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과도한 판매가 인상에…원가 올라도 원가율은 하락
주요 업체 원가율 전년 대비 하락…원가 상승에도 이례적
판매가 꾸준히 올려 마진 폭 극대화…올해도 상승 지속 전망
공개 2023-08-31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15:2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시멘트업계가 올해 상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가율 하락으로 전년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시멘트 판매가격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시멘트업계가 시장 우위 사업자라는 점에서 향후 시멘트 판매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원가율' 하락…비결은 판매가 상승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멘트사들의 원가율이 올해 들어 크게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한일시멘트(300720)는 별도 기준 원가율 74.8%, 성신양회(004980)는 83.3%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기록한 원가율(한일시멘트 79.3%, 성신양회 84.0%) 대비 개선된 수치다.
 
이 기간 전 세계 원자잿값 상승에서 시멘트업계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 시멘트의 주요 원재료인 석회석 가격은 t당 7144원에서 올해 상반기 9403원으로 31.6% 상승했고, 슬래그도 같은 기간 2만1093원에서 2만5861원으로 22.6% 올랐다. 그럼에도 주요 시멘트사들의 원가율은 하락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시멘트 가격 상승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멘트 가격은 2021년부터 연간 2회 꼴로 10% 이상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시멘트업계를 대표하는 쌍용C&E(003410),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006390), 아세아시멘트(183190), 한라시멘트, 삼표시멘트(038500) 등 7개사의 평균 시멘트 판매가격을 보면 2021년 7월 7만8800원이던 톤당 가격은 2022년 2월 9만2400원, 2022년 11월 10만5000원 등을 기록했다. 올해 7월에도 업계는 시멘트 가격을 한차례 더 인상했다.
 
이로 인해 실제 원가 상승과 건설업계·정부의 압박에도 매년 가격을 큰 폭으로 올려 온 시멘트업계는 올 들어 호실적을 내고 있다.
 
쌍용C&E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4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다. 연결 회사들의 금융 비용이 크게 늘어나며 영업이익이 축소됐지만, 시멘트 부문 영업이익은 339억원으로 지난해(8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삼표시멘트는 영업이익 3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4% 증가했고, 한일시멘트는 100.8% 늘어난 909억원을 기록했다. 성신양회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72.6% 증가한 287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한일현대시멘트(62.4%), 아세아시멘트(39.5%) 등도 나란히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된 영업이익을 거뒀다.
 
쌍용C&E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연결 기준 1조471억원으로 전년 동기(8625억원) 대비 21.3% 증가했다. 주요 업체인 한일시멘트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26.7% 증가한 8812억원을, 성신양회도 11.6% 증가한 5424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매출액이 대폭 확대됐다.
 
건설업계·정부, 시멘트 가격 인상 반발 확산
 
건설업계는 이 같은 시멘트업계의 가격 ‘줄인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기초자재인 시멘트의 가격이 계속해서 오른다면 건설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아파트 분양가 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그간 시멘트업계가 주장한 가격 인상 요인은 ‘실적 악화’였는데, 오히려 상반기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으니 가격 인상 명분이 없어진 것”이라며 “여전히 친환경 설비 투자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석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멘트의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더라도 시멘트 가격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2022년을 기점으로 시멘트 시장이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까지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한 협상에 참여하면서 과도한 인상을 자제시키는 움직임을 취하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까지 정부 주재로 진행되던 논의마저 뚝 끊긴 실정이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시멘트 가격협상 관련 산업계 간담회를 진행해 왔다. 이달 초 3차 간담회를 열고 쌍용C&E에 가격 인상 시점, 인상률 조정 검토 등을 요청했지만, 이달 중 열릴 계획이던 간담회는 아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요 시멘트사들은 기존 내부 방침대로 시멘트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도 가격 인상 전망…시장 우위 사업자 지위 공고
 
올 하반기에도 시멘트 가격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주요 시멘트사들은 하반기 가격 인상 방침을 속속 확정하고 있다. 현재 건설사들의 반발로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부 방침은 사실상 가격 인상을 확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C&E(003410)는 1종 벌크시멘트의 가격을 톤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14,1% 올릴 방침이다. 성신양회(004980)도 10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한일시멘트(300720)와 한일현대시멘트(006390)도 10만5000원에서 11만8400원으로 각각 인상 계획을 밝혔다. 아세아시멘트(183190)와 한라시멘트, 삼표시멘트(038500) 역시 10월 출하분 이후부터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유연탄과 전기료, 운송비 등 각종 비용의 변동이 여전히 심화하고 있는 상황”라며 “향후 친환경 설비 투자에 대한 부담도 상존해 건설업계의 반발에도 유통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수익성 리스크는 상존한다”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러한 잇단 시멘트 가격 인상이 시멘트업계의 실적에 당분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시멘트업계는 다수의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의 과점체제를 구축하면서 제고된 가격협상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원가 부담의 일부를 가격 인상을 통해 수요처에 전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라며 “여기에 유연탄 가격 하락 등 손익개선 효과가 올해부터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수익성은 우수한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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