일정 규모 이상의 주주가 합병에 반대하면 소규모합병 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다. BGF에코머티리얼즈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정해진 기간 안에 서면으로 반대 의사를 통지하면 이번 합병을 소규모합병 방식으로 진행할 수 없다. 반대의사 접수 기간은 이달 22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다. 해당 요건이 충족되면 회사는 일반합병으로 전환하거나 합병 진행 여부와 일정을 다시 결정해야 한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