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PF리스크)①태영건설, 결국 터진 뇌관…회생 절차도 '산 넘어 산'
채권단 설명회서 '책임있는 자세' 부족 비판
에코비트·블루원 매각에 SBS 매각·사재 출연 압박 지속
고강도 자구안 마련 안되면 '법정관리행' 가능성 열려 있어
공개 2024-01-0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4일 18:4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시작된 우발채무는 올 한 해 건설업계를 위협할 전망이다. 고금리로 인한 주택 등 부동산시장의 냉각은 분양성적이 곧 리스크로 연결되는 PF 뇌관을 키워왔고, 2023년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이어졌다. 위기는 20대 중견건설사의 위기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큰 대형·중견건설사들 역시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 <IB토마토>는 태영건설을 비롯해 과도한 PF 보증으로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건설사들의 재무상황을 짚어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태영건설(009410) 위기가 현실화했지만,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까지는 갈 길이 멀다. 최근 채권단이 태영건설 자구책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품은데다 금융당국까지 자구안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조로운 워크아웃 돌입을 위해선 SBS(034120) 지분 처분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또 오너 일가의 사채 출연 규모도 공개됐지만, 이미 '신뢰 상실'을 선언한 채권단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채권단과의 협의가 계속해서 난항을 겪는다면 법정관리 가능성도 열리게 되기에 태영그룹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사진=태영건설)
 
태영건설 “에코비트·블루원 매각”…채권단 “자구안 충분치 않아”
 
태영건설은 지난 3일 오후 산업은행에서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모아 자구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을 비롯한 태영그룹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총 4가지 자구안을 제시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과 에코비트·블루원 지분 매각 및 담보제공, 평택싸이로 잔여지분 담보 제공 등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미 알려졌던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태영건설의 자구안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기존 약속과 달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이 일부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363280)(TY홀딩스) 채무보증 상환에 사용된 점 등을 지적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자구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태영그룹 측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당초 약속대로 전액 태영건설에 지원하라는 의사를 강력히 전달했다. 늦어도 오는 5일까지 나머지 1149억원을 태영건설에 전달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워크아웃 개시 불가 통보를 날린 것이다.
 
실제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해 12월28일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 KKR에 매각해 2400억원을 확보했다. 당시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 돈이 1451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상거래채권 결제에 쓰일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태영그룹 측은 외상매출담보채권대출(외담대)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TY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에 890억원이 사용됐다. 또 TY홀딩스는 당초 태영건설에 1133억원을 빌려주기로 지난달 28일 공시했지만 이 중 400억원만 투입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당국도 워크아웃 신청시 약속한 최소한의 자구책이 시작 직후부터 지켜지지 않은 데에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보고 있다"라며 "제일 앞단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태영건설 지원에 전혀 쓰이지 않고 총수 재산 핵심인 TY홀딩스 지분을 지키는데 쓰인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비판에 TY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 TY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이라며 “자구계획 내용대로 매각대금 전액이 태영건설을 위해 사용이 완료됐다”라고 해명했다.
 
SBS 매각·사재출연 요구까지…법정관리만은 막아야 하는 태영건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태영그룹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책임있는 자세’를 위해선 주요 계열사인 SBS의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 보인다. 태영그룹의 계열사 에코비트, 블루원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남는 것은 SBS의 지분과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TY홀딩스 지분이 사실상 전부다.
 
태영그룹은 4일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내역을 우선 공개했다. TY홀딩스에 따르면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본인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대금 416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에도 30억원을 투입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도 태영건설과 자회사 채권 매입에 38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이미 태영그룹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만큼, SBS의 지분 매각은 불가피해 보인다.
 
양윤석 TY홀딩스 미디어정책실장은 지난 3일 채권단 설명회 종료 이후 “태영건설 문제와 관련해 SBS를 매각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론으로 당연히 제시될 수 있는데, 법적 제약이 많은 사안”이라며 “남은 기간 채권단이 어떤 말씀을 주시면 충분히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태영그룹이 언급한 SBS 지분 매각에 대한 ‘법적 제약’은 방송법이다. 지상파 사업자인 SBS는 최대주주 변경이 이뤄질 경우 방송법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태영건설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채권단 제1차 협의회 이전까지 추가적인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 협의회에서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 여부와 유예 기간, PF 사업장 관리기준 등에 대한 내용을 결의할 계획이다.
 
다만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통상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협력업체와 일반상거래 채권 등 사실상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기수주 계약도 해지된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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