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신주 없는 '엑시트형 상장'…중복상장 잣대 논란
TPG 보유 구주로 ADR 발행…카카오 지분 희석 없어
거래소 "상장 방식과 무관하게 중복상장 규율 대상"
원칙적 금지보다 주주가치 훼손 기준 세분화 필요
공개 2026-08-27 07:2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4일 19:0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카카오 계열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가 재무적투자자(FI)인 TPG의 보유 지분을 기초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하면서 중복 상장 논란이 빚어졌다. 신주 발행 없이 기존 구주를 활용해 카카오(035720)의 지분율 희석 가능성은 낮지만, 현행 중복상장 규율은 해외 상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분율 희석이 없는 경우에도 모회사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규율 대상에는 포함해야 한다는 시각과 신주 발행을 동반한 일반적인 자회사 상장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TPG 지분만 ADR로…지분율 희석 없는 '엑시트형 상장'
 
2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ADR 상장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주가치제고위원회를 통해 2대 주주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만을 기초로 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검토에 나섰다. 지난 7월 2일에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ADR 관련 서류를 비공개 제출했으며, 현재까지 발행 규모를 비롯해 아직 결정된 건 없다.
 
TPG 컨소시엄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약 29%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다. 지난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모빌리티에 약 6300억원을 투자했다. 초기 투자 이후 9년이 지나면서 TPG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2년 국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카카오 계열사의 잇단 상장을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과 시장 상황 등이 맞물리며 상장 작업이 장기간 표류했다. 결국 이번에는 국내 IPO 대신 미국 ADR 시장을 활용해 FI의 투자 회수 통로를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시장 상장 추진은 국내 중복 상장 규제를 우회하는 동시에, 장기간 돈이 묶인 TPG에는 미국 기관투자가 분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묘수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시장을 택했다고 해서 국내 중복상장 규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회사인 카카오가 이미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있어서다. 지난달 정부는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해외 거래소 상장도 국내 상장과 동일한 제한을 두고 있다.
 
중복 상장 가이드라인의 제정 취지는 일반주주 권익 침해 방지다. 일반적인 신주 발행 IPO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은 물론, 모회사 주가가 자회사 지분가치보다 저평가되는 지주회사 할인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상장 전엔 자회사의 성장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반영되지만, 상장 후엔 신규 투자자가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모회사 주주들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은 과거 FI로 들어온 TPG가 보유한 구주를 기초로 ADR를 발행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일반 중복 상장과 차이가 있다.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지 않으므로 카카오의 자회사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은 낮다. TPG가 가진 지분 소유 주체가 TPG에서 미국 ADR 기관투자자로 바뀌어 사실상 기존 FI의 엑시트를 위한 구주 매각 성격이 짙다.
 
카카오 측도 <IB토마토>에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율 변화가 없기 때문에 기존 주주가치 희석도 발생하지 않는다"라면서 "사전에 공시한 대로 주주동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면서 주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필요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구주·신주 상관없이 중복 상장에 해당"
 
현행 중복상장 규율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의 ADR 상장은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사례라 예외가 없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측은 <IB토마토>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신주 발행이 아니라 FI인 TPG 컨소시엄의 구주 지분을 기초로 ADR를 발행하려 하지만 모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종속회사의 상장이라는 점에서 규율 대상(중복 상장)에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이에 따라 모회사인 카카오의 이사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ADR 상장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추후 중복 상장 가이드라인에서 지정한 '주주충실의무 기반 5대 의무'에 따라 ▲주주 영향평가 결의 ▲주주 보호 방안 마련 결의 ▲주주 소통 또는 주주 동의 여부 확인 ▲최종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 ▲공시 등을 이행해야 한다. 아울러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독립적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의결 역시 거친다.
 
재계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구주만 상장해 모회사의 지분율이 낮아지지 않더라도 매각대금이 카카오모빌리티가 아닌 TPG에 귀속된다는 점과 자회사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카카오에 반영돼 있던 자회사 가치가 분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회사 주주 피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A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에 "FI 주식으로 상장한다고 해도 모회사는 모회사대로 밸류에이션이 빠져나가는 것이므로 주주 피해가 아예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라며 "중복 상장으로 보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다.
 
미·일은 원칙적 금지 없이 공시 강화
 
반면 일각에서는 중복상장 규제의 목적이 모회사 일반주주의 가치 훼손을 막는 데 있는 만큼 상장이라는 형식 자체보다 실질적인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중심으로 규율을 한층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질적인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낮은 해외 상장까지 폭넓게 규제할 경우 한국거래소의 개입 범위가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 전반으로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복 상장 규제가 마련된 배경에는 국내에서 해외 주요국보다 모·자회사 동시상장이 관행적으로 추진됐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거래소가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시가총액 대비 상장사 간 지분 보유 시가총액 비율은 한국이 11.2%로 미국(0.05%)과 일본(4.0%), 중국(2.4%), 대만(2.7%)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해외 주요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모·자회사 동시상장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각각 증시에 입성하는 중복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모회사가 다른 국가 증시에 상장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회사의 해외 상장을 제한하는 별도 규정도 없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배주주와의 관계, 특수관계자 거래, 이사회 독립성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을 공시·지배구조 규제로 관리한다. 모회사 등이 의결권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는 일부 독립이사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지만, 해당 사실과 근거를 투자자에게 공개해야 하며 감사위원회 독립성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일본은 모·자회사 동시상장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는 대신, 자회사가 일본 증시에 상장할 경우 주주가치 희석 여부를 기준으로 두고 모회사로부터의 경영 독립성과 내부거래의 공정성, 소수주주 보호 체계 등을 심사하고 있다. 상장 이후에도 별도 상장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와 그룹 내 사업 기회 및 경영자원 배분 방침 등을 충실히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 상장부는 <IB토마토>의 서면 질의를 통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 자회사를 해외 금융상품거래소에 상장시키더라도 상장 모회사에 별도로 적용되는 특별한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에는 모·자회사 동시상장 자체를 실질적으로 금지하거나 사실상 제한하는 규정 또는 기준이 없다"며 "중복상장이라는 구조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해당 구조를 택한 이유와 소수주주 보호 방안 등을 주주와 투자자에게 충분하고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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