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반복되는 임상 조기 종료…R&D 동력 꺼지나
국내 액상형 제제 임상 조기 종료…사업성 재검토 결과
무형자산 비용처리 예정…19억원 이하로 부담 없어
R&D 축소 해석 우려에 "미국 임상 기저 효과"
공개 2025-06-25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0일 11:4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휴젤(145020)이 국내외 시장 변화에 따른 사업성 재검토 결과라며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의 국내 임상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이에 자산화됐던 연구개발비가 비용처리될 예정인데, 호실적을 이어온 회사의 입장에서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앞서 중단된 임상시험과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축소는 R&D 동력 저하 시그널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사측은 기존 제품의 추가 적응증 확보와 차세대 톡신의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휴젤)
 
액상형 톡신 국내 임상3상 조기 종료…개발비 무형자산 비용처리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젤은 전날 중등증 이상의 미간주름에 대한 리도카인 함유 액상 보툴리눔 톡신 제제 'HG102'의 국내 제3상 임상시험을 조기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해당 임상은 지난 2023년 6월 임상 착수 당시 사측이 제시한 완료 예정일인 2025년 10월보다 약 4개월 앞당겨 종료된다.
 
HG102는 동결 건조한 가루 형태의 기존 보툴리눔 톡신을 액상 형태로 만들어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염산염을 첨가한 제품이다. 당초 사측은 가루 형태의 기존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멸균 생리식염수를 서서히 주입해 용해·희석해야 하는 불편이 있는 만큼 액상 형태로 편의성과 시술 안전성을 높여 시장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었다.
 
휴젤은 공시를 통해 임상 자진 취하 결정이 국내외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액상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사업성을 재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과거 액상형 톡신이 차세대 톡신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던 시기에 개발을 결정했으나, 전망과 달리 가루 형태의 제제가 안정적으로 시장에 자리를 잡으며 현 시점 액상형 제제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에 따라 회사는 무형자산으로 자산화해온 해당 연구개발비를 비용처리할 예정이다. 휴젤이 개발 중인 국내 톡신과 관련해서 자산화된 금액은 2022년까지 2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2023년 10억원을 거쳐 2024년 18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1분기 기준 장부금액은 총 19억원 수준이다.
 
휴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액상형 톡신 개발에 사용했던 비용은 처리되고 종료되는 게 맞지만, 19억원 전액이 액상 톡신 개발비는 아니다. 세부적으로 비용을 밝히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들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휴젤의 입장에서 비용처리가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회사의 매출은 3730억원으로 전년대비 16.67% 증가하며 우상향을 지속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1662억원, 당기순이익은 1431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41.09%, 46.47% 늘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1640억원, 단기금융상품 2994억원 등 보유 현금성 자산도 넉넉한 수준이다.
 
 
반복되는 임상 중단과 연구개발비 감소R&D 축소 우려도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은 그간 회사가 임상 조기 종료를 빈번히 결정하면서, 이 같은 행보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연구개발을 축소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공시에 앞서 휴젤은 지난 2023년 5월에도 내부 사업방침 변경에 따라 비대흉터 치료제 'BMT101'의 국내 임상2a상을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어 2024년에도 다한증을 적응증으로 한 'HG103(마이크로니들)' 연구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더해 전체 연구개발비용도 줄고 있어 R&D 동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휴젤의 연구개발비는 2021년 290억원에서 시작해 연 200억원 이상을 유지해오던 중 지난해 148억원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 합계 비중은 11.85%에서 3.97%로 쪼그라들었으며,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용은 35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비중은 3.94%로 작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절대적인 규모의 차이가 있긴 하나, 보툴리눔 톡신을 주력으로 하는 여타 회사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과 비교했을 때 적은 수치다. 지난해 메디톡스는 매출의 17.38%에 달하는 397억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고, 같은 기간 파마리서치바이오는 매출의 15%인 40억원을 투입했다. 아울러 이들 회사가 최근 5년간 임상을 자진 취하하거나 조기 종료했다고 공시한 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휴젤 측은 회사가 연구개발비를 줄인 게 아니라, 미국 임상의 여파로 늘어났던 연구개발비 규모가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휴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R&D 비용이 작년에 감소했는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가 지난해 2월 미국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그 이전까지 FDA 허가를 위해 투입되던 비용이 해소되면서 전체 비용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며 "E타입 톡신이나 다른 적응증 개발 등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 자체를 줄인다는 사실은 없다"고 전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연구개발 진행 총괄표상 후기 임상이 남아 있는 톡신 품목은 'HG101'과 'HG401', 'HG105' 등이다. 이 중 HG101은 이미 허가가 완료된 보툴렉스로 과민성 방광, 경부 근긴장이상 양성교근비대증 등 추가 적응증에 대한 임상, 'HG105'는 미간주름에 대한 비임상을 완료한 상태다.
 
HG401은 E타입 톡신으로써 휴젤이 차세대 톡신으로 낙점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품목이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A타입 톡신은 투여 3~7일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나 6개월 이상 약효가 지속되는 반면 E타입 톡신은 24시간 내 효과가 발현돼 4주간 유지된다. 이에 보다 빠른 효과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은 균주 확보 단계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휴젤은 지난해 5월 미국 내 보툴리눔 톡신 연구 전문 기업과 균주 도입 및 개발 협력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톡신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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