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외화매출채권 '현금화' 가속…환리스크 줄인다
대기업 팩토링 헤지 수단 확대 추세
달러 부채 늘려 이익 예측 가능성 확보
환율 헤지에 유동성 확보까지 '이중' 효과
공개 2025-11-2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21일 16:4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포스코가 올해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팩토링(채권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크게 늘리며 환율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환율이 이어지면 수출기업에는 이익이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그보다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데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달러 등 외화 기반 매출채권을 담보로 외화 부채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환헤지 효과를 얻고 있다. 조달 비용이 낮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동시에 단기 유동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선물환 등 기존 헤지수단보다 실용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사진=포스코)
  
환율따른 순이익 변동성 최소화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들어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한 팩토링 조달을 큰 폭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기준 포스코가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조달한 단기 차입금은 2545억원이며, 이는 지난해 말 561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규모다.
 
팩토링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이뤄진다. 매출채권과 그에 속한 권리 일체를 금융기관에 넘기고 일시금을 받는 조달법 혹은 매출채권과 그 권리를 채권 보유 기업이 가진 상태에서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있다. 포스코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럴 경우 향후 매출채권 미회수 시 기업이 조달 자금을 상환하기 때문에 차입금으로 회계처리 한다. 
 
매출채권 기반으로 팩토링 조달을 할 경우 여러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외환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일시금으로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팩토링을 통해 환헤지 효과뿐 아니라 유동성 확보 효과도 낼 수 있어 현재와 같은 고환율 시대에 유리한 재무전략이 된다. 
 
매출채권이 외화 기반일 경우 팩토링으로 조달하는 자금은 달러 차입금이 된다. 달러 기반 자산에 상응하는 달러 부채를 확보할 경우 환율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산과 부채 비율이 일치할수록 헤지 효과도 커지는 것이다. 환율 상승 시 달러 기반 자산은 평가이익이 늘어난다. 이는 금융손익 증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는 반대가 된다.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기업의 수익성이 불확실성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에 보통 헤지 수단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한다. 지금과 같은 고환율 상황에서 달러 기반 자산의 평가차익을 달러 부채로 상쇄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환헤지 수단으로 매출채권 팩토링을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의 환율 관련 평가손익은 환율 변동성 대비 적었다. 포스코의 외환차익은 올해 3분기 기준 296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2939억원)대비 0.9% 증가했다. 또한 외환차손 역시 지난해 3130억원에서 올해 3244억원으로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년 사이 4.7% 상승했다.
 
아울러 팩토링은 유동성 확보 역할도 한다. 매출채권 팩토링 차입금은 매출채권이 회수되는 시점에 상환된다. 회수 시점까지 일시적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역할도 한다. 게다가 기업 신용도나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높다면 매출채권 할인율이 줄어든다. 조달 비용, 즉 이자율 인하 효과도 있다. 포스코의 신용등급은 현재 AA+(안정적)으로 철강업계 내 최상위권이라 팩토링 과정에서 낮은 할인율을 적용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채무 유연한 대응능력 확보
 
팩토링 등 달러 기반 자금 조달 시 기존 외화 채무와 연계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달러 회사채의 만기 시기와 달러 확보 시기가 일치한다면 상환 혹은 이자 부담에 유연히 대응할 수 있다. 환율이 연일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이러한 유연한 방식의 헤지 겸 유동성 확보 수단이 확대될 수 있다.
 
달러 팩토링 조달은 기존 선물환 계약 유동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조기에 확보한 채무성 달러를 달러 회사채 이자 비용 등에 지출하고, 팩토링 자금은 추후 만기까지 다른 헤지상품이나 채권회수로 상환할 수 있어서다. 포스코는 내년 1월 98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본드 만기를 앞두고 있다. 외화 차입금 조달로 일부 대응할 수 있는 시기다.
 
그 외에 포스코는 2027년부터 2033년에 걸쳐 글로벌 본드 4건(총액 2조9248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해당 사채의 이자율이 4.5~5.88%로 높은 편인데다, 환율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채무 유지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선물환 계약은 미리 약정한 금액에 달러를 살 수 있다. 환율이 계속 높아질 경우 추후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즉시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차원에서 불리하다. 포스코는 지난 8월 총 5건의 통화스왑 및 선물환 계약을 추가하지 않았고, 팩토링 조달을 대폭 늘렸다. 기존 환헤지를 팩토링으로 일부 대체하는 모습이다.
 
포스코 측은 <IB토마토>에 “팩토링은 향후 금액 규모 또한 외화 자산과 부채 규모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유동성 확보 효과는 제한적이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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