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GFR, 출범 5년차에도 제자리…잦아지는 긴급 '수혈'
9월 신민욱 대표 선임 후 500억원 자금 투입…'GFR 구하기' 사활
지난 2018년 출범 이후 영업손실·영업활동 현금흐름 마이너스 지속
캐시카우 브랜드 부재에 사업 돌파구 절실…새로운 콘텐츠 확보 필수
공개 2023-11-22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0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롯데쇼핑(023530)이 자회사인 롯데GFR에 500억원대 자금 수혈에 나선다. 2018년 출범 이후 지속적인 영업적자를 이어오면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내에서는 패션사업 내 경쟁 강도가 높은데다가 롯데GFR이 보유한 브랜드 중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는 캐시카우 브랜드가 없다는 점 등을 패착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GFR이 '패션통'으로 불리는 신민욱 신임 대표를 선임하면서 실적 개선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출범 이후 1524억원 자금 수혈에도 재무건전성 '빨간불'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 연말과 내년까지 2번에 걸쳐 롯데GFR에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출자를 합하면 롯데GFR에 출자한 총 금액은 1524억원으로 증가한다.
 
롯데GFR은 지난 2018년 엔씨에프(NCF)와 롯데백화점 패션 사업부문인 GF(글로벌패션)를 통합해 출범했다. 이를 통해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과 비교해 약점으로 꼽혀온 패션 부문을 강화한다는 포부였다. 당시 롯데GFR 측은 해외 유명 브랜드 도입과 패션전문기업 인수합병(M&A)으로 2022년까지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당초 목표였던 1조원의 11.5% 수준인 1150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영업손실도 출범 이후 2018년 104억원, 2019년 102억원, 2020년 62억원, 2021년 123억원, 2022년 194억원으로 재차 증가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2018년 출범 이후 매년 손실을 지속해 왔다.
 
롯데GFR 출범 이후에도 부진을 겪으며 지난 2019년과 2020년에는 해외 패션 브랜드를 정리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선 바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창기 롯데쇼핑 글로벌패션부문과 엔씨에프가 통합 할 때 보유했던 12개의 브랜드 역시 올해 9월 기준 코스메틱 브랜드를 포함해 7개로 축소됐다.
 
이에 지난해 6월 롯데쇼핑은 롯데GFR의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3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한 바 있으나 재무구조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GFR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46.84%를 기록하며 직전연도(134.99%) 대비 111.85%포인트 급증했다. 이 가운데 차입금 마저 20억원에서 79억원대로 3배 이상 급증하면서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8.6%에서 13.4%로 4.8%포인트 급증했다.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20~30% 이하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 중이지만, 향후에도 롯데GFR의 사업부진이 이어진다면 롯데쇼핑의 부담도 심화할 수 있다. 
 
2019년 이후 1 미만을 기록해오던 롯데쇼핑의 이자보상배율은 3분기 누계 기준 1.99배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낼 수 없는 '한계기업'임을 의미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부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원하는 것이니 만큼 재무구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섬 출신 신민욱 롯데GFR 대표 선임…'구원투수' 될까
 
상황이 이렇자 롯데쇼핑은 올해 9월4일 신민욱 롯데GFR 대표를 신규 선임하고, 이후 약 2개월 만인 이달 500억원대 자금 수혈에 나서는 등 '롯데GFR 구하기'에 전념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신 대표는 20년 이상 패션업계에 몸 담궈온 '패션통'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 계열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의 임원 출신으로, 제일모직 해외상품사업부와 프라다 등을 거친 만큼 향후 해외브랜드 확대 등에 있어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업체 측은 신 대표가 업무를 수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사업방향과 계획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주력 브랜드인 캐나다구스와 나이스클랍 브랜드 재정비를 시작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롯데GFR은 올해 하반기부터 브랜드 캐나다구스와 나이스클랍 육성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신 대표 역시 해당 브랜드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롯데GRF는 올해 캐나다구스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계절의 한계를 넘어 기능성과 패션을 강조한 퍼포먼스 라이프스타일로 전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캐시카우 브랜드인 나이스클랍은 한층 감도 있는 영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롯데GRF는 지난 2021년 카파와 까웨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애슬레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펼쳤지만, 지난해 모두 국내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도 롯데GFR의 캐시카우 브랜드 마련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패션업계의 경우 오래된 업력을 갖고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해외 브랜드 등과 관계가 맺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롯데GFR의 경우에는 아직 대표 할 만한 브랜드가 없는 것 같아 보인다"라며 "소비자를 유인할 만한 새로운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