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하도급 결제 취약…노동 리스크 '시한폭탄'
대형 조선소 중 하도급 대금 현금 결제 비중 최저
노란봉투법 시행 후 하청노조 교섭 의무 가능성
하도급 대금 결제 조건 개선으로 리스크 완화 필요
공개 2025-09-0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8일 18:1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오션(042660)이 국내 대형 조선소 중 하도급 대금 현금 결제 비중이 가장 낮고, 분쟁조정기구가 유일하게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향후 노란봉투법(일정 요건 충족 시 하청노조도 원청 기업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법률) 등에 따른 노동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법률 비용 등 노동 리스크 확산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에 앞서 자구적인 하도급 대금 지급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쟁의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리스크 완화 방안으로 꼽는다.
 
(사진=한화오션)
 
미비한 하도급 제도
 
28일 '지급수단및분쟁해경기구에 관한 공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국내 대형 조선소(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 삼성중공업(010140)) 중 유일하게 하도급 대금 지급 관련 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하도급법상 분쟁조정기구 설치는 기업 자율에 따른다. 다만, 국내 대형 조선소는 하도급 업체의 민원 접근성 강화를 위해 사내에 분쟁조정 부서를 등록하고, 담당자 연락처 및 분쟁 조정 절차 등을 안내하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부서 등에서 하도급 민원성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분쟁조정기구가 아니라 접근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흡한 하도급 분쟁 조정 제도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IB토마토>에 “분쟁조정기구 설치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도급 대금 현금 결제 비율도 국내 대형 조선소 중 가장 낮다. 올해 상반기 한화오션의 현금 결제(현금 및 만기 1일 이하 어음 결제 등) 비중은 81.92%(1조6083억원)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하도급 대금 결제를 100% 현금으로 치렀다. 제조업 전체로 범위를 확장해도 하도급 대금 현금 결제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평균(86.19%)보다 낮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한화오션이 만기 30~60일 어음으로 결제한 하도급 결제 대금도 1708억원(8.7%)에 달한다.
 
보통 하도급 업체에 대한 지급 조건 중 현금 혹은 만기 1일 이내 어음성 결제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즉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금 결제 비중 확대는 정책적 장려 사항이며, 어음 결제 역시 허용한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정상 거래다.
 
하도급 결제 및 분쟁 해결에 관한 공시 제도가 신설된 이유는 하도급 업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도급 업체는 원청회사에서 아래로 갈수록 결제조건이 열악하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수많은 하도급 업체와 협업하는 조선산업 특성상 현금 결제 비중을 높여야 공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하도급 대금 현금 결제 비중이 작을 경우, 하도급 업체는 시간차를 두고 현금을 지급받는다. 유동성이 즉시 지급되지 않을 경우 하청 근로자 임금 상승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도급 대금 현금 결제 비율 증가를 장려하는 제도들이 시행되는 것도 하도급 업체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 전…리스크 완화 방안은
 
비교적 열위한 하도급 대금 결제 체계는 향후 하청노조 등의 교섭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약 6개월 뒤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조 및 3조 개정안)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 및 결정을 할 수 있는 지위의 원청기업이라면 사용자(사용자성)로 인정한다. 다만, 실제 교섭은 성과금 등 한정된 분야에 한해서만 이뤄질 전망이다.
 
법조계 등은 노란봉투법 시행 후 원청기업의 사용자성 개념 확대에 따라 단체교섭 횟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사용자성을 결정짓는 실질적 지배력 개념이 모호하다는 평가에 따라 이에 대한 해석을 법원의 판단에 맡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단체교섭 당사자인 한화오션 하청노조 역시 노란봉투법 시행 후 단체교섭 과정서 사용자성 여부를 두고 한화오션과의 법적 분쟁을 예상한다.
 
이는 원청인 한화오션의 법률 비용 등 노동 리스크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법률 비용은 판매관리비 내 지급수수료(혹은 제 수수료) 항목으로 처리한다.올해 상반기 한화오션이 지출한 판관비 제 수수료 비용은 56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12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향후 판관비 제수수료 항목에 추가 비용이 얹어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법조계 등은 향후 자구적인 기업 대응 방안으로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금 결제 조건 개선을 꼽는다. 하청 근로자의 임금이 하청업체를 통해 지급되는 구조하에서 하도급 업체에 유동성을 적시에 공급하는 경우를 늘려 노동쟁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이는 법적 판단에 앞서 하청 근로자 근로조건을 개선해 강대강 대립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법조계 등의 예측에 따르면 기업이 노란봉투법 시행에 법률적으로 선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적다. 따라서 내부 제도 개선 등 자구적인 방안이 현재 할 수 있는 대응이 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상황에 따라 쟁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적절 범위 내에서 하도급 대금 지급 상황 개선 등을 통해 쟁의 가능성을 낮추는 대응도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하도급 대금 결제 방식 현황과 별개로 협력사 상생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조선 협력사 상생용 공동근로복지기금, 고용 유지 지원, 명절 하도급 대금 조기 지급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진행 중이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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