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 5979억 빚 갚기 '역부족'…계열사 돌려막기 나설까
자사주 매각 금액 224억원…보유 현금 합해도 차입금 상환 어려워
계열사 대한해운LNG 차입금 지원 3000억원 이상
해상운임 4분기 급등에 계열사 성장 전망에 자금 지원 가능성도
공개 2024-01-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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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대한해운(005880)이 자사주를 전량 매각하면서 마련한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하지만 나갈 돈이 많아 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의 차입금 규모가 큰 데다 계열사 지원에 따른 자금 소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계열사 간 자금 지원이 빈번한 SM그룹 특성상 해상운임 급등·사업 확대가 예상되는 대한해운LNG 등 계열사를 통해 대한해운 지원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사진=대한해운)
 
투자 확대에 재무부담 증가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지난 19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보유 자사주 전부인 838만6070주를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224억원이다. 대한해운은 투자관련 및 일반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주를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사주 매각 대금과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합해도 당장 갚아야 하는 유동성 장기차입금을 상환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의 유동성 장기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5979억원이다. 선박 구입 등에 따른 선박금융으로 발생한 부채로 파악된다. 해당 차입금들의 만기는 올해 3분기 이전이다. 단기차입금은 없다. 반면 대한해운의 지난해 3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063억원으로 보유 현금성 자산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기엔 유동성 차입금 규모가 크다. 이에 자사주 매각을 통해 추가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LNG차입금 지원은 2023년 말 기준
 
차입금 상환을 앞두고 있지만 대한해운은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늘려왔다. 특히 지난 2020년 물적분할한 대한해운엘엔지(대한해운LNG)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어졌다. LNG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한해운은 LNG운송 등 LNG사업만 따로 물적분할한 바 있다. 이를 통해 LNG사업의 전문성을 키워 수익을 늘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해운은 대한해운LNG에 총 3108억원을 차입해줬다. 2022년 말(1861억원)에서 차입금 지원 규모가 67% 증가했다. LNG수요 증가를 염두에 두고 대한해운LNG의 선박수 확대 등을 위한 자금 지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모회사 지원을 통해 대한해운LNG는 지난해 신규 선박 2척을 도입했다. 코로나 특수로 해운업계 전반이 역대급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린 점도 대한해운의 지원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대한해운의 매출은 1조346억원, 영업이익은 199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급 매출을 올렸던 2022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1조2193억원)과 영업이익(2213억원)이 각각 15.1%, 9.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은 3253억원에서 3031억원으로 줄었다. 잉여현금흐름 역시 2022년 3분기 1814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3분기 2034억원 적자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유동성 차입금을 갚기 위해서는 현금창출력 확대·계열사 지원·차환 등 방법이 거론된다.
 
계열사 지원 가능성도 거론
 
이에 대한해운의 계열사들이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4분기 촉발된 전 세계적인 해운운임 급등으로 올해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1월 721이었으나 올해 1월 1518로 2배 이상 뛰었다. BDI는 벌크 화물 등에 통용되는 해운운임지수로 벌크 화물 사업이 주력인 대한해운 및 계열사들은 BDI 지수를 통해 운임을 가늠할 수 있다.
 
계열사 대한상선이 부정기선 사업 비중이 높다. 따라서 BDI 지수 급등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정기선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운임이 정해지는 방식이라 운임지수와 영업이익의 연관성이 크다. 대한상선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76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BDI 지수가 지난해 중 가장 낮은 시기였다. 지난해 4분기부터 BDI 지수가 1500에서 3100까지 뛰면서 대한상선의 수익성도 함께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한해운은 정기선 중심의 사업 구조로 인해 BDI 지수 급등의 수혜를 누리긴 어려워 보인다. 정기선은 사전에 계약된 운임과 일정에 따라 화물을 운송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했던 대한해운LNG가 꾸준히 매출을 늘리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한해운LNG지의 2022년 매출은 32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한해운LNG 매출은 35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해운LNG가 지난해 4분기 2척의 추가 LNG운반선을 도입하면서 올해 매출 및 영업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증권은 올해 대한해운의 매출액이 4260억원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대한해운LNG가 대한해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서 2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향후 대한해운LNG 등 계열사들이 성장을 이어갈 경우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대한해운이 속한 SM그룹은 계열사간 자금 및 신용거래가 잦다. 대한해운의 그룹사인 SM상선은 지난해 계열사들에게 19건의 자금대여를 실시하는 등 그룹사간 자금대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한해운 역시 해운계열사뿐 아니라 그룹사 SM중공업에 325억원의 지급보증 및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4억원의 그룹사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사간 자금거래가 빈번하다는 특성을 봤을 때 계열사의 현금창출력이 커질 경우 모회사 지원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해운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차입금 등은 선박금융에 따른 부채라서 선박을 운항하면서 받은 운임으로 차입금 상환을 할 것”이라며 “현재 대한해운은 그룹사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적이 없어 현재 답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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