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불붙은 증시, 냉골에 앉은 실물경제
지수 산출 46년 만에 첫 종가 5000 돌파
반도체 쏠림 속 '건강한 성장'에는 물음표
체감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온기, 실물로 퍼져야
공개 2026-01-28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8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27일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했다. 1980년 지수 산출 이후 46년 만이고, 4000선을 넘어선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종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지수 상승을 주도했고, 이재명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도 힘을 보탰다. 다만, 이런 열기가 우리 경제 전반의 건강한 성장을 의미하는지는 의문이다. K자형 양극화가 깊어지고 있고, 실물 경제는 여전히 암울한 상항이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먼저 반도체 중심으로 편중된 성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가 코스피 전체의 약 38%에 달한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 전체로 보면 시총 비중이 코스피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들 종목을 제외하면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에서 고객의 주식 계좌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은 코스피 급등 시기에 손실을 기록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극단적인 편중 현상이 시장 전체의 건강한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실제 성장 기회가 있는 일부 분야에만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면서 내수 중심의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것이 사실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첨단산업만을 중심으로 주가는 물론 실제적인 성장이 집중되는 구조다. 특히 현재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봇 관련 회사가 아니면 주가는 물론, 실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리면 증시 호황이 실물 경제로 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가 상승으로 자산이 늘어난 투자자들이 소비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경제 전반이 살아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코스피 지수와 소비 동향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코스피 지수가 크게 성장했을 때도 민간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민간소비지출이 감소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의 열기와 달리 실물 경제는 여전히 한겨울을 지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성장하고, 설비투자가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으로 회복세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수출은 호조를 보이는 반면 내수는 부진한 전형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최근에는 이런 현상을 K자형 양극화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경제의 양극화는 오래전부터 회자되던 말이었지만,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이제는 K자형 양극화로 명명되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실제 체감 경기는 지표보다 훨씬 춥다. 매출은 늘지 않고, 고정비 부담도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비 패턴 변화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더욱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1월 조사에서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가구 간 소득격차가 처음으로 연 2억원을 넘었다고 밝혔고, 특히 두 계층 간 자산 격차도 15억원 이상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양극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 5000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오랫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시장의 노력이 일정 부분 결실을 맺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주식시장의 성과가 실물 경제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 할 수 없다.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위축된 민간소비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이 절실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에 대한 환호가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경기 회복이다. 주식시장의 온기가 실물 경제로 흘러들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다.
 
최용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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