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로닉, 유상감자 재원 '오리무중'…투자 회수만 노리는 한앤코
지분 15.27% 유상감자로 1450억원 필요…금융상품 포함해도 현금은 709억원
한앤컴퍼니가 100% 인수 후 상폐 시킨 기업…차입할 경우 회사 악영향 우려
공개 2023-12-21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19: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루트로닉이 최근 145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루트로닉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709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유상감자 재원 마련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루트로틱은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완전 자회사로 인수한 후 상장폐지 시킨 회사로 업계에서는 루트로닉에 대한 한앤컴퍼니의 투자금 환수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트로닉 홈페이지 화면 캡처.(사진=루트로닉)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트로닉은 최근 ‘자본금 규모의 적정화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유상감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소각대금지급액은 1주당 3만6700원으로 전체 보통주(2587만1704주)의 15.27%에 해당하는 395만953주다. 즉, 유상감자 대금으로 총 1450억원을 주주에게 지급하고 주식을 소각하겠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자본금은 134억원에서 114억원 규모로 줄어든다.
 
루트로닉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지분 100%를 인수한 미용 의료기기 업체다. 한앰컴퍼니는 지난 6월 루트로닉을 인수하고, 상장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앤컴퍼니는 기존 최대주주인 황해령 회장의 지분 19.12%를 인수하고, 1차 공개매수로 지분율을 83%까지 늘렸다. 이후 2차 공개매수로 지분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아울러 지난 10월에는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분 100% 인수를 완료했다. 보통주(198만8329주)와 전환우선주(7만4782주)를 주당 각각 3만6700원, 5만2500원에 매수하고,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렸다. 이후 곧 바로 루트로닉을 상장폐지 시켰다. 한앤컴퍼니가 루트로닉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총 95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금 일부를 바로 회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상감자 재원 마련 방법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루트로닉의 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709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유형자산 384억원이 있지만, 유형자산은 회사 영업 상 운영에 필요한 자산으로 현금화가 불가능한 자산으로 분류된다. 아울러 매출채권 521억원, 재고자산 497억원이 있지만 이들 자산도 당장 현금화는 불가능하다.
 
루트로닉이 지난 7일 공시한 유상감자 관련 이사회 회의록에도 유상감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나와 있지 않다. 아울러 3분기 이후 4분기에 대규모 현금이 유입될 수 있는 호재도 없는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차입금을 통해 유상감자 나머지 재원을 조달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루트로닉이 보유한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은 0원으로 사실상 완전 무차입 경영 상태다.
 
그러나 차입금을 통해 유상감자 재원을 마련할 경우 한앤컴퍼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시가 차입한 돈은 대주주인 한앤컴퍼니로 귀속되지만, 차입금은 향후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마련한 금액으로 갚야야 되는 돈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루트로릭 지분 100%를 인수한 후 곧 바로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루트로닉의 배당 가능한 이익잉여금이 64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유상감자는 보통 배당 재원이 없는 회사가 주주 환원에 나서기 위해 실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루트로닉이 이익잉여금보다 많은 투자금을 환수하기 위해 유상감자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종 회계법인 진선 회계사는 “현금을 다 합쳐도 유상감자 금액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 맞다”라며 “외부 차입을 통해서 유상감자 나머지 대금을 마련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IB토마토>는 유상감자 재원 마련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루트로닉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