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빙그레(005180)가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을 공식 흡수합병하며 국내 빙과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침체된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 인수 이후 6년 만에 법인 통합을 마무리한 빙그레의 다음 과제는 해외 사업의 수익성 확보와 신규 시장 개척이 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을 결의했다. 이번 합병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를 흡수하는 형태로, 4월 1일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빙그레는 이를 통해 중복된 사업 조직을 통합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일원화해 경영 효율성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빙그레)
비용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률 하락…가격 인상으로 방어 나설까
빙그레는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이후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매출은 2021년 1조1474억원에서 2024년 1조4630억원으로 외형 성장을 이뤘고,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2.3%에서 9.0%로 상승했다. 주력 제품인 ‘바나나맛우유’, ‘요플레’ 등의 높은 브랜드인지도와 고객충성도를 바탕으로 가공유와 발효유 시장에서 경쟁력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부터는 내수시장 수익성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평가다. 제품 가격 인상이 병행되지 않는 이상 원재료와 인건비는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고, 민간소비도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엔 원재료 부담과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다소 악화했다. 지난해 상반기 인건비는 전년 동기 대비 161억원 늘었으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660억원에서 40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9%였던 영업이익률도 5.6%로 후퇴했다. 지난해 3분기엔 매출 증가에도 판관비를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 영업이익률을 8%대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수익성 악화 추세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는 지속적인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소비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주요제품 가격의 인상을 2023년 이후 최대한 자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원재료인 우유(원유)의 가격은 kg당 1163원(2023년), 1208원(2024년), 1214원(2025년 3분기)으로 상승한 가운데 바나나맛우유(1800원), 투게더(9800원), 아카페라(2000원) 등은 가격은 유지했고, 요플레 가격만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인상했다.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원가는 지난해 7853억원에서 올해 8401억원으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306억원에서 992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일각에선 올해 제품 가격 인상을 예상한다. 최근 3년간 원가 인상률이 약 4.4%인 점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포화 시장인 유음료·빙과 시장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빙그레가 2023년 당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점도 인상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빙그레는 2023년 메로나 가격을 800원에서 1200원까지 인상하고, 바나나맛우유와 요플레 가격을 각각 100원씩, 투게더 가격은 800원 인상하면서 영업이익률을 3.1%(2022년)에서 8.0%(2023년)까지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
글로벌 사업 드라이브…중국 시장서 고전
최근 빙그레는 국내 내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해외사업총괄에 박정환 사장을 앉히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흩어져 있던 해외 수출입 관련 조직을 최근 하나로 묶어 해외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빙그레는 2014년 8월 중국 현지 법인인 상하이를 시작으로 2016년 7월 미국, 2019년 9월 베트남에 각각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들 법인을 중심으로 북미, 아시아 등 3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빙그레의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은 2018년 5.9%에서 2023년 10%를 넘겼고, 지난해 3분기엔 12.9%로 상승하는 추세다.
다만 최근 해외 사업 실적은 다소 엇갈린다. 미국과 베트남 법인 매출은 크게 늘어났지만, 중국 시장에선 고전하고 있다. 2024년 421억원에 달했던 중국 법인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누적 268억원으로 부진했던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804억원에서 815억원, 베트남은 106억원에서 108억원으로 이미 전년도 실적을 넘어섰다. 특히 수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는 '메로나'가 코스트코 등 메인스트림 시장에 입점하면서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빙그레는 이에 그치지 않고 과거 2019년 브라질 사업 철수라는 뼈아픈 경험을 거울삼아 적극적으로 신규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유통 전문기업 STC(Shankar Trading Company)와 파트너십을 맺고 메로나 공급 확대에 나섰다. 아직 중동 지역에 현지 법인은 없는 상황이지만, 시장 반응과 사업 확대를 고려해 향후 현지 법인 추가 인수 또는 설립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국은 아이스크림 시장 최대 규모고, 중국의 식품시장은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안전한 고품질 제품을 찾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빙과류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며 “빙그레는 이번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합병을 발판 삼아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