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무차입경영 달성…수주 쌓아 유동성 확보
지난해 공격적 차입금 감축…회사채 3500억원 상환
올해 유동성 확보 여부 방산 사업 성과에 달려
공개 2024-02-1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14:1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현대로템(064350)이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무차입 경영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가 늘면서 지급받은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재무상태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올해도 폴란드 전차 납품 등으로 현금창출력이 개선되면서 낮은 수준의 차입금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의 K2 전차(사진=현대로템)
 
연이은 차입금·사채 상환에 부채비율 개선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해 3분기 무차입경영 상태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차입 경영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가 은행차입금·회사채 발행 규모보다 커 사실상 차입금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로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7721억원으로 2022년 5060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차입금(회사채 포함) 규모는 1조1488억원에서 6910억원으로 39.9% 크게 감소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액수가 차입금 액수를 추월하면서 무차입 경영 상태로 전환됐다.
 
 
실제 현대로템의 주력 사업인 철도차량 제작 및 방산 수주잔고가 늘면서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도 늘어나면서 차입금 감축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로템이 최근 발표한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17조5003억원으로 2022년 말(13조890억원)에서 34% 증가했다. 특히 철도차량 제작 수주잔고가 2022년 말 7조462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조4100억원으로 증가한 것이 전체 수주잔고 증가를 이끌었다. 수주 증가에 따른 선수금 규모도 2022년 말 1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22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3분기 매출채권 규모를 3403억원에서 4234억원으로 831억원 늘리는 등 앞으로 유입될 현금도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나가는 돈인 매입채무는 2022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3431억원에서 3408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다. 이에 헌대로템은 운전자본 조절로 현금유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3분기 355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9월 450억원의 회사채를 39-2차 무보증사채(500억원)와 차환하기 목적으로 발행한 이후 추가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았다. 회사채 상환이 차환 규모를 웃돌면서 전체 차입금이 줄어드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도 일제히 줄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3분기까지 외화대출액을 135억원에서 427억원으로 늘렸지만 기업어음(CP) 1000억원을 상환해 단기차입금을 1990억원에서 1325억원으로 줄였다. 또한 장기차입금도 970억원 상환했다. 현대로템이 차입금을 상환했지만 부채비율은 2022년 말 223.4%에서 208.5%로 14.9%포인트 감소했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계약부채 규모가 큰 것이 높은 부채비율의 원인이다. 현대로템의 지난해 3분기 계약부채는 1조4218억원으로 부채총계(3조3592억원)의 42.3%를 차지한다.
 
재무감축 재원은 수주로 확보
 
현대로템은 꾸준히 쌓이는 수주잔고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확보한 수주잔고가 향후 매출로 전환된다. 또한 수주가 증가하면 계약부채도 함께 증가하며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이 늘어난다. 계약부채는 물품 및 서비스 제공을 대가로 미리 회사가 받은 돈 등을 의미한다.
 
현대로템의 지난해 3분기 유동계약부채액은 1조4218억원으로 2022년말(1조2161억원)에서 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대로템의 영업현금흐름은 4075억원으로 2022년 3분기 472억원보다 8.6배 커졌다. 현대로템의 현금흐름표상 계약부채 증가로 인해 1272억원이 유입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로템은 올해 폴란드에 K2 전차 56대를 납품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K2 전차가 제작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제작과 인도가 시작되면 잔금 등으로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25년에는 폴란드에 K2 전차 96대가 납품될 예정이다. 2025년까지 꾸준히 K2가 납품되면서 향후 2년간은 꾸준한 현금유입이 예상된다.
 
올해도 현대로템은 방산분야 수주를 확대를 통해 현금유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우리 국군의 K2 전차 4차 양산사업이 있는데다 폴란드를 대상으로 한 방산 수출 계약 체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폴란드 추가 수주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을 통해 방산업체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상향이 선결돼야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월19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현행법상 수출입은행은 업체에 대해 자기자본의 40% 이상을 대출해줄 수 없다. 현재 자기자본의 상한선은 15조원으로 수출입은행의 방산업체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는 6조원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이미 1차 폴란드 방산 계약에서 6조원의 신용공여를 소진한 상태라 향후 2차 수주 계약을 위한 추가 지원이 불가능하다. 개정법은 자기자본 한도를 30조원 수준으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추가적인 금융지원이 없으면 폴란드 전차 수출이 막힐 위험이 커진다.
 
현대로템 측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재무건전성 방침 및 수주 계획 등에 대해 “전세계 경기불황 및 지정학적 위기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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