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밤 8시까지 열리는 증시…투자자 보호도 연장됐나
KRX·NXT 오후 시간대 복수시장 경쟁 본격화
최선집행·유동성·전산 안정성 실효성 시험대
공개 2026-09-09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09일 06:1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14일 한국거래소(KRX)에도 '저녁장(애프터마켓)'이 열린다. 정규장이 끝난 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된다. 기존 오후 4~6시 시간외단일가매매는 폐지되고, 정규장처럼 호가가 맞으면 즉시 체결되는 접속매매 방식으로 바뀐다.
 
물론 저녁장이 처음은 아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는 지난해 출범 이후 이미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개장은 오후 4~8시 KRX와 NXT가 동시에 운영되는 복수시장 경쟁이 본격화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거래시간 확대 취지는 분명하다. 투자자의 거래소 선택권을 넓히고, 장 마감 뒤 해외시장 움직임이나 기업 관련 정보에도 KRX를 통해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시장 간 경쟁을 통해 거래비용과 서비스가 개선될 여지도 있다.
 

(사진=연합)
 
투자자에게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거래 기회가 늘어난 만큼 투자자 보호 부담도 커진다. 저녁 시간에는 증권사가 두 시장의 호가를 비교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보내는 최선집행 체계를 계속 가동해야 한다. 전산 모니터링과 장애 대응, 리스크 관리, 민원 대응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증권사 상당수가 NXT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별도 충원보다는 기존 인력과 탄력근무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실제 KRX와 NXT를 동시에 관리하는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유동성도 변수다. 오후 2시의 삼성전자와 오후 7시의 삼성전자는 같은 종목이지만 가격 변동성이 같다고 전제할 수는 없다. 참여자가 줄어 호가가 얇아지면 작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고 원하는 가격에 거래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진다.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과 '정규장과 같은 조건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시 사각지대도 살펴봐야 한다. 애프터마켓은 오후 8시까지 열리지만 현행 공시 운영시간은 오후 6시까지다. 거래소가 공시 종료 뒤 부도나 횡령·배임 등 중대 사실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될 경우 매매를 정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 것도 이런 사각지대를 의식한 조치다. 다만 거래정지는 중대한 악재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안전판일 뿐, 오후 6시 이후 생기는 정보 공백 자체를 없애는 장치는 아니다.
 
물론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시장이 열리지는 않는다. KRX 애프터마켓에는 변동성완화장치(VI)가 적용되고 위험 종목 거래가 제한된다. NXT도 정적 VI와 단일가 제도를 도입한다. 당초 함께 추진했던 KRX 프리마켓도 IT 개발과 인력 운영 부담 등이 제기되자 단일보드 구축 일정에 맞춰 2027년 말로 미뤘다. 시장 인프라의 안정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한 셈이다.
 
애프터마켓 개장 자체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개장 이후다. 거래량과 호가 스프레드, 전산장애와 주문 오류, 민원 발생 추이 등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

오전 10시와 오후 7시의 시장이 똑같을 수는 없다. 유동성이나 참여자도 다를 수 있다. 투자자가 그 차이를 충분히 알고 거래하는지도 중요하다. 또한 어느 시간대에 주문하더라도 시장감시와 전산 안정성, 투자자 보호 장치가 일관되게 작동해야 한다. 

14일부터 KRX에도 '저녁장'이 열린다. 거래시간 확대 자체가 성과가 돼서는 안 된다. 늘어난 거래 기회만큼 투자자 보호 체계도 촘촘해졌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시장의 경쟁력은 얼마나 오래 문을 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믿고 거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유창선 금융투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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