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상장시대)②케이뱅크, IPO 재시동?…기업가치 산정 '변수'
기업가치 하락에 최대 주주 부담도
비교기업 카카오뱅크 주가 변수로
상장 걸림돌 많아 '시기상조' 여론
공개 2024-01-11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9일 17:3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인터넷은행 막내인 토스뱅크를 설립한 토스가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면서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상장에 뛰어들게 됐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은행업권의 메기를 자처하고 있는 3사가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을 개선해 성장을 도모하려는 모습이다. 은행업권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은행 3사의 상장 포인트를 <IB토마토>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케이뱅크가 일시 정지 상태인 IPO에 재시동을 걸고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에 이어 상장을 추진했으나 증시 불황 등의 악재로 중단했다. 지난 1일 최우형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되면서 임기 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떨어지는 장외거래 주가와 최종 비교 기업인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상장 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케이뱅크 본사.(사진=케이뱅크)
 
일시정지 IPO, 재시동…전망은?
 
케이뱅크는 최 신임 행장을 비롯한 새 임원진과 IPO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KT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인사 이동한 장민 케이뱅크 경영기획본부장(CSO)을 한달 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한 것만 봐도 IPO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 장 이사는 KT그룹 내 금융통으로 케이뱅크 재직 당시에도 IPO 필요성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구상대로 흘러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초 기업공개 계획을 발표하고 차례로 단계를 밟아갔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케이뱅크 상장은 당초 목표였던 2023년을 이미 넘겼다. 시장 상황 악화가 원인이다. 물론 투자자들에 약속한 기간은 아직 3년이 남았으나 여유롭다고 볼 수 없다. 시장 회복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모르는 데다 기업가치가 상장 계획 때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최대 주주인 비씨카드도 케이뱅크 상장 지연이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케이뱅크는 운영자금을 확보하려고 지난 2021년 7월 프리IPO 개념으로 1조25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최대 주주인 비씨카드는 재무적 투자자들에 동반매각청구권을 부여했다. 만약 2026년까지 케이뱅크의 상장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은 비씨카드에게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비씨카드는 투자자들에 725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비씨카드의 부담을 생각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최원석 비씨카드 대표의 재임 시기에 유상증자를 단행했음에도 연임이 결정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프리IPO를 진행한다던 얘기는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 9월 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NH투자증권(005940)과 JP모건 등 상장 주관사에 프리IPO를 맡기고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은 없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진행되는 프리IPO는 없다"라며 "사내 IPO팀은 지속적으로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상장 재개에 대한 적절한 시기를 노리고 있으나, 아직 정해진 사항은 없다"라고 밝혔다.  
 
기업가치 얼마나?…장외거래가 하락에 변수까지
 
연내 IPO 재개 여부 외에 케이뱅크의 기업가치 산정도 이목을 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상장 추진 당시 기업가치를 7조~8조원 수준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52주 장외거래 최고가는 1만4000원에서 1월8일 기준 1만200원으로 27.1% 하락했다.
 
장외주식 기준가 하락에 이어 비교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뱅크 주가도 변수다.
 
9일 카카오뱅크는 2만65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1년 내 최고가인 3만500원보다 13.1% 떨어졌다. 상장 당시 7.3배에 달하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2.12배로 하락했다. 만약 카카오뱅크의 PBR를 케이뱅크의 지난해 3분기 자본총계인 1조8729억원에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3조9705억원이다. 공모자금유입액을 더한다 하더라도 목표 보다는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상장을 통한 넉넉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에 동반매각청구권 조항을 붙이면서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자본적정성 개선 효과는 미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케이뱅크의 총자본비율은 13.91%이다. △2019년 10.88% △2020년 17.9% △2021년 18.12% △2022년 13.94%로 케이뱅크의 총자본비율은 지난 2021년 최고점을 찍은 뒤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도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80% 이상을 자본적정성 개선에 투입한 바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총자본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0.67%로 케이뱅크와는 16.76%p 차이가 난다.
 
케이뱅크는 IT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카카오뱅크에 비해 연계 서비스가 적어 성장성 인정에 대한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지난 4일 최우형 행장은 혁신 투자의 허브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제휴를 통해 전통적인 금융 상품뿐만 아니라 조각 투자 등의 상품까지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차별화된 플랫폼을 주문했다. 최 행장의 비전대로 케이뱅크가 금융 플랫폼으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한다면 핀테크 기업으로의 이미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비전에 불과한 점이 발목을 잡는다. 시장에서 상장이 시기상조라는 얘기가 도는 이유다. 
 
IPO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경우 그룹사 연계 서비스가 강한 카카오뱅크 대비 IT기업 인식이 낮아 IPO 시나리오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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