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업계 불황에 악화된 현금창출력…'전략 변화' 통할까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유력…제조원가 인상에 현금창출력 감소 우려
수익성 유망 사업 집중 전략…해외 매출 늘려 시장 확대 전망
공개 2024-01-17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15: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현금창출력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전방산업인 건설 산업의 위축과 후판 가격 인하 등이 겹친 탓이다. 이에 지난 몇년간 이어져온 순차입금 감축 기조가 올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은 올해부터 강점을 보이는 사업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통해 순차입금 감축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인천본사 전경(사진=현대제철)
 
현금창출력 감소…철강 업계 불황 지속 전망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지난해 3분기 상각전 영업이익(EBITDA)는 2조2565억원으로 2022년 3분기(3조1004억원)보다 27.2% 감소했다. EBITDA는 영업활동을 통해 기업이 창출하는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현대제철은 순차입금 감축 기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철강 업황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를 잘 통제하기 위해서는 순차입금 규모를 줄일 필요성이 있다.
 
지난해 건설 산업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현대제철의 EBITDA 감소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 산업에서 사용하는 봉형강 등 매출은 지난해 3분기 6조9721억원으로 2022년 3분기(7조9336억원)보다 12.1%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철강 수요가 나쁘지 않아 현대제철은 순차입금을 줄일 수 있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제철의 사채를 포함한 차입금 규모는 총 10조1548억원이다. 2022년 말 기준 차입금 규모(11조5292억원)에서 11.9%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조1212억원으로 2022년 말(2조1731억원)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현대제철의 순차입금 감축은 차입금 규모를 줄이면서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현대제철의 순차입금 규모는 2022년 말 9조3561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8조336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순차입금 감축 목표가 5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목표치의 2배 이상을 달성했다.
 
다만, 올해 순차입금 감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철강업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도 철강산업이 침체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순차입금 감축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소중립 관련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가동을 중단했던 전기로를 탄소 배출을 줄이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개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전기로는 2025년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해당 투자에는 1500억원이 투입된다.
 
새로운 전기로가 가동될 경우 고정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현금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다. 건설 등 전방산업이 침체로 줄어든 현금창출력을 다른 분야에서 끌어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강판 해외 매출 확대, 강관 사업 수익성 확대가 거론되고 있다.
 
 
'사업 다이어트'에서 사업 확대로 변화 가능성
 
지난해 12월28일 현대제철이 서강현 대표이사를 새로 맞이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서 투자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현금창출력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현대제철은 컬러강판 등 사업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며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이어왔지만 앞으로 자동차 강판 등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이 예상된다.
 
서강현 대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제철에서 재경본부장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현대자동차에서 기획재경본부장으로 재직하다 다시 올해부터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돌아왔다. 과거 서 대표는 현대자동차 재임 당시 투자 확대를 통한 전기차 사업 확대로 현대자동차의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강점을 강화해 수익성을 키우는 전략이다. 이에 자동차 강판 수출 확대, 강관 사업 육성 등 안동일 전임대표 시절 임기 말기에 추진됐던 수익성 강화 방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내수판매 중심으로 강판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향후 해외 매출을 늘려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자동차 강판 시장에서 정체된 매출을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강판 매출은 2021년 3분기 8조2313억원, 2022년 3분기 11조2420억원, 지난해 3분기 10조1977억원으로 직전 3년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계열사 중심의 자동차 강판 사업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해외 매출을 늘려 자동차 강판 매출 확대하는 방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제철의 해외 매출 비중은 16.1% 수준이다. 수출 비중이 높다고는 보기 어려운 비율이다. 현대제철은 앞으로 자동차 강판 해외 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릴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강관사업 분사를 통해 수익성 확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2020년 4월 단조사업을 분리해 수익성을 끌어올린 전력이 있다. 현대제철의 단조사업부는 현대아이에프씨(IFC)라는 이름으로 분리됐는데 2021년 매출 3499억원에서 2022년 매출 4890억원으로 39.8%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98억원에서 110억원으로 12.2% 증가했다. 철강업계에서는 분사를 통해 독자적인 사업 활동을 보장한 것이 성공의 원인이라 분석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분사를 통해 독립 경영으로 수익성 향상을 이끌어냈던 것처럼 강관사업도 분사를 통해 단조사업처럼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서강현 대표이사의 구체적인 재무전략이 1분기 중에 가닥을 잡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아직 대표이사에 선임된지 1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라 좀 더 재무전략을 다듬어서 공개할 것이라 예상된다.
 
현대제철 측은 <IB토마토>에 “현재 순차입금 감축 기조는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재무전략은 향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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