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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 민창욱 파트너 변호사
기업의 지속가능성 위해 인권·환경 리스크 예방 필요
국제 기준 따라 공시하는 기업이 'ESG 잘 하는 기업'
취약그룹 참여 확대와 이후 변화가 인권경영 지속 핵심
공개 2025-07-2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3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순한 재무적 성과를 넘어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까지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지평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19년 인권경영팀을 출범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환경 및 거버넌스 전문가들과 함께 ESG센터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이후 SK(003600)그룹, 현대모비스(012330), 포스코(005490)그룹, 세아그룹, 네이버(NAVER(035420)), 풀무원(017810) 등 다수의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인권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환경 실사와 ESG공시, 컴플라이언스 등 다양한 ESG 이슈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경영 평가와 보고지침 연구 등 공공 부문 과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민창욱 파트너 변호사는 지평 ESG센터의 공동 센터장을 맡고 있다. 2012년 3월 지평에 합류해 소송 전문 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 분쟁 대응 경험을 쌓아왔다. 2017년 하반기에는 한국전력공사의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 방안 수립'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맡았고, 2019년에는 UC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에 진학해 경제적 불평등과 일의 미래, 인권경영 등을 공부했다.
 
민창욱 파트너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지평)
 
다음은 민창욱 변호사와 일문일답이다. 
 
-자기소개와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법무법인(유) 지평 ESG센터 공동센터장으로서 기업들에 ESG, 컴플라이언스, 인권경영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지평에 입사해 소송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노동팀, 형사팀, 건설부동산팀을 오가며 8년 정도 소송 사건을 담당했다. 노사관계, 산업안전, 성희롱, 경영권분쟁, 배임·횡령, 배출권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의 분쟁 대응 절차를 경험한 것이 지금 ESG 업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기업에 잠재된 ESG 이슈가 추후 분쟁 단계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예상할 수 있다면 리스크 관리 방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자문할 수 있는 것 같다. 
 
-소송 변호사에서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전환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2017년 하반기 한국전력(015760)공사의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 방안 수립'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맡으면서 컨설팅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시한 1호 공약이 '비정규직 제로화'였는데, 당시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서 비정규직 숫자가 가장 많은 공공기관이 한국전력공사였다. 정부 가이드라인, 한국전력공사 비즈니스 모델, 비정규직의 현황과 실태, 기존 정규직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를 함께 고민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설계했다. 분쟁 대응도 어려웠지만, 컨설팅은 규제 환경과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두루 고려하면서도 기업 경영상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껴 UC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석사과정(MPA)에 진학해 경제적 불평등과 일의 미래, 기업과 인권 등을 공부했다. 
 
-ESG 공시나 규제는 최근에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최근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에 관심이 있다. 이는 기업에 정기적으로 인권과 환경 리스크를 식별하고 예방·완화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이다. 2024년 7월 유럽연합이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을 채택했고 우리나라에도 지난 달 인권·환경실사법안이 발의됐다. 기업이 선제적으로 사업장과 공급망에서 발생가능한 인권·환경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고충처리절차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구제를 제공하는 것이 실사법의 핵심이다. 
 
-실사법이 공시와도 연계된다고?
△유럽연합은 실사의 주요 프로세스와 실사를 통해 발견한 중요한 부정적 영향을 지속가능성 제표에 공시하도록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를 통해 의무화했다. 정보를 정확히 공시하려면 그 정보를 찾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지속가능성 실사'는 기업이 ESG 리스크를 식별하고 관리하는 표준 프로세스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앞으로 실사를 통해 식별된 ESG 리스크를 국제 기준에 따라 정확히 공시하는 기업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ESG 경영을 잘 하는 기업으로 인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들은 어떤 부분에서 컨설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
△2020년 전후부터 한국에서 ESG가 활성화됐고, 국내외 여러 ESG평가기관이 기업의 ESG 성과를 측정하면서 우리 기업들도 어느 정도 ESG 정책과 체계를 갖추게 됐다. 다만 글로벌 투자자나 고객사의 요청으로 ESG 정책을 만들어 공시하기는 했는데, 우리가 공시한 ESG 정책이 맞는지, ESG 정책을 현장에서 실행해 실질적인 리스크를 줄이거나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는데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증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최근 경영진 보고를 드려보면 인권실사를 통해 우리 회사의 인권경영 수준이 높아졌는지, 구성원들은 좀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지를 언급하는 분이 많아졌다. ESG 등급 상승을 위해 회사의 인권정책 문구만을 가다듬는 단계를 넘어서, 실제로 우리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는지 또는 우리 회사 구성원이 사내협력사 직원에게 갑질을 하지 않는지를 궁금해한다. 이러한 갈증은 실제 구성원의 인식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취약그룹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잠재된 인권 리스크가 무엇인지 확인하며, 국제기준이나 다른 회사의 관행과 비교·분석 등을 통해 회사의 인권경영 수준을 체계적으로 진단할 수 있을 때 해결할 수 있다. 
 

민창욱 파트너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지평)
 
-인권경영을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갖춰져야 하나?
△인권경영은 문제의식만 있어서는 추진될 수 없다. 한편으로는 경영진에 인권경영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장애인, 여성 등의 취약그룹, 근로자대표, 지역주민 등을 인권실사 절차에 참여하게 하여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특히 취약그룹은 인권실사절차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한다. 이들의 참여 장벽을 어떻게 해소하고 인권실사를 진행할지, 그들의 목소리를 경영진의 문법에 맞게 번역해 어떻게 전달하고 설득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한 번 인권실사를 진행했더라도 이를 통해 바뀌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 생기면 인권경영을 계속할 수 없으므로, 회사와 이해관계자 모두에 도움이 되는 작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인권경영을 잘 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
△인권 정책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국제사회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인권 실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고충 처리 절차를 거쳐 피해자에게 구제를 제공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평가 기준은 기업의 인권경영과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인 기업인권벤치마크(CHRB)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인권침해 발생 빈도 등을 인권경영을 잘 하고 있다는 척도로 보지는 않는다. 인권침해가 발생했지만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말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아직 명시적 규제는 없고 지난달 인권·환경실사법안만 발의된 상태다. 
 
-최근 진행한 인권경영 업무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지난해 10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와 함께 포스코 그룹 인권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 그룹 내 인권경영 거버넌스 구축, 인권실사 방법론 정립, 통합 고충처리 메커니즘 마련 등의 주요 과제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올해 2월에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을 비롯해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포스코퓨처엠(003670) 등 6개 그룹 사업회사 사장단이 모여 그룹 인권경영 선포식을 가지기도 했다.  
 
-지평 ESG센터가 ESG와 인권 경영 업무에서 보유하고 있는 강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평 ESG센터는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컨설팅펌 출신 컨설턴트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근무한 전문위원과 연구원 등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ESG 규제 해석과 국제기준의 동향 파악에 더해 기업 현장에서 실천가능한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지평은 ESG센터 출범 이후 국내 기업 및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30건이 넘는 인권·환경 실사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제조, 자동차, 철강, IT, 반도체, 에너지, 화학, 제약·바이오, 식품,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을 대상으로 국제기준에 따른 실사 절차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향후 지평에서 이루고자 하는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매번 프로젝트에 임할 때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보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회사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한 가지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한다. 지평과 함께 한 기업들이 한 걸음씩이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이 일을 10년 넘게 오래 하면서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인권경영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 한국 기업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것이 목표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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