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조현범 체제' 안정화…신사업 투자 재시동
지난해 타이어 사업 의존도 97.72%…신사업 발굴 필요성 높아
사업 경계 허물고 다양한 분야 신사업 발굴 강조한 조 회장
현금성 자산 2조원 넘어…재무 상태 우량해 투자 확대 전망
공개 2024-01-22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8일 15:0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허찬영 기자] 한국앤컴퍼니(000240)(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주회사)가 미래 경쟁력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사법 리스크와 경영권 분쟁 등이 일단락되면서 조현범 회장이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한 가운데 신사업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기 전인 2021년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며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전방 산업인 타이어 사업의 매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사진=한국앤컨퍼니)
 
타이어 매출 의존도 97% 이상...2021년부터 신사업 준비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사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97.72%에 달한다. 타이어 외에 다른 사업의 의존도는 2.28%로 신사업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들어 타이어 사업의 수익성이 합성고무·카본블랙 등 타이어 원자재 가격 및 해상운임비의 하향 안정화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고정비 부담이 상승하며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도 큰 사업인 만큼 해당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1년 신사업에 대한 컨설팅과 투자 업무를 겸하는 신규 회사 '인베스트앤비욘드(I&B)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한국타이어가 기존 사업과 전혀 연관 없는 업체를 인수합병할 때에는 정관 등의 제약이 존재하지만, 이 회사는 신설 회사라는 점에서 기존 사업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사업에 원활히 진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런 점을 살려 당시 한국타이어는 인베스트앤비욘드 코퍼레이션을 통해 바이오, 스마트 모빌리티,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의 투자 가능성을 열어 놓고 탈타이어를 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타이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한정적인 사업보다는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조 회장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한국타이어 측은 "제조업보다는 함께 커갈 수 있는 기술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인베스트앤비욘드 설립 후 한국앤컴퍼니가 마지막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 투자를 진행한 것은 2021년 말 프리사이슬리 마이크로테크놀로지다. 프리사이슬리는 광학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설계 전문기업이다. 글로벌 IT 기업과 통신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다. 광학 MEMS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라이다(LiDAR), 자율주행솔루션, 5G광통신 네트워크, 의료영상장비, 메타버스, 항공우주 정보통신용 부품으로 활용된다. 당시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프리사이슬리 지분 57.1%를 2045억원에 인수했다. 지분율은 한국앤컴퍼니가 34.1%, 한국타이어가 22.9%다.
 
이후 형제간 경영권 다툼과 사법 리스크 등이 발생하면서 추진 동력을 잃게 되며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경영 복귀한 조 회장, 자금 앞세워 사업다각화 목표
 
지난해 말 조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한국앤컴퍼니의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확장 전략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 IB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한국타이어가 M&A매물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경영권 분쟁 등이 일단락되면서 조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만큼 본격적인 성과 내기에도 집중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미래 성장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 로봇과 산업용 증강현실(AR) 솔루션, 금속 3D 프린팅, 광학 초소형 정밀기계 기술 등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또 한국타이어의 주력 사업인 타이어에 대해서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비롯한 친환경·미래 타이어 관련 투자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의 의지와 함께 신사업과 관련된 기업의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8385억원이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3620억원)까지 합하면 2조원이 훌쩍 넘는다. 부채비율은 34.1%에 불과하며 총차입금 의존도도 10.4%로 재무 상태가 우량하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조 회장의 신사업에 대한 계획과 의지를 실행한 첫 번째 인수가 '모델솔루션'이다. 한국타이어는 모델솔루션의 지분 75%를 686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 모델솔루션은 각 산업이 제품 개발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프로토타입(시제품) 설계·생산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그 결과 기업가치가 기존 900억원대에서 17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모델솔루션은 여러 산업 분야의 시제품을 설계·생산하는 기업인 만큼 한국타이어의 주력 사업이 속한 오토모빌리티 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어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타이어는 중고차 이커머스 플랫폼 '카머스'에 30억원을 투자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투자 전략 관련해서는 과거 발표했던 내용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신사업 인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단계에 있는 것은 없지만 과거 인수했던 주요 계열사들이 신사업 추진을 위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으니 투자를 통한 사업다각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찬영 기자 chanyeong66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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